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화의 역기능: 생산적 경제를 잠식하는 자산 투기
규제와 공공성: 금융을 다시 공적인 영역으로
진보 금융의 방향: 생산적 부문과의 연계
누구를 위한 금융인가?

▲임수강,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 금융 성장의 역설》, 더늠, 2025.
▲임수강,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 금융 성장의 역설》, 더늠, 2025.

경기연구원 기본금융 정책 연구책임을 역임하고 민주노동연구원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임수강 박사의 신간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가 출간됐다.

임 박사의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는 금융을 단순한 시장 메커니즘이 아닌 정치적 권력의 산물로 해석한다.

저자는 금융의 성장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특정 계층(금융자본가, 부유층)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은행의 고수익이 오히려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역설, 가계부채 증대가 금융기관의 담보대출 확대 전략과 연결된다는 분석, 중앙은행의 '독립성' 신화가 실제로는 자산가 편향적 정책을 은폐하는 장치임을 폭로하는 내용은 금융 체계의 비민주성을 낱낱이 드러낸다.

금융화의 역기능: 생산적 경제를 잠식하는 자산 투기

이 책의 핵심 논지는 "금융의 과잉 성장이 실물 경제를 위협한다"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 시스템은 부동산 담보대출과 자산 거품에 의존해왔으며, 이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금융 배제(저신용층의 금융 접근 차단)를 낳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융기관의 '공공성' 상실에 대한 비판이다.

저자는 상업은행이 공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서민대출보다 부유층 대상 PB(프라이빗 뱅킹)에 집중하는 모순을 지적하며, 이 같은 현상이 심화할 경우 "은행의 수익이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된다"고 경고한다.

규제와 공공성: 금융을 다시 공적인 영역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은 금융의 공공성 회복과 규제 강화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 권한을 활용해 저소득층에 대한 정책금융을 확대하거나,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금융거래세 도입을 주장한다.

또한 중앙은행의 물가안정목표제가 노동자보다 자산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구조임을 비판하며, "금융정책에 노동계급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금융을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혁신적인 제안이다.

진보 금융의 방향: 생산적 부문과의 연계

그는 또한 사모펀드의 적대적 M&A가 노동자 해고로 이어지는 현실, 가상자산이 불평등을 부추기는 메커니즘, BIS 자기자본비율 같은 규제조차 미국의 채권 수요 창출을 위한 도구였던 역사적 사례를 통해, 금융 시스템의 권력 구조를 낱낱이 해부한다.

그리하여 임수강이 말하는 '진보 금융'의 핵심은 "비생산적 자산 금융 억제, 생산적 산업 금융 확대"다.

저자는 금융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의 금융 감시 역할을 강조하며, "금융을 사회적 필요에 종속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누구를 위한 금융인가?

《부자 은행, 가난한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금융이 어떻게 권력과 결탁해 불평등을 재생산하는지 날카롭게 비판한다.

금융을 '신성불가침의 시장'이 아닌 정치적 개입과 규제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은 경제 민주화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중요한 통찰을 준다.

특히 금융권 종사자, 정책 입안자, 불평등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은행의 이익이 사회의 비용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이 책이 제기하는 질문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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