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윤석열과 이구동성
이준석, 기후위기에 색깔론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2차 토론회.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윤석열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색깔론과 갈라치기 주장을 계속했다.
이재명 후보는 “사회통합의 가장 큰 방해 요소는 우리사회 최고규범인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세력에 있다”면서 김문수 후보에게 ‘내란수괴 윤석열, 극우세력 전광훈과의 관계를 단절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극우내란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전광훈이 감옥에 갔을 때 눈물을 흘릴 관계를 청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이 후보의 의구심에 김 후보는 “눈물 흘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거짓 변명이다. 김 후보는 2020년 3월 전광훈 교회인 사랑제일교회 예배 상영 중 전광훈의 석방을 요구하며 눈물을 흘렸다.
‘부정선거’도 이날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비판하는 요소였다. 김문수 후보는 이때도 마찬가지로 부정선거 망령에 빠진 윤석열의 주장에서 벗어나 보려 했다.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것이지 제가 한 것도 아니고, 저는 한 번도 그런 문제를 제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2020년 9월 자신의 SNS에 “4.15부정선거 국민투쟁본부 진실버스투어에 함께 했다”는 글을 올렸고, 2020년 4월 30일 기독자유통일당의 ‘4.15총선 투표함 증거보전 신청’ 기자회견에도 참석했다. 2021년 6월 28일엔 4.15총선 무효소송 재검표가 진행된 인천지법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도 참석했다. 거짓 답변을 한 것이다.
한편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가정사를 거론하며 ‘사회통합을 말하기 전에 가정부터 챙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인신공격에 불과했다. 이재명 후보가 ‘형님을 강제 입원시켰다’고 주장한 차명진 전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2015년 ‘허위사실 유포’로 확정 판결을 받았고, 김웅 전 의원(국민의힘) 역시 법적 조치가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 대응방안과 관련한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에 핵발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김 후보는 ‘핵발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후쿠시마는 폭발한 게 아니며, 바닷속 지진으로 인한 해일로 누수가 된 것”이라며 사실관계를 부정했다. 2021년 여름, 윤석열의 발언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당시 윤석열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원전(핵발전소)이 폭발한 것은 아니다. 지진하고 해일이 있어서 피해가 컸지만 원전 자체가 붕괴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방사능 유출은 기본적으로 안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진실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당시 1~3호기에서 노심용융(core meltdown)이 발생했고, 1, 3, 4호기에서는 수소 폭발이 발생했다. 누구나 다 아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에 대한 사실을 대국민 앞에서 부정한 것이다.
김 후보는 이날 기후위기 관련 토론에 임하며 시종일관 핵발전 확대를 주장했다. 핵발전 사고 발생에 대한 위험성, 폐기물 처리 등의 문제를 우려하는 상대 후보에게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원전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에게 “원전에는 가보았느냐”며 ‘가봐야 원전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는 식의 황당한 논리를 펼쳤다.
한편, 이준석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도 색깔론을 펼치며 갈라치기 태도를 보였다. 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중국 동쪽에 원전이 많은데 위험도를 어떻게 보느냐”면서 “중국에는 별말 안 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준석 후보는 또, 진보진영에서 대체에너지 개발을 주장해온 것과 관련해 “지금 중국산 풍력(발전) 장비나 태양광에 대해, 중요한 상황에서 안보적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킬 스위치’ 같은 것이 내장돼 있다는 이야기가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는 음모론을 흘렸다. 기후 관련 토론을 하다 친중 색깔론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갈라치기 이력엔 답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 “남녀 갈라치기, 장애인 혐오, 차별금지법 반대 등으로 분열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혐오 낙인을 찍으려면 구체적으로 말씀하시라”며 답변을 피해 갔다. 권 후보는 “전장연와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왜 발생했는지 그것을 먼저 물어야 한다”면서 “원인이 있고 결과가 있는 것인데 이 후보는 결과에 따른 갈등 상황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영국 후보는 김문수 후보를 향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김 후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처벌 위주로 되어 있어 중대재해 예방을 우선으로 하고 처벌은 그다음에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주 스스로 예방의 노력을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하면 그 책임을 묻겠다’는 중대재해법 취지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주장이었다.
권 후보는 “중대재해 발생 시 재해 책임이 있는 사업주가 처벌되지 않으니 안전조치도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문수 후보는 지난 15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 축사에서도 중대재해법 ‘폐지’를 거론했다. 이에 권 후보는 “폐지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권영국 후보는 이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일으킨 SPC 중대재해를 꼬집고, 폐기물 처리 대안 없는 핵발전을 “화장실 없는 아파트”에 비유하는 등 극우보수후보들에 진보정당 후보다운 일침을 남기는 한편,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부자증세’, ‘공공병원 확충’, ‘기후정의세 도입’, ‘핵발전 없는 대한민국’ 등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