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시켜준다며 100만 원 금품 착취”
“스스로 이직할 수 있는 권한 달라”
“이직 요구했다가…아직도 수사받는 중”

“일을 달라고 했더니, 마시던 커피를 나에게 던졌다”
“업무방해로 지금도 수사받는 중이다. 결백하다. 처벌받지 않게 도와달라”
“먹고 살기 위해, 한국에 왔다. 고향에 돌아가면 못 산다”

서툰 한국말로 억울함을 하소연하던 이주노동자들은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이내 목이 멘 소리로 “괴롭힘을 당하는 이주노동자 많다. 사장님들 마음대로 하면 부당하다”며 “도와달라”고 말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 보고대회, 발언 중인 쇼히둘 씨 ⓒ 김준 기자
13일 국회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 보고대회, 발언 중인 쇼히둘 씨 ⓒ 김준 기자

13일 국회 의원회관에 두 명의 이주노동자가 방문했다. 네팔에서 온 비샬 씨와 방글라데시에서 온 쇼히둘 씨다. 민주노총이 주최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 보고대회’에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어렵게 국회를 찾은 거다.

이들이 들려준 현장 이야기는 참담했다. 사업장 변경 권한을 가진 사업주는 변경 동의서를 무기로 임금 삭감이나 퇴직금 포기를 강요했고,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자 연장을 빌미로는 노동조건 저하를 강요하기도 했다. 실제로 쇼히둘 씨는 사업장 변경을 위해 “사업주에게 100만 원을 준 적 있다”고 말했다. 명백한 불법 착취다.

이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스스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다. 민주일반연맹 조사에 따르면, E-2 비자 노동자의 42.9%가 이적 동의서 발급 과정에서 권리 침해를 겪었다. 일부 사업장은 변경 동의서를 무기로 임금 삭감이나 퇴직금 포기를 강요했고, 주거지를 빌미로 압박했다.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도 서슴지 않았다. 비샬 씨는 “사업장 변경을 해달라고 말한 뒤로 사업주가 3개월 동안 일을 주지 않고 있다”며 “기숙사에서도 나가란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사무실에도 못 들어오게 오게 한다”며 “현재는 업무방해로 경찰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최근 알려져 논란이 된 전남 나주 ‘지게차 결박’ 사건도 지난 2월 발생한 일이었으나, 사업장 변경을 할 수 없던 이주노동자가 수개월이 지난 최근에야 이를 알리게 된 거다.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이주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은 5년 사이 3배(225건)가 늘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토론자는 “대한민국이 부끄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의 인구 구조와 경제 여건으로 볼 때, 이주노동자는 앞으로도 한국사회에 필수적인 인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지방의 경우 농어촌·어촌·공단 지역은 이주노동자가 생활·소비 인구로서도 지역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일본·대만·독일 등도 인구 감소 대응책으로 이민·이주노동자 유입을 확대하는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권리보장과 노동조건 개선, 차별 없는 사회통합 정책, 중장기 이민·노동력 전략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는 이제 단지 그들의 인권 문제 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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