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의혹 수사, 사건 배당
리박스쿨, 국민의힘의 하청?
김문수, 이주호와도 인연 깊어
“교육부, 방조 정황 조사 필요”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단체 리박스쿨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단체 리박스쿨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이 대선 앞두고 극우 성향 단체와 손잡고 여론조작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극우 성향의 역사교육 단체 ‘리박스쿨’을 앞세워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조직원을 침투시키고, ‘자손군’이라는 온라인 댓글 부대를 활용해 특정 후보에 대한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교육부 자문 시스템까지 얽혀 있다는 점에서, ‘국가기관과 공교육을 총동원한 ‘선거판 기획통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리박스쿨 사태에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리박스쿨과 김문수 후보 사이의 접점이 너무 많다. 2018년 강연, 2019년 선거교육 협력, 2025년 지지선언까지 이어지는 인연은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산하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야3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이날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사이버 여론조작과 교육현장 침투를 연계한 정치공작”이라며 전면적 수사를 촉구했고, 경찰은 “강력하고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경찰은 현재 고발인 조사와 증거 채집을 진행 중이며, 관련자 소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박스쿨, 국민의힘 하청?

최근 뉴스타파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자손군’이라는 명칭의 댓글 조직을 운영해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여론 조작 활동을 벌였고, 그 참여 인원 다수를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에 강사로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정신 계승’을 내세운 민간 교육단체로, ‘창의체험활동지도사’라는 이름의 민간 자격증을 자체 발급하며 강사 인력을 조직적으로 모집했다. 뉴스타파의 잠입 취재 결과, 이 자격증을 발급받은 일부 인원이 실제로 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수업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명의로 운영됐으며, 서울교육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에 참여한 강사들이 ‘자손군’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조작과 공교육 침투가 연계된 정치공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손군은 ‘자유손가락군대’의 줄임말로, 온라인 포털 뉴스 기사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을 집단적으로 작성하고 공감 수를 조작해 노출 순위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제기됐다. 이들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방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 댓글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부모 단체’ 명의로 이재명 후보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자리를 주선한 인물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 자리의 발언자 중 상당수는 리박스쿨 산하 자손군 조직원으로 확인됐고, 일부는 방과후 강사로도 활동 중이었다. 기자회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함께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기자회견은 조작된 여론을 기반으로 한 정치 활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김문수, 이주호와도 인연 깊어

김문수 후보와 리박스쿨의 과거 관계도 확인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리박스쿨의 전신인 프리덤칼리지장학회가 주최한 교육 행사에서 김 후보는 강사로 초청됐고, 장학회에 기고문을 남긴 바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리박스쿨이 진행한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 프로그램에는 김문수TV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가 포함된 보수단체가 김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지지선언은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주선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수 후보 측은 현재까지 리박스쿨과의 연계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또한 해당 단체와의 조직적 관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가 현직 교육부장관 이주호 씨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는 교육부와의 제도적 연결 고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정책자문위원회는 장관 직속 기구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자리이다. 손 씨는 교육계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에 위촉됐으며, 그 인선 과정에서 교육부 내 특정 인사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교육부 방조·협조한 정황 조사 필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6월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손효숙 대표를 추천한 인사는 이주호 장관의 최측근 정책자문관 중 한 명으로, 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교육부가 방조 또는 협조한 정황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 영상에서는 리박스쿨 측이 “늘봄학교 시스템을 활용해 뉴라이트 역사관을 전국 교육현장에 확산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방과후 교사 채용을 위한 자격증 발급이 이 목적과 연결된 구조였음이 확인된다.

이번 사건은 사이버 여론조작이 교육정책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활용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민간자격증 관리 체계, 방과후 위탁교육 제도, 교육부 자문위원 선정 시스템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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