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2025.8.10

미국-EU 관세 협정은 "신속한 승리"인가, 아니면 "사기"인가? 골드만삭스는 이 협정이 EU의 GDP를 0.4%포인트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이 협정으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미국에 약속한 일방적인 무관세, 시장 개방, 기준 완화는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농업 이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편집자주]

8월 7일, 미국 정부가 서명한 관세 행정명령이 발효됐다. 여기에는 EU에 15%의 통일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미국은 EU가 수출하는 철강, 알루미늄, 구리 등 산업에 대한 관세는 여전히 50%다. 반면 미-EU 관세 협정에 따르면, EU는 미국에 대한 대량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는데, 여기에는 미국 산업 제품에 대한 모든 관세가 포함된다. EU는 또한 향후 3년간 미국으로부터 7,5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에 6,0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며, 대량의 미국 군사 장비를 구매하기로 동의했다. 또한 미국 산업 수출과 농업 수출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해결하기로 약속했다.

이러한 협정은 "신속한 승리"인가, 아니면 "사기"인가? 골드만삭스는 이 협정이 EU의 GDP를 0.4%포인트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자동차산업협회는 이 협정으로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매년 수십억 유로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EU가 미국에 약속한 일방적인 무관세, 시장 개방, 기준 완화는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의 농업 이익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스웨덴에서 경제무역 회담 직전에 서둘러 체결된 이 협정은 많은 핵심 내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양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빠르게 각자의 주장만 내세우는 "라쇼몽" 상황에 빠졌다. 어떤 제품이 면제를 받았는가? 6,000억 달러 투자는 언제, 어떻게 투자할 것이며, 그 돈은 어디서 나올 것인가? 계산에 따르면, EU가 미국의 연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출을 모두 구매해도 1,400억 달러 정도에 불과한데, 어떻게 3년 내에 7,500억 달러 구매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브뤼셀이 회원국을 건너뛰어 미국 무기를 구매할 권한이 있는가? 많은 문제가 협정의 실행 가능성에 큰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EU는 27개국의 집단적 힘을 가지고 있고, 세계 최대 단일시장 중 하나이지만, 브뤼셀은 일방적인 관세 횡포에 직면했을 때 행동이 느린 거인처럼 행동했다. 각계의 비판 압력 하에, 협정 발표 후 72시간 만에 EU 집행위원회는 이 협정이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단지 정치적 의향을 나타낼 뿐이라고 해명해야 했다. 그러나 브뤼셀이 후회의 기색을 보였음에도 워싱턴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 측은 공개적으로 만약 약속을 철회한다면, EU는 35%의 관세를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워싱턴의 "극한 압박" 전술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인다.

무역 협상에서 위협전략의 핵심은 상대방이 "반격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믿게 하여 충돌을 피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복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EU의 대응은 항상 구두 경고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총을 들고도 쏘지 않는", "말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자세는 아마도 워싱턴으로 하여금 EU의 ‘총’에는 ‘총알’이 없거나, 적어도 방아쇠를 당길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게 했을 것이다. 상대에게 밑장이 들통난 결과, 당연히 협상 테이블에서 불가피한 양보가 이루어졌다. 현지 시간 8월 4일, EU는 미국과의 협정에 따라 미국에 대한 두 가지 보복성 관세 조치를 6개월 동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을 계속하기 위함이다. 다시 한번 주도적으로 양보함으로써, EU는 스스로를 더욱 불리한 위치에 빠뜨렸다.

미-EU 협정이 가져온 불확실성, 막대한 경제적 대가, 내부 분열, 그리고 국제 정치적 차원의 명성 손상은 모두 EU가 오랫동안 추구해온 "전략적 자주성" 노선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으며, EU의 미래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렸다. 그러나 브뤼셀의 일부 정치인들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ㅡ 전략적 자주성의 핵심은 (자신에게 유리한 국제환경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지 "무원칙적으로 충돌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계속해서 자기기만을 하며, 관세를 단순히 "강도를 당하지 않기 위한 기부세" 정도로 여긴다면, EU는 국제 무역의 "새로운 해적 시대"에서 완전히 몰락할 것이다. 만약 계속해서 "워싱턴을 자극하지 않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면, EU는 영원히 "위협-타협-더 큰 위협-더 큰 타협"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것이다. ‘보호비’ 목록은 계속 길어질 것이고, 대외 경제 및 안보 권력 불균형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워싱턴은 우크라이나라는 카드를 가지고 NATO에서 한 차례 가격을 요구했고, EU로부터 그것을 획득한 뒤에도 다시 한 번 갈취하려 하는데, 이는 분명히 EU가 추구하는 지정학적 안보 목표와는 배치된다.

대서양 양안 관계와 자신의 핵심 이익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 치열한 글로벌 게임 속에서 어떻게 동맹의 자주성과 결속력을 유지할 것인가, 어떻게 "전략적 자주성"을 문서상의 내용에서 현실로, 구호에서 행동으로 옮길 것인가는 브뤼셀 앞에 놓인 시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브뤼셀은 전략적인 장기적 안목을 무시하고 내린 각종 타협, 심지어 이웃을 희생시키고 다른 사람의 이익을 희생하는 방식이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제적 존중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뜨릴 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기적 대립의 위험을 감수하는 정치적 용기와 결단력은 EU가 진정한 전략적, 안보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중요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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