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10년째 이어진 사드 반대 촛불… 세 번째 장기집회 기록

9일 오후 5시, 1000번째 김천촛불이 열렸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였지만 김천역 평화광장은 김천시민들과 연대단체로 가득 메워졌다. 2016년 8월 첫 집회를 시작한 김천촛불은 매일, 주간, 월간, 격월 집회로 간격은 달라졌지만 자리를 비운 적이 없다. 집회 옆 부스에는 그간의 투쟁 역사가 담긴 사진전이 펼쳐져 있었다. 광장을 지킨 10년, 김천촛불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오래 이어진 집회가 되었다. 

“천 번의 외침!, 이제는 평화!”를 힘차게 외치며 1000회 김천촛불집회가 시작됐다. 난타공연으로 시작해 민중의례와 율동팀 ‘율동맘’의 무대가 이어졌다. 4살 때 사드가 배치된 이후 엄마와 함께 김천촛불 가는 게 너무 좋아 “사드가 계속 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던 순박한 아이는 어느새 13살이 되어 무대에 올랐다. “여러분을 따라 살아가겠습니다. 존경합니다”라는 말에 참석자들은 긴 박수로 화답했다.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 박태정 노곡리 이장은 대회사에서 “불법 사드 배치 이후 노곡리에 암환자가 12명이나 발생했고 많은 이웃을 잃었다”며 “돈 준다는 보상보다 사드를 빼는 것이 진정한 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천촛불) 천 번을 넘어 사드 뽑고 평화 심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굳은 결심을 밝혔다.

이동욱 김천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시민이 한 명만 나와도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연대를 다짐했고, 김대성 공동위원장은 “여러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김천시민과 연대단체 회원들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성주대책위 이석주 공동위원장은 “꾸준히 하면 반드시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성주대책위 이종희 공동위원장은 “아이들이 크기 전에 뽑아낼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며 “사드가 평화를 해친다는 단순한 진실로 싸움을 시작했고, 우리는 옳았다”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사드가 이미 다 배치됐으니 끝난 거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데 유관순 열사도 일본에게 이미 나라를 뺏겼지만 싸웠다”고 말하며 “김천·성주를 미국의 패권에 맞서는 전초기지로 만들자”고 절절히 호소했다.

원불교환경연대 이태옥 공동대표는 “희망을 잃지 마라! 평화를 놓지 마라!, 우리가 주인이다”라고 구호를 선창하며 같이 집회에 참가한 회원들과 몸짓 공연을 선보였다.

사드 반대 투쟁 3주체라고 일컫는 김천시민대책위, 성주대책위, 원불교의 발언이 끝나고 연대 단체의 지지와 연대 발언이 이어졌다.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김천시민의 자주 외침이 반드시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모두가 맞설 때 미국은 물러설 것”이라며 끝까지 불씨를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연대발언이 끝나고 소정의 후원금이 김천촛불에 전달되었다.

이어 1000회를 맞이해 노래 공연이 줄을 이었다. 가수 신명섭 씨는 “1000회를 맞이해 참 대단한 일을 해낸 것 같아 기쁘지만 한편으로 1000회까지 온 것이 씁쓸하기도 하다”며 짧은 소회를 밝힌 뒤 김천시민들을 위해 열창했다. 1000회 소식을 듣자마자 기차표를 끊고 김천으로 달려온 가수 지민주 씨, 사드가 하루빨리 뽑히길 기도한다며 마이크를 잡은 가수 정진석 씨. 이분들의 열창에 김천시민들은 앵콜로 화답했다. 일부 시민들은 “더 고생시키면 안 된다”며 “앵콜 그만 외치라”고 다그쳤고 일부는 “한 곡만 더 듣자”며 소리쳐 웃음을 자아냈다.

결의문 낭독을 앞두고 무대에 올라온 곽은석 김천시민은 “나의 40대는 김천촛불과 함께였다”며 “1000회를 만든 김천의 열정으로 사드를 반드시 뽑아내자”고 결의를 높였다.

이날 낭독된 결의문에서 김천시민대책위는 “사드 없는 소성리, 미군 없는 소성리가 이 땅의 평화”라며 사드 배치 원천 무효화를 요구했다. 또한 이재명 대통령에게 “소성리 주민들과 김천시민들이 길을 터놓았으니 한반도 자주평화의 당당한 걸음을 내딛기 바란다”며 미국의 날강도적 행태에 당당히 맞서기를 주문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 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드 뽑고 평화 심자”,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천 번의 외침, 이제는 평화”를 외쳤다. 시민들은 노래를 부르며 사드가 뽑히고 평화가 심어지는 날까지 불씨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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