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아닌 ‘퇴출 통보’…세무서 현장 노동자들 집단 반발
“너무 열심히 일해서 감축?” 현장의 절규
“눈먼 돈이었나?” 캠코의 이중적 태도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일해야 한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자회사로의 전환을 앞둔 서대문세무서와 중부세무서의 용역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퇴출 통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연대노동조합은 7월 14일 캠코 양재타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지침에 따라 전원 고용승계를 약속하고도 캠코시설관리는 채용을 제한하고, 인원을 감축하며 사실상 고령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규직 전환? 실제론 고용 감축 시나리오

이번 자회사 전환 대상은 서대문세무서와 중부세무서에서 청소·경비·시설 관리를 담당해온 34명의 노동자들이다. 그러나 캠코시설관리는 이 중 서대문은 17명 중 14명, 중부는 17명 중 13명만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심지어 “모두 인성검사를 통과하더라도 초과 인원은 결원 사업장으로 보내겠다”고 덧붙였다. 노동자들 입장에선 사실상 일하던 자리를 박탈당하고 낯선 현장으로 전출당하는 ‘퇴출 통보’인 셈이다.

노조 측은 "기존에 아무 문제 없이 일해왔던 노동자들에게 인성검사를 조건으로 삼고, 과잉 인력이라고 규정해 타 사업장 전환을 강요하는 것은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라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 노동자(65세 이상)는 명확한 배제 대상은 아니지만, 자연감소를 이유로 대기 발령 상태에서 방치하거나 원거리 전환 배치를 통해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감축?” 현장의 절규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미화·경비 노동자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서대문세무서 미화노동자는 "청소 상태가 너무 깨끗하니 앞으로는 대충 하라는 지시와 함께 인원을 줄이겠다고 들었다"며, "이게 정규직 전환이라는 말이냐"고 분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일회용이 아니다. 지하주차장에서 몇 번이나 쓰러질 뻔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이들이, 이제 와서 자회사 전환을 핑계로 '그만두라'고 한다"고 말했다.

경비 노동자 역시 "야간 보안을 없애고 보안기계를 설치하겠다는 방침은 인력을 줄이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간 화재나 비상 상황에서 초기 대응을 누가 하느냐”고 되물으며, 보안 인력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눈먼 돈이었나?” 캠코의 이중적 태도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홍수영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2021년부터 4년간 15명이 근무하던 곳에서 이제 와서 3명이 과잉 배치였다고 한다면, 그동안 임금은 눈먼 돈이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3명을 줄이기 위해 보안장비 설치비용과 운영비를 따로 들이겠다는 건 전형적인 예산 낭비이자 현장 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간접고용 노동자 고용승계 의무화’가 무색하다”며, “이 사례는 이재명 정부 하 첫 정규직 전환 사례인 만큼 그 원칙이 지켜지는지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지적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그대로 일해야 한다”

노조는 자회사 전환의 본래 목적이 ‘비정규직의 고용불안 해소’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재 인원을 그대로 재고용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우리는 과한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존 자리에서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라며, “이들의 일자리를 수치와 비용으로만 따지지 말고, 세무서의 청결과 안전,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임을 직시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 사안은 단순한 인원 감축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의 이름 아래 비정규직을 솎아내고 차별을 고착화하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정부와 캠코가 비정규직 보호의 원칙을 지킬지, 아니면 또 하나의 ‘기만적 정규직 전환’ 사례로 남을지는 이제 국민과 언론의 감시 아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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