
한미 관세 협상과 정상회담 이후 큰 성과라는 정부의 평가와 달리, 숨겨졌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자동차 관세, 대미 투자 수익금 배분, 농축산물 시장개방, 미국이 운영하는 마스가(MASGA) 프로젝트 등 경제·안보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확인되면서 자주적 대응을 모색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오후 3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과 민주노총은 ‘트럼프의 동맹 수탈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회에서는 △미국의 수탈로 국부가 유출되고 산업이 공동화되는 현상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대미 종속 심화 △미국의 수탈로 현장에서 나타나는 문제 △지역과 시민사회의 대응 등이 논의되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장은 관세·투자·지배구조가 결합된 ‘동맹 수탈’의 실체를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자동차 관세가 ‘15%로 합의됐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9월에도 25%가 부과되고 있어 합의문조차 내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쇠퇴한 미국 조선업을 되살린다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한국 기술과 자금을 동원하면서도 통제권은 미국이 쥐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출자자(LP)로 참여하는 반면, 미국은 운용자(GP)로 수익 배분과 사후 소유권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어, 국내 생태계 약화와 일자리 감소, 치외법권 논란까지 예고된다는 지적이다.
최은아 자주통일평화연대 사무처장은 미국이 동맹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국방비 증액,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휘, 통제 통합, 미국산 무기 도입, 상호운용성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 과정에서 한국군을 미국의 전략목표에 용이하게 편제하고 비용은 동맹국에 전가하는 방식이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의 자주적 외교·안보 원칙을 확립하지 않으면 경제·안보 전반의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장과 지역의 구체적인 사례와 대응도 논의됐다. 최태성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교육실장은 관세 수탈의 충격이 물량 감소→가동률 하락→구조조정 압박으로 이어지는 현장의 실태를 전했다. 이어 관세 수탈에 따른 영향으로 현대차는 33.6%, 기아차는 39.1%의 순이익이 감소된 상황과 울산 지역의 경제 위기를 폭로했다.
최태성 실장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210억 달러 투자, 86억 달러 규모 증설하고도 국내 투자 축소, 비용 축소를 통해 교섭에서 일방적인 양보만 강요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시간 단축이나 재교육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국내 생산 기반 유지와 투자 확대,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사민정 대응 기구 가동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미영 민주노총 인천본부 사무처장은 인천도 25% 자동차 관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미 의존도가 80% 이상인 한국지엠은 상반기 수출 6.5% 감소했다. 그 결과 직영 정비소 9곳 폐쇄, 부평 유휴부지 분할·매각 검토 등 국내 비용절감·구조조정이 진행·압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직영망 해체가 GDS2·정비 매뉴얼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접근 제한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정비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기관의 개입, 산업은행의 비토권 등 공적 거버넌스 행사와 인천지역대책위 구성을 통한 지역·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순중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미국이 검역 완화와 시장 개방을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순중 위원장은 이러한 요구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식량주권과 농민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안이라고 지적하며, 관세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완화 요구까지 결합된 미국의 전략이 국내 농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농업·식량 정책 전반을 재정비하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장은 산업은행이 2대 주주로서 가진 비토권, 이사 추천권, 주주 감사권 등을 활용해 한국지엠 등 외투 기업의 철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별교섭 법제화와 노사민정 대응 기구 가동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관세 수탈로 인한 부담을 지역사회와 노동자가 고스란히 떠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주제준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 정책기획팀장은 조지아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을 족쇄로 묶어 구금하고, ESTA와 B-1 비자 입국자까지 겨냥한 대규모 단속은 동맹 수탈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농민·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전국적인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관세 수탈에 대한 분노가 한국 사회 곳곳에서 분출하고 있다. 내란 수괴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민중의 힘은 이제 한미 관계의 불평등과 동맹 수탈에 맞서는 자주적 투쟁으로 향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