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 ‘유엔사 후방기지를 가다’ - 자위대기지 들어선 이시가키섬

미군기지를 반대하는 국내 활동가들이 일본 유엔사 후방기지를 탐방하고 있다. 이들 원정단은 9월 22~26일까지 일본 본토 후방기지와 오키나와 후방기지를 둘러보았다. 마지막 방문지는  대만에 인접한 '이시가키섬'이었다.<편집자주>

이시가키섬은 일본 본토에서 1,000km, 대만에서는 250km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다. 몇 해 전부터 일본은 남서 제도(일본 규슈 남쪽에서 타이완 동쪽까지 뻗어 있는 열도)의 섬들에 기지를 배치하며 군사 거점으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싸는 형국이다. 2024 전국 미군기지 자주평화원정단이 마지막 일정으로 향한 곳은 남서 제도에 위치한 이시가키섬이었다.

이시가키섬은 일본 본섬에서 1,000km, 대만과는 250km 떨어져있다.(사진 제공: 원정단)
이시가키섬은 일본 본섬에서 1,000km, 대만과는 250km 떨어져있다.(사진 제공: 원정단)

기지 배치 주민투표를 막으려 관련 조례까지 삭제한 지자체?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한 시간가량 비행하면 나오는 이시가키섬. 파인애플과 망고가 자라는 이곳은 연평균 기온 24도로 거의 1년 내내 따뜻한 곳이다. 천혜의 자연과 에메랄드빛 바다, 그리고 수백 가지 종류의 산호로 유명한 이곳은 일본 내에서도 휴양지로 손꼽힌다. 그런데 최근 이시가키섬에 자위대 부대가 배치되면서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활동가들과 교류회를 갖는 원정단(사진제공: 원정단)
활동가들과 교류회를 갖는 원정단(사진제공: 원정단)

기지가 배치되지 않았던 이곳에 자위대 부대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기지 건설을 막아보려 했지만, 집권 자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 가로막혔다. 이시가키섬 기본 조례법에는 유권자 1/4 이상이 주민투표를 발의하면 시장이 투표를 해야 하지만, 시의회는 이를 부결했다. 이후 시장을 상대로 재판을 시작했으나, 재판 역시 기각되었다. 그 이유는 재판이 시작될 당시에는 존재했던 주민투표 관련 조례가 판결 날 시점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전후에도 미군기지가 없었던 이시가키에 미사일 부대가 배치되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군이 상륙하지 않아 미군 기지가 없었던 이시가키섬에 자위대가 배치된 것은 2023년이다. 육상 자위대 570여 명이 배치되었고, 지대함, 지대공 유도 미사일이 배치되었다. 배치된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200km이지만, 이를 1,000km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대만뿐만 아니라 중국 본토도 사정거리 안에 포함된다. 중국을 염두에 둔 자위대 기지인 셈이다.

이시가키섬의 육상자위대 기지. 기지 인근에 밭, 축사 뿐 아니라 초등학교도 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사진제공: 원정단)
이시가키섬의 육상자위대 기지. 기지 인근에 밭, 축사 뿐 아니라 초등학교도 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사진제공: 원정단)
육상자위대 기지 안에 지대함으로 보이는 미사일 차량이 서있다.(사진제공: 원정단)
육상자위대 기지 안에 지대함으로 보이는 미사일 차량이 서있다.(사진제공: 원정단)

일본 정부의 '대만 유사'를 상정한 대중국 전쟁 준비 움직임은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4월, 미-일 공동성명에서 '작전 및 능력의 원활한 통합'에 따라 자위대 육・해・공 통합사령부 창설을 계기로 미-일 간 사령부 기능의 제휴가 강화되고 있다. <이시가키 평화와 자연을 지키는 시민연락회>의 후지이 사치코 씨에 따르면 미군이 이시가키에 배치된 자위대 기지를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방위성은 부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자위대가 사용하는 곳은 미-일 동맹과 주둔군 지위 협조 관계상 미군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일본의 남서 제도에서 전력 강화 환영"

남서 제도는 규슈 남단에서 대만 북동단 사이에 호 모양으로 이어지는 섬들을 가리킨다. 아베 정권 이후 방위성은 남서 제도의 섬들에 자위대 기지와 미사일을 배치하는 '남서제도 시프트'를 추진해왔다. 2016년, 정보 수집이 주 임무인 약 160명의 연안 감시 부대가 요나구니섬에 배치되었다. 이후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까지 배치되며 군사적 역할이 확대되었다.

5년전 남서제도의 군비 현황(사진제공: 원정단)
5년전 남서제도의 군비 현황(사진제공: 원정단)
최근 남서제도의 군비 증강 현황(사진제공: 원정단)
최근 남서제도의 군비 증강 현황(사진제공: 원정단)

일본 정부는 남서 제도에 자위대를 배치하는 것이 동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일본의 행보는 사실상 미국의 동의를 받은 결과이다. 지난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일본이 남서 제도에서 추진 중인 전력 강화 조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군사 기지는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이시가키 출신으로 오키나와에서 기지 반대 운동을 하는 다카이시 씨는 "정부는 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기지를 배치한다고 했지만, 배치된 후 오히려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9월 25일, 일본 호위함이 자위대 창설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대만의 중간선인 대만 해협을 항해했다. 호주, 뉴질랜드 해군 함정이 함께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며, 다국적 훈련 참가 또한 늘어나고 있다. 남서 제도에 더 많은 군사훈련과 기지, 무기가 배치될수록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 또한 고조된다.

미국을 향한 미사일이 한국과 일본 미군기지로 향한다면

원정단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오키나와 나하 공항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우리는 나하 공항에서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들을 볼 수 있었다. 일본 정부의 ‘특정 이용’에 따른 일이다.

스티커에 "미사일따윈 필요없어"라고 쓰여있다.(사진제공: 원정단)
스티커에 "미사일따윈 필요없어"라고 쓰여있다.(사진제공: 원정단)

이 전투기들은 일본 내에서 소음과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며, 기지 인근 일본 주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이 전투기들은 오산과 군산으로 날아와 우리나라 기지 인근 주민들에게도 동일한 고통을 가한다.

또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일본, 한국, 필리핀을 하나로 묶어 이 지역을 하나의 전장으로 만들어 미국의 전쟁 위험을 동아시아 국민들에게 전가한다. 미국 본토로 향할 미사일이 이제는 미국의 ‘동맹국가’에 있는 미군 기지들로 향하게 될 것이다.

미국을 위한 전쟁 동맹이 아닌 우리를 위한 평화 동맹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지며 원정단 일정을 마무리한다.

원정단의 마지막 행선지는 이시가키 섬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였다.(사진제공: 원정단)
원정단의 마지막 행선지는 이시가키 섬 육상자위대 미사일기지였다.(사진제공: 원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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