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신구 극우주의 비교 ⑤

미국의 네오콘에는 전통적인 보수,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과 유대인 등이 포함돼 있지만, 일부는 서구의 반공좌파 주로 트로츠키주의자와 관련이 있다. 한국의 경우 반북좌파가 여기에 해당한다.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해외 분쟁을 조장하거나 개입하려는 네오콘은 중동에서 연이어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민주주의 국가, 자본주의 국가 건설에 실패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모두 패배했다. 개입주의는 신극우인 트럼프에 의해 사실상 폐기됐다.
트럼프주의는 굴뚝산업과 첨단산업의 긴장, 가부장사회 등 기존 사회질서의 쇠퇴에 대한 반발, 자본주의 불균등 성장에 따른 외국인 유입과 관련이 있다. 중동에서 제국주의 전쟁으로 생긴 대규모 난민이 유럽에 유입되면서 트럼프주의는 유럽에서 먼저 생겼다. 즉 국제적 흐름이다. 다만 대중조종의 측면 때문에 신나치 혹은 신파쇼의 성격을 지닌다.
1차대전 직후 국제연맹의 실패로 미국은 2차 대전 개입 때까지 고립주의 노선으로 후퇴했으나 2차 대전 직후 국제연합의 발족과 주도로 인해 세계경찰로서 개입주의 노선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유지해왔다. 트럼프주의는 세계경찰로서 미국의 비용에 대한 반발이며, 2차 대전 이후 최대의 외교적 충격이다.
트럼프주의는 냉전붕괴 이후 미국 일극체제, 미중러 분업체제의 후유증이다. 트럼프주의가 당분간 미국 여론의 지지를 받다가 약화되겠지만 이러한 경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세계경찰로서 미국의 위상추락은 불가피하다.
서북청년단, 자유총연맹, 재향군인회, 새마을운동, 바르게살 운동 등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부파쇼의 반공세력이다. 뉴라이트는 박정희 잔재, 한국의 발전을 반영한 진화론적 개종주의자인 자유주의 지식인, 전향한 좌파와 주사파 등 운동권, 교회, 탈북자들이며, 친미의 반공세력들이다. 뉴라이트는 기존의 관변단체와 달리 자발적, 대중적 특성을 지닌다.

한국에서 뉴라이트의 등장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권력이동'이 그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세대 국제대학원 박명림 교수는 "보수단체들이 노무현 정부의 등장으로 보수적인 정책이 반영될 채널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라고 지적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북한에 대한 안티로서의 보수세력이 사회의 확실한 주류였던 시절에는 구태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두 차례 대선에서 보수진영이 연달아 패배한 것이나 남북화해 분위기 속에 U대회에 북한이 '평화'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상황 모두가 보수세력에게 위기감을 느끼게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상호 박사에 따르면 네오콘이 1968년 학생봉기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문화적 다원주의와 정치적 급진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을 배경으로 출현했다면, 뉴라이트는 87년 민주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과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우익세력의 반발을 자양분 삼아 성장했다. 두 집단은 절대적 선악개념(네오콘)과 반공주의(뉴라이트)라는 ‘피·아 이분법’을 공유하는 가운데 사회·경제 정책에서는 △작은 정부 △규제 완화 △노동 유연화 △복지의 시장화 등 신자유주의 기조를 동일하게 내세운다.
지식인 운동에서 출발해 대중 운동으로 확산됐다는 점, 기독교 우파의 물적·재정적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두 세력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조직 형태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전국조직이 없고 분산적·분권적 양상을 보이는 네오콘과 달리 뉴라이트를 대표하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17만 회원에 지역별·부문별 연합을 거느린 중앙집권적 형태를 띠고 있다. 정당·기업과의 관계 역시 네오콘이 공식적·직접적이라면, 뉴라이트는 비공식적·간접적이다. 정당·선거제도와 정치자금법이라는 정치적 기회구조의 차이가 상이한 조직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정 박사의 분석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기독교가 보수 혹은 극우세력의 이론적 토대이지만 한국에서는 반공을 매개로 극우기독교와 반공세력들이 결합돼 대규모 집회가 빈번하다는 특징이 있다. 극우유튜버, 극우정당, 극우기독교는 위기감 속에서 대규모 집회를 공동으로 열고 있지만 그 기반은 축소되고 있다.
자유총연맹과 같은 관변단체는 정권교체에 따라 극우적 성격을 조정하면서 과거의 영향력을 점차 잃고 있다. 자발적인 뉴라이트는 조직과 재정 문제로 위축됐다. 정치세력화한 뉴라이트는 선거에서 참패함으로써 실질적인 영향력을 상실하고 있다. 재향군인회 등 예비군 단체들도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아 극우집회 참여가 과거와 같지 않다. 채상병 사태 이후 일부 해병대 예비역 조직들이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탈북자들도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극우집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극우적 기독교도 코로나방역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기독교 기반을 잃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들어 극우집회는 광화문파와 여의도파로 양분돼 세를 결집하고 있으나 전광훈과 손현보 등 일부 목사들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매주 탄핵찬성 집회보다 많은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들에 영향받은 국민의힘과 극우층이 결집하면서 극우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극우언론의 여론조사에서 시작된 극우여론의 과잉대표는 한국개럽이나 전국지표여론조사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극우에 반대하는 여론층이 적극적인 응답을 하면서 극우의 과잉대표 현상은 완화되고 있다.

이미 극우집회의 토대는 과거보다 협소해진 상태이다. 윤석열이 탄핵이 되고 대선국면이 시작되면 탄핵불복세력은 쇠약해진다. 광화문과 여의도에 모인 대부분의 기독교 신자들은 독자적인 극우정치조직화로 나가기 어렵다. 일부 극우정당의 대선후보가 의미 없는 득표를 하면서 극우집회의 동력의 대부분은 국민의힘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의 극우는 전쟁과 난민에 시달리는 유럽이나 백인노동자의 불만으로 시작된 미국의 극우화 현상과 달리 기층적 요구가 없다. 냉전시대의 이념대립을 기반으로 한 친미세력, 친일세력, 기독교세력의 연합이다. 이들은 이미 국민의힘의 지지토대이므로 별도의 정치세력화의 원동력이 되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