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대미기술종속으로 원전 수주 단독 추진 못해
프랑스 반값에 중국보다 싼 입찰가...덤핑 수주 비난 폭발
원전 수주 위해 저금리 금융지원 양해각서(MOU)까지 체결

한국-체코 두코바니 원전 공급 MOU에 체결식 ⓒ뉴시스
한국-체코 두코바니 원전 공급 MOU에 체결식 ⓒ뉴시스

24조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가 내실 없는 퍼주기 계약으로 밝혀지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무리하게 치적 쌓기에 골몰하며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당초 대미기술종속으로 원전 수주 단독 추진 못해

현재 윤석열 정부는 체코 입찰이 성공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예정대로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게 되면 24조원 규모의 수주를 차지하게 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체코 원전 수주는 애초에 한국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이는 원전 기술의 종속성에 근거한 것으로, 한수원이 체코에 건설할 원전 기술 자체가 미국의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 소유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에이피알(APR)1000·1400 원자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시스템80+’ 기술을 응용한 것이기에, 한국은 원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와 더불어 미 정부 허가를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한수원이 원전 수출 계약을 온전하게 체결하기 위해서는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건설의 일정 몫을 떼어 주거나, 로열티나 기술자문료를 지급하는 등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서는 웨스팅하우스 측이 무리한 조건을 내걺으로써 관련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웨스팅하우스가 8월 26일 체코 반독점규제기관에 진정을 제기하여 “한수원의 에이피알1000 원자로 원천기술의 지식재산권은 웨스트하우스에 있으므로 자사 허가 없이 기술 이전을 할 수 없다”고 압력을 넣은 이유다.

여기 더해 2022년 10월 이후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전 수출이 미국 수출통제 규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해왔다.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과의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원전 이슈화를 삼가는 것이 합당하나, 윤 대통령은 무턱대고 체코를 방문하여 계약이 완료된 것처럼 대단한 성과로 포장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정작 체코 총리는 최종계약을 한국과 진행하겠다고 확답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외려 자국 기업 참여 비중을 대폭 높여 제시함으로써(현지화율 60%) 한국에 불리한 조건을 내걸었다.

프랑스 반값에 중국보다 싼 입찰가...덤핑 수주 비난 폭발

더불어 체코 원전 수주는 덤핑 의혹도 받고 있다.

덤핑이란 시장장악과 독점을 목적으로 낮은 가격을 책정하는 행위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저가로 재화를 공급하면 당장의 이윤이 없더라도 타사를 견제하고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한수원과 치열한 입찰경쟁을 벌였던 프랑스 이디에프(EDF) 역시 체코 반독점규제기관에 진정을 넣어 “입찰 절차가 공정거래와 투명성 원칙이 결여되어 있다”며 입찰 절차에 항의했다. 사실상 덤핑 의혹을 제기한 셈.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이 제시한 가격 24조원은 프랑스가 책정한 가격의 절반가에 불과할 뿐더러 중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프랑스 측이 공개입찰 이면에 덤핑이나 모종의 부정거래가 있어 보인다고 주장할 법 하다.

야당 의원들까지 나서 덤핑 의혹을 제기하자 윤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냐”며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일반 사기업이 아니라 공기업인 만큼 정부 재량에 따라 치적쌓기에 동원될 위험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군다나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으로 원전 수주를 덤핑하게 되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결국 해당 사업에 여러 용역 과정으로 동원될 노동자들에게 저임금을 지급하는 수밖에 없다.

원자재나 설비가격은 하향조정이 어려우니 수지를 맞추려면 노동자들의 임금을 쥐어짜는 방법밖에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수출대기업이 저가 수출로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면서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적자 폭을 메꿔왔던 것과 같은 구조다.

원전 수주 위해 저금리 금융지원 양해각서(MOU)까지 체결

여기 더해 정부는 체코 당국이 무리한 재정지출을 하지 않도록 금융지원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수주가 그야말로 “윤 대통령 치적을 위한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체코가 직접 조달하지 못할 거라 지적했는데, 이는 원전 건설 비용이 체코 재정 규모의 10%에 달하는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체코 정부가 조달한 금액은 EU로부터 빌려온 9조원이 전부였다.

이에 정부는 체코가 자금을 직접 조달할 거라 주장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국회의원(경남 김해을)이 지난달 3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 체코 순방 당시 정부는 체코와 원자력 금융지원이 포함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왔다.

이에 따르면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체코개발은행, 체코수출은행, 체코수출보증보험공사와 함께 체코 당국에 저금리로 장기대출을 내줄 전망이다.

문제는 지난해 마이너스 56조에 이어 올해 마이너스 30조원이라는 역대급 세수펑크를 메꾸느라 여러 기관에서 돈을 빌려 부채를 키워온 윤석열 정부가 무슨 능력으로 대규모 대출을 내주냐는 것.

윤석열 정부로서는 덤핑 수주에 이어 대규모 저금리 대출까지 내주고 나면 치적을 가져가게 되지만, 그 비용은 후임 정부와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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