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한 동맹을 확인했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완전한 의견일치를 보았다.”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반복되던 정부의 자평이다.

이재명 정부는 제발 달랐으면 좋겠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국익을 지킨 실용외교를 했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상대로 깡패짓을 한다는 것쯤은 국민 누구나 안다. 회담 과정에서 그의 심기를 건드려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더라도, 그 책임은 트럼프의 약탈 본능에 있다. 국익을 지키려는 이재명 대통령을 탓할 국민은 없다.

그러니 근거 없이 떠도는 ‘반미’ 낙인에 주눅 들지 말고, 국민주권 정부답게 트럼프의 강도적 청구서에 당당히 맞서라.

우선 ‘동맹 현대화’에 선을 그어야 한다. 그것은 중국과의 전쟁에 이 땅을 미군의 출격기지로 쓰겠다는 뜻이고, 한국군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만전에서 총알받이로 내세우겠다는 말이다. 이 와중에 미국은 틈만 나면 국방비와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한다.

‘협력·투자’ 같은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경제 현안들도 실상은 동맹 수탈을 통해 자국 산업을 살려보려는 강도적 요구다. 자국 적자를 메우겠다며 고율 관세를 휘두르는 것 역시 목적은 같다.

이재명 정부가 표방한 국익 중심 실용 외교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북핵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서 빼야 한다.

트럼프는 ‘동맹’을 협상 무기로 이용하는 데 이력이 난 사람이다. 북핵 위협을 핑계로 한미일 동맹 강화와 미군 재배치, 미국산 무기 강매 등을 겁박할 게 뻔하다.

이럴 때 기선제압이 필요하다. 남북관계는 우리가 자체로 풀 테니, 비핵화는 미국이 조선과 알아서 해결하라고 떠넘겨버리는 거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조선의 핵무기는 한국을 직접 겨냥한 위협이 아니다. 미국·영국·프랑스가 핵을 보유해도 우리가 이들과 적대하지 않으니 위협으로 체감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렇게 되면, 북핵을 핑계로 일본과 안보 협력을 밀어붙일 이유도, 미국과 전쟁 동맹을 강화할 까닭도 없다.

‘동맹’이라는 족쇄를 벗겨내면 국익을 지키기도 쉽고, 실용외교의 선택지도 넓어진다.

가령, 주한미군 감축이 더는 미국의 협박 카드가 될 수 없다. 전작권 환수도 주권국가의 당연한 권리가 된다. 방위비분담금 인상은커녕 지급을 중단할 근거가 생긴다. 국방예산을 인상하라는 내정간섭에 대해 거부할 명분이 마련된다. 한미일 연합훈련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킨다고 판단되면 한국이 언제든 중단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때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고 했다. 이제 ‘국민주권 정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트럼프의 동맹 수탈로부터 국민을 지킬 때가 왔다. 이번 정상회담의 진짜 성과는 ‘공고화된 한미동맹’이 아니라 '견고해진 국민주권'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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