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세종호텔 노동자 고진수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오늘(23일)로 100일째다.

100일을 맞아, 고진수 노동자를 응원하는 모든 이들은 빛의 광장에 울려 퍼진 목소리를 떠올린다.

고진수 노동자가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 광장에서 외친 ‘사회대개혁’ 실현이라고 말한다.

▲ 고공농성 100일을 맞은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서비스연맹
▲ 고공농성 100일을 맞은 고진수 세종호텔지부 지부장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은 코로나 시기,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고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곳에서 일한 노동자 대부분을 해고했다. 2021년 12월의 일이다.

노조는 이 정리해고가 코로나를 핑계로 한 ‘노조 탄압’의 일환이라고 진단한다. 회사와 껄끄러운 관계였던 세종호텔지부를 사실상 와해시키며, 2011년부터 이어온 노조탄압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의도였다는 것이다.

세종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건 사학비리 혐의로 악명 높은 대양학원이다. 2009년 사학비리 문제로 물러난 주명건 이사장이 호텔 회장이 된 후 다시 노조탄압이 시작됐다. 2011년 복수노조가 생긴 뒤 민주노조(세종호텔지부)가 교섭권을 뺏기자 세종호텔은 본격적인 아웃소싱을 시작하며, 정규직을 대폭 줄었다. 지부 조합원들을 콕 찍어 해고했다.

부당해고에 맞선 노조의 복직 투쟁은 벌써 1261일째가 되었다. 윤석열 파면 촉구 집회가 한창이던 시기인 지난 2월 13일 새벽 5시, 고진수 지부장은 자신이 일하던 호텔 앞에 세워진 10미터 높이의 교통시설 구조물에 오르는 고공투쟁을 선택했다. 광장 시민들은 고공에 오른 고진수를 응원하기 위해 세종호텔 앞으로 행진했다.

혹한의 추위와 때아닌 폭우까지 견뎌온 고공농성 100일을 맞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은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의 복직’을 촉구하는 투쟁들을 이어갔다.

같은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세종호텔 노동자 복직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들은 광장에서 외친 ‘노동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떠올리며 “억울하게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것, 일상의 삶을 되찾는 것이 노동 존중의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새 정부를 향해 “정부의 감염병 대응 정책 시기 피해자가 된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서비스연맹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서비스연맹

광장의 목소리 “고진수는 땅으로, 해고노동자는 일터로”

“여기 땅에서는 세종호텔에 숙박객들이 드나드는 게 훤히 보입니다. 사람들은 호텔에 들어가서 잠을 자고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호텔 식당에 고진수는 없습니다. 일식 조리사로 일해온 노동자는 여전히 철제 구조물 위에서 밥 먹고, 잠자고,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_하인주 백화점면세점노조 수석부위원장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 나선 서비스직종 노동자들은 “고진수가 땅을 밟고, 해고자들의 복직하는 것이 바로 사회대개혁”이라며 하늘 감옥에 있는 고진수를 응원했다.

홍창의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세종호텔 복직 투쟁은, 언제든 재난 시기가 올 수 있으며, 자본은 경영 위기를 핑계로 자신들의 입맛대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탄압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면서 “이 투쟁은 고진수 한 사람만의 투쟁도, 세종호텔 해고자들만의 투쟁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을 파면시킨 광장의 목소리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로운 정부는 그 열망을 받아 안아 사회대개혁의 임무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노동조합 혐오 없는 세상, 눈치 보지 않고 부당함을 얘기하고 우리의 권리를 외칠 수 있는 세상, 그 길이 사회대개혁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서비스연맹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서비스연맹

이정민 서비스연맹 관광·레저분과 의장은 “코로나를 핑계로 해고했지만, 코로나가 끝난 이후에도 복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호텔은 흑자로 돌아섰고, 인력이 필요한 곳엔 해고된 노동자들 복직 대신 비정규직 인력으로 채웠다”면서 “국가의 감염병 방역정책이 기업의 구조조정 명분으로 이용되었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전가된 만큼, 새 정부가 세종호텔 문제 해결에 책임 있는 당사자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배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높은 철탑 위로, 하늘 감옥으로 올라가야만 그 목소리를 듣는 이 사회가 부끄럽고 원망스럽기만 하다”면서 대선 후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노동을 말하고, 약자를 말하면서, 정작 철탑 위의 절규는 들리지 않는 것이냐”며 “광장의 힘으로 만든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이곳에 와서 절박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해고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서비스연맹은 이날 오후 ‘세종호텔 고공농성 100일 투쟁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저녁엔 ‘고공농성 승리를 위한 문화제’를 개최한다. 고공농성장 인근엔 ‘희망 텐트’도 설치해 고진수 지부장과 함께 1박2일 농성할 예정이다.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서비스연맹
▲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복직 촉구’ 서비스노동자 선언 기자회견 ⓒ서비스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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