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즉각 퇴진 5차 범시민대행진
“최고의 생일 선물은 ‘윤석열 체포’”
“윤석열 즉각 체포, 즉각 퇴진”, “내란범 비호 즉각 중단”
“엄마, 미안해. 나 퇴사하고 집회 나왔어. 내란범들 다 감옥 가면 다시 취업할게.”
윤석열 체포와 구속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 그 높이는 가늠할 수 없다.
자신을 K-장녀라고 소개한 정다은 씨는 한 달 전까지 사회복지사로 일했으나 지금은 무직이다. 그는 “12살 어린 막내동생이 공부하다 말고 비상계엄을 보고 전쟁 날까 무서워 새벽 3시까지 뉴스를 보다 잠들었다”면서 “그 후 회사를 그만두고 동생을 위해 매일매일 촛불을 들고 밤을 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곤 “어제 윤석열 체포 시작 5시간 만에 체포를 포기한 모습을 보면서 화가 치밀었다”면서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윤석열 즉각 퇴진 범시민 대행진’에 나왔다”고 했다.

서울 한복판에 숨어들어 있는 내란수괴를 체포하기 위해 광화문과 한남동은 오늘도 뜨겁다.
3일,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불발, 내란 수괴를 비호한 대통령 경호실의 행태가 활활 타오른 횃불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4일 오후4시, 광화문 앞에선 여지없이 15만 시민들이 모여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5차 범시민 대행진’을 열었다. 같은 시간, 한남동 관저 앞에선 3일에 이어 이날도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3만 5천 시민들이 하나가 돼 ‘윤석열 체포’를 위한 힘을 모았다.
장소는 다르지만, 윤석열 체포와 구속, 그리고 내란 종식을 바라는 건 한마음이다.
광화문에서 열린 범시민대행진은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가자들은 경건하게 희생자를 추모했다. 발언자들도 저마다 발언 말머리에 추모 인사를 전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공동의장인 이호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어제 검찰총장 출신으로 대통령이 된 자가 법질서를 무시하고 관저에 숨어 있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오늘 한남동 관저 앞에서 3명을 연행한 법 집행이 어제 관저 앞에선 5시간 만에 철수로 끝났다”고 분노하며 “따뜻한 새해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윤석열을 체포·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고, 광장에서 확장된 이해와 연대가 남태령, 장애인, 거통고 노동자, 옵티컬 노동자, 동덕여대로 뻗어나가고 있다”면서 “광장에서의 저항과 연대, 공감의 가치를 일상으로 확장하자. 윤석열 체포하고 새로운 일상으로 나아가자”고 외쳤다.
이나영 공동의장(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친일 굴종외교, 강제동원 배상 대법원 판결 무시, 핵오염수 방류 찬성, 한일 정상회담 구걸 등 윤석열의 실정을 열거하며 “윤석열은 나라를 거덜 내고 역사를 망치러 온 자가 분명하다”면서 “을사늑약 120년, 한일협약 60년, 광복 80년이다. 내란수괴, 공모자들을 하루빨리 처단하고 반민주 반평화를 끝내자”고 덧붙였다.

이날 대회에도 청각장애인, 군대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 K-장녀, 두 명의 조카를 둔 이모, 309일 고공농성을 했던 노동자,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활동가 등 다양한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윤석열 체포’와 ‘윤석열이 체포·구속·퇴진한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야기했다.
9개 사회적 참사 피해자 단체가 모여 만든 재난참사피해자연대 김종기 대표는 “11년 전 박근혜 정권에서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억울한 죽임을 당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횃불을 들어 박근혜를 끌어 내렸다. 새누리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뀌고 난 후 이태원 참사로 159명, 12월 29일 여객기 참사로 179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됐다”면서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그를 비호하는 국민의힘이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들어달라”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노동조합 조합원이라는 최은혜 씨는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께 목숨을 빚지며 살고 있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 배를 타고 수학여행에 다녀왔다. 이태원 참사가 나던 날엔 광화문에서 시작해 용산까지 행진하는 집회에 참석하고 이태원을 지나 집으로 돌아갔다. 운이 좋아 두 번의 참사에서 살아났다”면서 “노동현장 생존의 싸움에서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친 선배들 덕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 생명과 안전이 존중되는 당연한 사회를 위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어제가 서른 번째 생일이었는데 ‘윤석열 체포’라는 선물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는 그를 이어 당일 생일자도 무대에 올랐다.
20대 청년 이선화 씨는 “오늘 제 생일이다. 여기 계신 민주시민 여러분이 제 생일 선물”이라면서도 “한 가지 선물을 더 받고 싶다. 바로 ‘윤석열 체포’다”라고 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생일 축하해”라며 윤석열 체포의 결심을 함께 높였다.
초등학생, 중학생 두 명의 조카가 있다는 박근영 씨는 “조카들이 먼저 응원봉을 사주면 집회에 가겠다고 말해 비싸지만 3개를 구입했다”고 했다. “계엄 날 너무 무서워서 울었던 조카들이 집회 영상을 보면서 자신들도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면서 “지금 가장 화나는 건 전쟁까지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때문이다. 국지전까지 일으켜 자기 정권을 유지하려 했던 윤석열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평화와 국가를 지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몸소 깨닫게 해주는 도시 동두천에서 왔다는 최희신 씨도 분노에 분노를 더했다.
옛 성병관리소 철거 반대 활동하는 그는 “동두천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옛 성병관리소가 있다. 관광지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현대사에서 여성의 아픔을 간직한 옛 성병 관리소가 철거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당한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여기 앉아있는 모두가, 역사를 기억하고 평화를 기약하기 위해 한국전쟁 이후 미군 기지촌 여성들의 수많은 아픈 기록을 담고 있는 옛 성병관리소를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어떤 아픔도, 어떤 역사도 국민의 힘으로 기억하자. 국민의 힘으로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외쳤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은 무대에 올라 응원봉을 들고 있는 청년들을 향해 “찌질하고 졸렬한 놈들이 대통령이고, 장관이었던 나라의 유일한 희망인 여러분이 만들어갈 세상은 응원봉처럼 무지개 색깔로 빛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페미니스트가 대통령이 되고, 성소수자가 총리가 되고, 성폭력 피해 여성이 경찰청장이 되고, 알바노동자가 노동부 장관이 되고, 사고피해 유족이 안전부 장관이 되고, 전장연이 복지부 장관이 되고, 전농이 농업부 장관이 되고,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싸워왔던 이들이 평화부 장관이 되는 이것이 민주주의”라며 윤석열 없는 새로운 사회의 바람을 전했다.
청각장애인 전수민 씨는 “이곳 광장엔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이주민, 장애인 등이 모여 있다. 윤석열은 이런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일상을 깼다. 갈 길은 멀지만 우린 해낼 수 있다. 광장의 촛불로 윤석열에게 내란의 책임을 묻고, 엄벌해 겨울을 녹이고 따듯한 봄을 맞이하자”고 호소했다.
시민들은 윤석열과 내란범들이 체포·구속·퇴진한 따뜻한 봄을 기약하며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대통령 경호처는 내란범 비호를 중단하라 ▲경호처도 공범이다 경호처장 처벌하라 ▲내란범 비호 내란 부정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경복궁 앞 동십자각을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를 돌아 종각역,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명동까지 행진하며 “윤석열 체포”, “윤석열 구속”, “윤석열 즉각 퇴진”, “국민의힘 해체”의 응원봉을 밝혔다.
한편, 비상행동은 저녁 7시부터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긴급행동을 시작했다. 범시민대행진 참가 인파도 한남동으로 이동해 힘을 보탤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