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주한미군을 한반도 방어가 아닌 중국과의 전쟁에 동원하겠다는 구상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지난 3월 26일 열린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소위원회 공청회에서 주한미군의 대만 유사시 활용 방안이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한국 내 미군기지와 군사 인프라를 미군의 신속 전개를 위한 플랫폼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도-태평양 동맹과 안보 부담 분담’이라는 제목의 이 공청회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군사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을 자신들의 전진 기지로 사용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스탠퍼드대 프리먼스폴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소의 오리아나 스카일라 마스트로는 “미국은 캠프 험프리스 등 미군기지와 한국군 인프라를 활용해 대만 위기 시 미군의 작전 유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은 사전 경고 없이도 신속하게 대규모 병력을 분쟁 지역에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전략폭격기, 잠수함, 대함미사일 등 전력을 현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내 미군기지, 나아가 한국군도 중국과의 전쟁에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 “역내 더욱 광범위하고 유연한 접근, 기지 및 상공 비행권 확보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한 금전적 분담을 넘어, 한국이 자국의 영토와 공역을 미국의 작전 운용에 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이 필요할 때 어느 곳에서든 작전이 가능해야 된다는 것으로 한국의 군사주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인 빅터 차는 보다 정치적인 관점에서 이 구상을 뒷받침했다. 그는 “대만 개입은 한미 간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며, 한국의 전통적 입장(미·중 사이 회피)이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만에 대한 침략이 발생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미국) 군의 주둔, 후방 지원, 북을 억제하는 한국 능력에 대한 변화를 고려하는 정치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한반도에서의 안보 부담을 스스로 감당하는 것을 기본으로 미국의 대중 작전 수행에도 책임을 분담해야 된다는 뜻이다.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인도·태평양 안보 차관보는 “군사적 기여는 단순 국방비가 아니”라며 “기지 제공, 접근권 확보, 외교부 및 국방산업 협력 등 포괄적 분담이 핵심”이라고 증언했다. 슈라이버는 국무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교육·문화 교류와 국방 외교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미국이 한국의 정치·외교·산업 전반을 자국 전략에 흡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은 한반도를 중국 견제를 위한 전초 기지로 구축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의 주권은 더욱 뭉개지고 있다. ‘분담’이라는 용어로 포장된 이 전략은 군사·영토·외교·정치 등 대부분을 미국 중심 질서에 예속시키는 제국주의적 접근이다.
주목할 점은 이 논의들이 단순한 학자적 견해가 아니라 미국 상원의 공식 청문회에서 증언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향후 미국 의회, 국방부, 백악관은 이 내용을 근거로 주한미군의 임무 재조정 및 기지 운용 방식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아가 차기 정부에 이러한 전략을 강요할 것이다.
이번 공청회를 통해 미국은 또다시 한미 관계가 ‘동맹’이 아니라 ‘종속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자신들의 이익에 대한 일방적인 동참 압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