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는 회생제도 본질 악용, 회생법원은 먹튀 방조
새 정부, MBK 먹튀 행각 제동 걸까
기업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홈플러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기업이 청산되면 10만 명의 생존이 벼랑 끝에 놓인다. 홈플러스 대주주 MBK는 자구 노력은커녕 연내에 15개 점포의 문을 닫을 예정이다.
폐점을 앞둔 점포 당사자들이 서울회생법원 앞에 섰다.

회생법 제61조에 따르면, 점포 폐점과 같은 중대한 영업 행위는 법원의 사전 허가가 필수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은 홈플러스 폐점 사태를 계속 방관하는 중이다.
홈플러스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안산고잔점, 서울가양점 노동자들은 “홈플러스를 꼭 살려달라”고 절절히 호소했다.
4년 전까지 안산점에서 일한 윤인숙 지회장. 2021년 홈플러스 자산유동화 정책에 의해 안산점이 폐점됐고, 안산고잔점으로 전환배치돼 일하던 중 또 한 번 폐점 소식을 듣게 됐다.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MBK는 안산고잔점의 폐점을 예고했다.
홈플러스 인수 당시, 홈플러스의 자산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은 MBK. 차입경영으로 홈플러스 인수와 동시에 5조 원이 넘는 부채가 발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잘 나가는 매장과 부동산까지 팔아치우며 빚을 갚았다. 4년 전, 안산점 폐점 당시 해당 점포는 전국 매출 상위권인 알짜매장이었다. MBK는 폐점 매각, 즉 이곳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았다.
2015년,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142개 점포를 123개 점포(2025년 9월 1일 기준)로 축소했다. 현재 20개 점포 추가 폐점이 예정되는 등 회생이 아닌 점포를 하나둘 없애며 ‘청산’ 흐름으로 가고 있다. MBK는 경영악화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윤 지회장은 “안산고잔점 폐점 소식과 함께 퇴사하겠다는 직원이 많다. 두 번의 폐점 과정에서 3지망으로의 전환배치, 3번의 면접, 전환배치 후 발생하는 스트레스, 이 모든 것이 우리 노동자들을 힘들게 하면서 퇴사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정년까지 무탈하게 홈플러스에 남아 일하고 싶다”는 게 노동자들의 바람이라고 했다.
박경숙 부산감만점 지회장도 “점장은 직원들에게 타점으로 전배냐, 퇴직이냐 중에 선택하라고 강요하며 정작 직원들의 마음은 어느 누구도 헤아려주지 않는다. 회사는 또 ‘8월 4대보험과 전기세, 수도세도 일부 납부를 못 했다’고 떠들어댔다. 직원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해 지금이라도 그만두게 하려는 속셈”이라고 꼬집었다.

MBK는 회생제도 본질 악용, 회생법원은 먹튀 방조
홈플러스 울산남구점에서 일하는 손경선 지회장은 점포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22년간 홈플러스에서 일했다. “우리 점포는 아파트, 학교 주거밀집 지역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매출도 잘 나오고 고객 방문이 끊임없는 곳인데 왜 폐점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12월 2일 예고된 폐점 소식에 홈플러스를 애용하던 지역주민들은 “절대 폐점하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홈플러스 입점해 가게를 운영하는 입점주들의 사정도 마찬가지.
신나라 입점주협의회 부회장은 10년간 금융회사에 다니며 모아온 월급과 퇴직금, 대출까지 3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홈플러스 일산점 한식당에 입점했다. “홈플러스에서 장사하기 위해 전 재산을 걸었다. 그러나 12월 폐점을 통보한 홈플러스는 ‘5년이 지났으니 시설 보상금은 없다’고 했다. 달랑 5년 만에 쫓겨날 줄은 몰랐다”고 분노했다.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회생을 위한 자구노력없이 점포를 폐점하는 MBK에 대해 “회생제도의 본질을 왜곡·악용해 기업의 재건과 고용유지라는 회생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으며, “회생법원 또한 MBK의 먹튀를 방조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라고 규탄하곤, 회생법원을 향해 “MBK의 먹튀에 강력하게 브레이크를 걸어달라”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회생법원에 ▲MBK의 대규모 점포 폐점 계획을 즉각 중단시키고 허가하지 말 것 ▲노동자와 입점업주 등 이해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공동관리위원단을 구성할 것 ▲MBK의 자구노력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낱낱이 검증할 것을 요구했다.
역시 12월 2일 폐점을 앞둔 서울가양점. 이곳 이커머스 부서는 오는 27일 부서가 해산된 오변순 지회장은 열흘 정도 후면 더 이상 홈플러스에서 일할 수 없다. 내 일자리만이 아닌 “10만 명의 생존을 지키기 위한 마음으로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새 정부, MBK 먹튀 행각 제동 걸까
이렇듯 MBK가 노리는 홈플러스 폐점, 그리고 청산은 노동자·입점업주 등 10만 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지역경제와 지역상권 파괴를 우려하게 만든다.
앞서, 지난 9일 각계 원로·대표들이 홈플러스 문제에 대한 정부 개입을 촉구한 데 이어, 11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마트노조 농성장을 방문했다. 김 장관은 홈플러스 문제를 “범정부 차원에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인수자를 찾아 인수·합병(M&A) 추진”을 약속했고, 노조는 “추석 전 노정TF 구성”을 제안했다. 정부의 약속에 따라 노조는 무기한 노숙농성을 잠정 중단했다.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투쟁의 종결이 아니”라며 “홈플러스 매각 과정에서 사모펀드 MBK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묻고, 정부 주도의 M&A로 회생을 이끌겠다”고 힘줘 말했다. 노조는 MBK의 책임 규명과 근본대책 마련을 위해 조속한 국회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TF 구성에 고심 중이며,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은 오는 19일 홈플러스 본사를 방문해 노동자, 입점업체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홈플러스 정상화와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위한 MBK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할 예정이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다가오는 추석엔 폐점 걱정 없이 고객들과 만나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명절을 보내고 싶다. 새 정부가 사모펀드 먹튀 행각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