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이재명은 당 떠난 분에게 사과하라”는 발언이 점입가경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부겸, 임종석, 박용진까지 비슷한 말을 하면서 탄핵 정국이 엉뚱하게 흐르고 있다.

김경수 발언의 맥락에 숨겨진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개혁 · 진보진영 모두에게 중요하다.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자의든 타의든 민주당을 떠난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명문대 운동권 출신, 기자, 시민운동(학자) 출신이 많다는 것이다.

김경수나 임종석은 물론, 홍영표, 설훈, 박용진, 송갑석 등은 대학 운동권 출신이다. 이들은 속으로 이재명을 우습게 안다. 자신은 과거 ‘화려하게’ 대학에서 운동할 때 이재명은 ‘찌질하게’ 공장에 다니며 검정고시나 한 인물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을 훈장처럼 여기는 이들이 볼 때 이재명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공부만 한 인물로 보인다. 과거 운동권이 “노무현이 운동을 알아?”라 반문했던 것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

이들 중에는 진보정당(과거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계속 우클릭을 거쳐 민주당에 이른 경우도 있다. 이들은 오랜 여의도 생활로 기득권화, 혹시 이재명이 되면 그나마 쌓은 기득권을 상실할까 두려움도 있다. 함운경, 민경우, 김경률 등 30년 전 엘리트 운동권 의식에 머물러 있던 이들은 현실의 열패감과 결합해 극우화된 국민의힘까지 가버린 것도 비슷한 심리다.

또 탈당파에는 이낙연을 비롯해 김종민, 윤영찬, 양기대 등 유독 기자 출신이 많다. 명문대 기자 출신 역시 소년공에 검정고시 출신 이재명을 우습게 안다. 이들 역시 노무현 앞에서 “대통령께서는 몇 학번입니까?”라고 묻는 검사 심리와 유사하다. 기자 출신의 또다른 특징은 ‘내로남불’이다. 남을 비판하기 좋아하지만 자신 성찰은 게으르다.

머리 회전이 빠른 이들은 좋게 말하면 주도면밀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기회주의적이다. 이들은 윤석열 2년 반 동안 정계 은퇴, 혹은 외유로 사실상 숨죽이고 있었다. 윤석열 탄핵을 위한 광화문, 국회 앞, 한남동, 남태령에서 촛불집회에 얼굴을 보인 적도 별로 없다. 그런 그들이 다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조기 대선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어설픈 학자들도 반(反)이재명 진영에 많다. 명문대 엘리트를 자부하는 이들 역시 소년공 검정고시 출신이 달가울리 없다. 정치는 전문 엘리트들이 국회에서 점잖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 달라진 인터넷과 SNS시대 직접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촛불시민과 개딸은 포퓰리스트이며, 이는 민주주의 위기라 겁을 준다. 엉터리 정치 이론을 동원해 정치 양극화와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라고 현실을 왜곡한다.

비록 흑수저였지만 열심히 노력해 명문대를 나와 자수성가한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가 게을러서 가난한 것이지’라며 사회적 모순보다 개인의 무능에 책임을 돌린다. 이들은 “불가촉 천민 이재명이 되느니, 서울대 나온 윤석열이 났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 운운하며 ‘윤석열도 손절하고, 이재명도 싫다’는 동반퇴진론을 주장한다.

이들은 이 탄핵국면에서 “87년 체제는 생명을 다했다, 7공화국을 열자”며 개헌을 주장한다. 그러나 대통령제를 하는 미국 · 프랑스 · 러시아에 비해 대통령 어떤 권한이 제왕적인지 얘기하지 않는다. 어떤 헌법 조항이 제왕적이라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를 늘리는 중임제를 하자고 한다. 말인지 … 된장인지 ….

솔직한 속내는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되느니, 차라리 내각제로 권력을 나누자는 것이다. 이들에게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극우 나치의 교훈이 무엇인지 얘기해도 듣지 않는다. 다당 · 내각제가 가져올 낭비 · 극우 · 금권정치의 폐해가 뭔지 모른다. 이들은 세계적으로 정부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는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엘리트 의식에 찌든 이들은 자신이 ‘대단한 정치인’으로 착각하고 있다. 보수 레거시 미디어가 기사를 마구 써주니 자신이 대단한 인물로 착각한다. 보수 언론이 김경수 기사를 중계하듯 쓰는 것은 그를 높게 평가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분란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김경수의 이번 발언 저변에는 ”내가 돕지 않으면 정권을 잡을 수 없다”는 오만함이 깔려 있다.

그러나 당대표와 총리를 한 이낙연도, 5선 국회부의장을 지낸 김영주도, 역시 5선의 설훈도 모두 참담하게 낙선했다. 당과 시대가 만든 ‘자리’를 자신이 이뤘다고 착각한 것이다. 만약 김경수가 이들을 모두 모아 제3의 후보로 출마한다고 해도, 그 득표력은 대선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국민은 심상정의 무모한 완주가 괴물 윤석열을 탄생시키는 것을 똑똑히 지켜봤기 때문이다.

진보언론과 시민단체, 강단 좌파의 3각 엘리트(먹물) 카르텔이 있다. 이들은 초기에 우리 사회의 누적된 문제를 지적하고, 의제화 시키고, 엘리트 충원을 통한 사회 개혁 등 긍정적 기능을 했다. 그러나 나중에는 학연과 지연으로 엮여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이제 그 카르텔을 깰 때가 됐다. 인터넷이 언론과 시민단체, 엘리트를 통한 간접 정치참여 시대였다면 SNS는 500만 권리당원 시대를 만들었다. 지난번 한남동과 남태령 대첩 즉, 2030 여성과 농민의 결합은 SNS가 이끌어 낸 것이다.

이제 국민 혹은 당원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는 ‘국민중심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번 민주당 공천에서 이들의 탈락은 전(全) 당원 공천 시대를 보여준 것이다. 자신의 공천탈락은 당원들의 선택인데 자꾸 이재명을 탓을 하는 것은 바로 이 시대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우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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