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호소문 낭독, "절체절명 위기, 김문수에게 힘모아달라"
“신분증 돌려막기” 주장까지… 비논리적 음모론 확산
“감방 보내자” “정신병자”...폭력 부추기는 극우 발언
투표율 90% 안 나오면 ‘북한 연방제’? 전광훈식 공포 선동
선거법과 헌정 질서 부정… “윤석열 복귀” 외친 전광훈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또다시 ‘부정선거’ 음모론을 들고 나왔다.
31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집회 “5·31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 대회”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이 무효라는 주장과 함께, 6월 3일 대선을 “북한식 연방제로 넘어가는 분기점”이라 규정하며 ‘선거 무효론’까지 제기됐다.
거대한 음모론과 거친 반공 선동, 그리고 사실과 근거가 부재한 주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이날 집회에는 약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참석해 ‘윤 어게인’, ‘선관위원장 사퇴하라’, ‘사전투표는 무효다’는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까지 등장해 강경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윤석열 호소문 낭독, "절체절명 위기, 김문수에게 힘모아달라"
이날 집회에서는 윤석열이 전광훈 목사에게 보낸 호소문이 대독됐다.
호소문에서 윤석열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몰아달라"며 "이 나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정상 국가의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으나 한마음 한뜻으로 용기를 내고 힘을 합치면 자유와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3불법계엄에 의한 내란 재판을 받는 윤석열이 처벌을 피하고자 필사적으로 정권연장을 호소하고 있는 셈이다.
“신분증 돌려막기” 주장까지… 비논리적 음모론 확산
무대 위 발언은 한층 자극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선관위가 신분증으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을 인정한 점을 문제삼으며 “카드 돌려막기는 들어봤어도 신분증 돌려막기는 처음 본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학생증으로 세 번 다 하면 이게 몇 퍼센트냐”고 외쳤다. 선관위의 유권자 인증 체계에 대한 무지에 입각한 이 발언은 투표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 청년 참가자는 전북 부안군 사례를 인용하며 “총인구수는 2,033명인데 사전투표자가 2,284명”이라며 “종로 인구가 100명인데 투표자가 200명 나왔다는 것과 다름없다. 주사파에게 주권을 넘겨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해당 주장은 어떤 공식적 근거도 없으며,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관외자들이 참가할 수 있는 사전투표의 특성상 실제 선거인 수가 주민등록 인구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감방 보내자” “정신병자”...폭력 부추기는 극우 발언
일부 발언은 혐오와 폭력적 암시까지 서슴지 않았다. 한 60대 여성은 “이재명과 그 아들을 감방으로 보내자”, “방탄조끼 입고 방탄유리 쓴 사람은 감방으로”라며 특정 정치인을 겨냥했고, ‘국민저항권 발동’을 주장했다.
보수 유튜브 채널 대표 이선진 씨는 “사전투표 봉투를 열었더니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오지 않나. 남편 신분증 들고 와서 부인이 대신 두 번 투표를 시도했다”며 “이런 꼴을 보고도 우리가 정신병자냐, 진짜 정신병자는 그들”이라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미 지난 선거에서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투표율 90% 안 나오면 ‘북한 연방제’? 전광훈식 공포 선동
전광훈 목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6월 3일 대선에서 결판난다. 북한의 연방제로 갈 것이냐, 대한민국으로 남을 것이냐”며 극단적인 이분법을 제시했다.
“사전투표는 완전한 사기다. 본선거 투표율이 90% 넘어야 한다. 80%면 연방제로 넘어가게 돼 있다”는 그의 말은 공포와 허위 사실에 기반한 선동이었다.
전 목사는 이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이 연방제에 서명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정강정책에 ‘연방제’가 명시돼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명백한 허위 정보이며, 민주당은 그 어떤 공식 문서에도 연방제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전 목사의 이 같은 주장은 “7・4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선언, 4・27판문점선언 및 9월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합의를 존중·계승하고 적극 이행한다”는 구절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선거법과 헌정 질서 부정… “윤석열 복귀” 외친 전광훈
또한 그는 “윤석열이 복귀해야 한다. 정청래가 내란죄를 철회했으면 헌재는 각하하거나 무효로 판결했어야 한다”며 헌법 절차를 무시한 주장을 내놓았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다 개판”이라 표현하며, “우리는 박정희의 5.16 정신으로 갈 수밖에 없다. 헌법 위의 권위는 국민저항권”이라는 그의 발언은 헌정 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수준이다.
이날 집회에는 전광훈 목사와 연관된 알뜰폰 사업자 ‘퍼스트모바일’, 조직화된 지역 부스 ‘자유마을’ 등 상업적·조직적 기반이 함께 어우러졌고, 곳곳에는 ‘헌금’ 명찰을 단 관계자들이 등장해 종교적 색채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합적 양상을 보였다.
이날 집회는 단순한 정치적 표현을 넘어, 허위 정보와 반헌법적 발언, 혐오와 선동이 결합된 위험한 극우 정치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허위와 조작, 폭력을 정당화하는 주장은 그 자유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극우 정치의 광장에서 터져나온 선동은 점점 더 조직화되고 있고, ‘선거 불복’의 메시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민주주의를 갉아먹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