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연합 군사훈련 도중 전투기 오폭으로 피해를 입은 경기도 포천 노곡2리(낭유리) 주민들이 29일 서울로 올라와 국방부와 정부를 규탄했다. 피해 발생 후 석 달이 지났지만, 정부로부터 치료비나 보상은커녕 아무런 실질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폭로했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정문 앞에서는 ‘포천 노곡2리 전투기폭격 피해배상투쟁위원회’가 주최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현장에는 피해주민 70여 명을 비롯해 진보당, 시민사회가 함께했다.
주민들은 3개월 가까이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를 터뜨렸다. 한 주민은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하고 눈물이 난다. 밥도 약도 모두 끊길 만큼 생계가 무너졌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조사만 한다며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건이 터졌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였을 뿐, 지금은 아무 연락도 없다”며 “우리는 국민이 아니라 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 주민들은 국방부 민원실을 찾아 책임자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경찰이 막아섰다. 주민들은 “국가안보라는 이름 아래 70년 가까이 군사훈련의 피해를 참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국방부는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후 1시에는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무능·무책임 정부 규탄 주민대회’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도 “재난지역 선포만 해놓고 치료비 한 푼 지급하지 않는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며 “생명을 지켜야 할 국가가 국민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진보당 포천가평지역위원회 이명원 위원장은 “더는 이 땅에서 국민이 전쟁 훈련의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피해주민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과 보상, 군사훈련 일정 사전 통보, 접경지역 훈련 중단 등을 요구했다.
포천의 민가 상공을 날아다니는 전투기 소리는 여전히 주민들의 일상을 짓누르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정부가 더는 이들의 고통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절박하게 외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