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위기가 아닌 자본주의 구조의 붕괴
식민지 수탈에서 신식민주의까지...서방의 지배 방식
자주적 발전을 모색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신흥경제국의 도전, 무너지는 서방의 독점 체제
금융화된 자본주의와 반복되는 위기
서민 혈세·공공성 대가로 치러진 ‘사기업 구제금융’
양극화 심화와 극우 정치의 부상

서방이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경기 침체와 기업 파산, 실업자 증가가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상황은 더 이상 막기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2023년 미국 내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2009년 이후 최다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에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은 2023년 연말부터 기술적 경기침체(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했고, 제조업·수출 의존 구조의 한계가 두드러지고 있다.
프랑스도 물가 상승과 에너지 비용 충격 이후 소비가 위축되며 2024년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도는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생산성 정체, 물가 상승, 공공부문 파업 등이 이어지며 ‘저성장-고비용’ 구조가 고착됐다.
서방세계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일본에서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826개 기업이 파산했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여전히 20% 전후로 고착된 상태다.
일시적 위기가 아닌 자본주의 구조의 붕괴
그 외 다른 서방 국가들에서도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일자리 감축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서방의 전문가들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방의 정치인들과 언론들은 이번 경제위기를 일시적인 경기 변동이나 경제 부문 간의 일시적인 불균형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광범위한 노동대중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변명에 불과하다.
서방의 경제위기는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자본주의 제도 자체에 뿌리를 둔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다.
세계경제포럼의 한 인사는 독일 파이낸셜 타임스 도이칠란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더 이상 오늘날 세계에 적합하지 않다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국 칼라일 그룹의 한 임원도 "서방이 지금의 경제 방식을 시급히 바꾸지 않는다면 자본주의는 끝장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식민지 수탈에서 신식민주의까지...서방의 지배 방식
자본주의는 말 그대로 자본이 지배하는 체제이며, 시장 확장을 통해 이윤율을 높이고 자본을 증식시키면서 유지된다. 이러한 방식은 생산수단의 자본주의적 소유와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초기 자본 축적 단계에서 자본가들은 자국민과 식민지 국민들을 가혹하게 착취해 부를 축적했다면, 제국주의 시기 국가독점자본주의에 기반한 독점기업과 다국적기업은 신식민주의적 수탈을 통해 거대해졌다.
서방 열강은 과거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지에서 식민지 분할과 약탈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챙겨왔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식민지 체제가 무너지며 제국주의는 치명타를 입었다.
이에 따라 제국주의 국가는 ‘원조’라는 명목으로 독립 국가들에 경제적·정치적으로 종속을 유도하는 신식민주의 전략을 펼쳐왔다. 공식적인 독립은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경제 구조를 장악해 지배력을 행사해온 것이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독립은 이뤘지만 산업기반이 약해, 여전히 저렴한 자원과 노동력을 서방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 자주적 발전을 추구하면서, 서방의 일방적인 경제 침투와 종속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이로 인해 자본의 이윤율은 크게 낮아졌고, 지금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자주적 발전을 모색하는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여기에 더해 신흥경제국의 부상은 자본의 침투공간을 더욱 좁혀, 자본주의 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과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며 타국을 통제했지만, 지금은 신흥경제국들이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해 서방의 경제적 지배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들은 상호 협력과 교류를 통해 서방의 독점적 지위를 흔들고 있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는 2024년 1월부터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해 총 10개국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공동결제시스템 개발, 무역에서 달러 의존도 축소, 자체 통화 결제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에 도전하고 있다.
신흥경제국의 도전, 무너지는 서방의 독점 체제
또한 세계 GDP에서 개발도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이른바 G7의 경제 규모는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이는 새로운 국제경제질서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되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GDP에서 G7의 비중은 30%대 초반, 반면 G20 중 개발도상국 몫은 50%를 넘겼다.
특히 중국은 세계 GDP의 약 18%, 인도는 7%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과 유럽을 위협하는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다.
서방 국가들도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약화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한 연구소 소장은 “G7은 전 세계 인구의 10%도 대표하지 못하며, 경제성장률도 신흥국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위상은 개발도상국에 의해 크게 낮아지고, 그에 따라 자본의 투자처도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자본의 축적을 억제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윤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결국 자본 증식의 한계가 도래한 셈이다.
금융화된 자본주의와 반복되는 위기
서방 각국에서는 실물경제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대규모 자본이 투기로 몰려들고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윤율 하락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자본가들은 이윤을 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서방 세계는 금융업 중심의 구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금융업이 수익 창출의 중심 무대가 되었다. 1984년 금융업이 전체 산업 이익에서 차지하던 비율은 9.6%였으나, 2002년에는 37%에 달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급락했으나 현재까지 20% 수준을 유지할만큼 높다.
서방 국가는 이러한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 자금을 끌어들이고 투기적 활동을 벌이며, 겉으로는 자본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는 반복적으로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10여 년 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서방 전체로 확산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주택이 투기의 주요 대상이었고, 그 결과 부동산 거품이 형성됐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투기로 수익을 챙기던 주택저당대부회사들이 거품 붕괴로 도산했고,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줄줄이 파산했다.
이 위기는 서방 전반으로 빠르게 번졌고, 미국 경제는 중환자실에 들어간 상황처럼 위독해졌다. 주요 신용평가사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처음으로 하향 조정했다.
서민 혈세·공공성 대가로 치러진 ‘사기업 구제금융’
그 뒤 실제로 세계 경제에서 개발도상국의 비중이 강화되는 반면, 서방 자본주의 국가는 점점 더 침체와 혼란에 빠지고 있다.
위기 때마다 서방 정부는 세금을 재원으로 은행이나 대기업의 자산을 매입하거나, 자본을 직접 투자(부분 국유화)해 파산을 막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는 ‘구제금융(TARP)’을 통해 약 7천억 달러를 은행·보험사·자동차 기업에 지원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과 중산층에게 돌아갔다. 사기업의 손실을 공공이 떠안은 셈이다.
반대로 공적자금을 투입한 후 정부 부채가 증가하면, 이를 상쇄하기 위해 사회복지 예산, 공공서비스, 임금 등을 삭감했다.
양극화 심화와 극우 정치의 부상
결국 빈곤층이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사회 폭발의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과 이후 극우 민병대 및 음모론 세력의 정치적 결집이 두드러졌고, 유럽에서도 프랑스의 르펜,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 이탈리아의 극우 연합 등이 반이민·반엘리트 정서를 등에 업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자본주의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저항의식도 커지고 있다.
바야흐로 서구 사회는 자본의 자체 증식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실물 부문은 물론 금융 부문에서도 더 이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본의 증식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자본주의 체제는, 이윤율의 한계 도달과 함께 서방의 몰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