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대한민국 권력의 뿌리, 지워진 진실
‘미군 없는 한반도’는 여전히 금기인가
경제주권마저 미국의 손아귀에
남북관계, 자주 없이 신뢰 없다
광복 80년, 아직 오지 않은 자주와 평화

광복 80주년을 맞아 발표된 이재명 대통령의 경축사는 화려한 언어와 감성적 표현으로 포장된 공허한 메아리였다.
“광복절은 단지 독립을 이룬 날이 아닙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의 미래를 정하고,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되찾은 날입니다.”
그러나 오늘 대한민국이 정말 ‘우리 손으로’ 미래를 선택하는 자주국가인지 묻는다면, 이날 연설은 그 질문을 피해 갔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 권력의 뿌리, 지워진 진실
해방은 '원폭 투하'로 일본이 패망한 덕분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항일 무장투쟁과 민중 항쟁의 결실이었다.
그러나 38선 이남은 곧바로 미군정 치하에 들어갔고, 친일 관료·경찰·지주들이 미국의 협력자라는 이유로 권력을 유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민주화의 빛으로 강조했지만, 이 모든 투쟁은 외세 종속 구조를 끊어내려는 몸부림이기도 했다.
이 맥락을 빼놓은 경축사는 해방의 의미를 반쪽으로 만든다.
‘미군 없는 한반도’는 여전히 금기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분열과 배제의 어두운 에너지를 포용과 통합, 연대의 밝은 에너지로 바꿀 때 더 큰 도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 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무슨 도약이 가능한가.
2025년 현재, 대한민국은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했고, 한미연합사령부 지휘권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쥐고 있다. 전쟁이 나면 한국군은 미군 지휘 아래 움직이며, 군사 판단권조차 외세에 종속된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한반도를 중국과의 전쟁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유사시 한반도 전장화”를 당연한 전제로 삼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총알받이로 쓰일 위험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은 이제 한미일 삼각 군사훈련으로 확대됐고, ‘핵공유’, ‘미사일망 통합’, ‘정보공유체계’는 사실상 전쟁동맹 체제를 굳히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말하는 ‘평화’는 전쟁을 미화하는 기만일 뿐이다. 전쟁 구조 속에 평화는 없다.
이 대통령의 경축사대로 “싸울 필요 없는 상태”를 만들려면 먼저 외세 종속에서 벗어나고 미국 주도의 전쟁 전략에서 빠져나오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것 없이 ‘희망’과 ‘연대’, ‘빛의 혁명’을 반복하는 건 현실 회피다.
경제주권마저 미국의 손아귀에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망 재편, 첨단기술 경쟁의 파고”를 말했지만, 정작 그 위기의 근본 원인이 미국 중심 질서와 그에 대한 종속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8월 1일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발효됐다. 한국 수출품에 15% 관세를 매기고,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미국 현지 공장 확대 ▲방위비 대폭 인상 ▲미국산 무기·에너지 구매 확대를 강요했다.
결국 1년 예산의 절반 넘는 돈이 미국으로 흘러가고, 국방예산은 전시경제 수준으로 부풀려졌다. 자동차·조선·철강·반도체 산업마저 미국만 유리하게 다 퍼주는 협약이 체결됐다.
이 협상은 무역 문제가 아니라 경제 식민지화의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관세를 무기로 한국 경제를 조이고, 한국 정부는 스스로 경제주권을 내줬다.
이 상황에서 ‘실용외교’나 ‘기술 초격차’는 허상일 뿐이다.
남북관계, 자주 없이 신뢰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측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이 신뢰를 얻으려면 대한민국이 미국의 대북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의 승인 없이는 남북관계도 한 발자국 나아가기 힘든 현실에서, 북은 남을 독립적 대화 상대로 인정할 리 없다.
더구나 3일 후 미군과 연합해 대북 핵공격 훈련 ‘을지프리덤실드’를 앞둔 시점에 나온 이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는 공허하기 이를 데 없다. 핵전쟁을 통해 북 체제를 무너트리는 군사훈련을 실시하면서 북측 제제를 존중한다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어쩌면 ‘흡수통일 없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가증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광복 80년, 아직 오지 않은 자주와 평화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나아갈 길도 잃지 않고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길을 정말 ‘우리 스스로’ 정할 수 있는가?
군사·정치·경제 모든 면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미국이라는 구조적 틀 안에 있다.
광복 80년은 과거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자주와 평화를 향한 출발점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볼 때 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는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