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장 비전향장기수(42년4개월) 안학섭 선생이 20일 임진각에서 판문점으로 향했다. 전쟁포로 안학섭 노병은 출발전 임진각에서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권리인 전쟁포로로서의 본국송환을 요구한다”면서 “내 조국은 지척에 있는 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병 안학섭은 이제 조국에서 귀대 보고를 마치고 눈을 감고 싶다”라고 절규했다.

안학섭 선생은 1953년 23세의 나이로 체포됐다. 체포 당시 안 선생은 조선인민군 941부대 분대장이었다. 마땅히 전쟁포로 대우를 받아야 했지만, 이승만 정권은 간첩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날 안 선생은 “징역 살면서 도망칠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고 자살할 생각을 안 해봤다면 거짓말”이라며 수감생활을 고백했다. 안 선생은 “한 방에 90명을 집어넣었던 돼지우리 같았던 육군형무소”를 떠올렸다. “대구교도소에서는 한겨울에 솜도 없는 단벌옷에 내의 없이 살아서 하혈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라고 회상했다.

1956년부터 전향 공작이 극심했지만, 안 선생은 전향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온갖 수모와 고문, 폭력으로 치욕과 고통의 나날을 견뎌야 했다. 안 선생은 “그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겠냐”라며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또 다른 고통”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안 선생이 2000년 비전향장기수들의 북송 당시 송환을 거부한 이유는 “한국에 남아서 이땅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놈들을 몰아내고 자주적인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생이 얼마 남지 않아 마지막은 조국의 품에 안기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안학섭 선생은 제네바 제3협약 3조와 109조, 118조에 따라 전쟁포로인 자신을 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하며 판문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검문소에서 가로막혔다. 96세의 안 선생은 현재 폐부종을 앓고 있다.

송환추진단의 부축을 받으며 판문점으로 향하던 안 선생은 검문소 앞에서 경찰과 군인에 의해 제지 당했다. 안 선생은 ‘판문점까지 갈 수 있게 보장해 줄 것’을 사전에 통일부에 요청했지만, 통일부는 이를 보장하지 않았다.

안 선생은 결국 몸을 가누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 12시40분 경 119구급차에 실려 문산중앙병원으로 이송되고 말았다.

한편 통일부는 안학섭 선생을 포함한 비전향장기수들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송환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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