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청문회 6개월 이후] 2보 끝
대대적으로 홍보한 ‘20도 유지’ 진실
4층 물류센터는 9시도 안 돼 34.7도
급조한 휴게실? 접혔던 주름도 선명
도난 우려로 스마트폰 반입도 금지

※해당 기사는 [쿠팡, 청문회 6개월 이후] 1보' 후속 기사로 앞 기사를 보고 오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언론은 쿠팡이 1000억 원 냉방 투자를 했고, 실내가 20도로 유지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줬다. 그러나 쿠팡 야탑센터 3, 4층은 오전 9시가 되기도 전에, 34.7도까지 올라갔다. 동행했던 진보당 관계자는 “안내에 나선 사측 직원들도 비오듯 땀을 흘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이번 달 9~13일 주요 언론사들은 쿠팡이 전국 물류센터 냉방시설 구축을 위해 1000억 원대 투자를 했고, 실내가 ‘20도로 유지’되거나 ‘에어컨이 안 꺼진다’ 말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세계일보 <쿠팡, 폭염에 맞선 1000억 냉방 투자…직원들 “에어컨 안 꺼져요”>
머니투데이 <“밖은 폭염? 안은 20도 유지”…물류 냉방에 수천억 쏟는 쿠팡>

ⓒ 정혜경 의원실
쿠팡 야탑센터 4층, 9시도 안 된 시간임에도 체감 온도는 35도에 달했다. ⓒ 정혜경 의원실

쿠팡 발 보도가 잇따른 건데, 현실은 딴판이었다.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던 8시, 1층은 22대의 선풍기를 틀어놨으나 30도에 육박했다. 택배노조 이행점검단 측은 “이제 8시인데 30도가 넘으면 2회전(오후 분류작업) 때는 34도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하며 “에어컨 시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체온이 내려간다”고 강조했다. 

4층 물류센터에서 만난 한 노동자는 “어지럽지 않냐”는 정혜경 의원 질문에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린 적 있다”고 답했다. “밥 먹는 시간이 있냐”는 질문에는 “쿠팡이 다 그렇긴 하죠”라고 아쉽다는 듯 대답했다.

4층 휴게시설은 천막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현장 증언에 따르면 의원 방문에 앞서 급하게 차린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쿠팡 측은 설치한 지 한달 정도 됐다고 주장했으나 내부 의자도, 천막도 새것이었고, 무엇보다 천막에 접혀있던 주름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직원이 모두 철수해 반문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4층에 설치된 천막 휴게실, 쿠팡 측은 설치한 지 한달이 됐다고 주장했으나, 접혔던 주름이 선명하다. ⓒ 정혜경 의원실
4층에 설치된 천막 휴게실, 쿠팡 측은 설치한 지 한달이 됐다고 주장했으나, 접혔던 주름이 선명하다. ⓒ 정혜경 의원실

휴대폰 반입을 금지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4층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유가 직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하기 때문이었다. “보안시설도 아닌 그냥 분류창고인데, 반입을 막는 이유는 뭐냐”는 질문에 쿠팡 측은 “핸드폰 부속품들을 많이 진열을 하고 있어서 도난을 우려했다”고 답했다.

정혜경 의원은 “노동자를 절도범 취급하냐”고 현장에서 크게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 35도에 육박하는 현장에서 노동자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신고는 어떡하냐”며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따졌다.

사측 직원이 근처에 있어 현장 직원이 말을 소극적으로 답했던 점들을 비추어 보아 외부 신고나, 언론 제보 등을 통제하려 했을 가능성도 있다. 부속품 도난이 우려된다면 CCTV, 출입 기록, 자산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원칙이며 이런 통제는 헌법에 명시된 사생활 자유와 통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인권위도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하는 쿠팡 정책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쿠팡 측은 휴대폰 반입에 대해 설명을 잘못했다며, 이번 점검 내용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추후 의원실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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