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일 공군이 22일 한반도 남쪽 한일 ADIZ 중첩 구역에서 훈련을 했다. 위쪽 전투기 2대가 한국 F-15K, 가운데 3대는 미 F-16과 B-52H, 아래 2대는 일본 F-2이다.
▲ 한미일 공군이 22일 한반도 남쪽 한일 ADIZ 중첩 구역에서 훈련을 했다. 위쪽 전투기 2대가 한국 F-15K, 가운데 3대는 미 F-16과 B-52H, 아래 2대는 일본 F-2이다.

2025년 5월,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동아시아에서 부상하는 핵 이중위협: 가디언 타이거 I·II 테이블탑 연습에서의 통찰’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가디언 타이거 I·II’라는 두 차례의 테이블탑 워게임 시뮬레이션을 분석한 것으로, 2030년경 한반도와 대만을 둘러싼 미국-북중 간의 동시 충돌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한국의 군사주권을 무력화하는 동북아사령부(NEACOM)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에는 “미국이 북이나 중국과 충돌할 경우, 다른 쪽의 개입을 억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은 북, 중국과 동시에 전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문제는 이러한 전략으로 인해 한국은 미국의 ‘이중 핵 위협’ 대응을 위한 ‘고정된 핵항모’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의 시나리오에서는 동시 전쟁을 위해 동북아 통합사령부(NEACOM) 창설한다. 이 사령부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의 4성 장군급 부대이며, 주한미군(USFK)과 주일미군(USFJ)을 통합 지휘한다. NEACOM 하에서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전면적으로 미군의 지휘 아래에 놓이는 것이다.

NEACOM은 핵·비핵 공격에 대비한 펄스 작전, 정보심리전, 사이버전 통합 관리까지 포함한 다기능 지휘체계다. 이는 한국이 어떤 결정도 독자적으로 내릴 수 없는 종속 구조를 예고한다.

한국은 핵 공격 감당하라는 미국

보고서는 또한 미국이 북한의 제한적 전술핵 공격에 대한 ‘흡수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과 일본이 ‘저위력 핵 공격’을 감내하면서도 작전을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이 핵을 쓰면 정권이 끝난다’는 기존의 확장억제 전략은 2030년이 되면 무력화될 것이고, 결국 한국이 핵 공격을 받으면서 싸워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것은 미국이 핵 억지 전략의 실패를 ‘한국의 희생’으로 대체하겠다는 시나리오다. 한국군은 핵폭발 이후에도 작전을 계속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기지 생존성 훈련’을 정례화하고 이를 공개하라는 권고까지 포함돼 있다.

이 보고서가 단지 군사작전 계획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정보전과 심리전’까지 미국의 통제하에 움직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맹국들이 “미국의 전략 메시지 체계에 통합되어야 하며, 독자적인 여론전은 비효율적”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한미 간 작전 협조 차원을 넘어 위기 시 대국민 메시지조차 미국과 조율하라는 뜻이다.

한국의 군사주권, 전략주권, 정보주권이 통째로 종속될 위험

결국 이 보고서가 제시하는 미래는 단순한 한국이 자체적으로 전쟁을 회피하거나, 확전을 제한하거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자주적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는 구조다. 작전 지휘권, 군사 전략, 심지어 대국민 메시지까지 미국에 종속된다. 한국은 핵 공격을 받고도 미국의 작전을 수행해야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애틀랜틱 카운슬 보고서는 미국이 동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방법이 한국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원 씨어터(One Theater, 전역 통합) 구상, 주한 미군 사령관의 ‘한국은 핵 항모’ 발언 등은 이런 구상이 전방위적으로 준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미국의 ‘핵 전쟁 희생양’으로 전락할 것인가, 주권을 지킬 것인가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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