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해 9월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이 합의되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제 “사실상”이라는 수식어는 떼도 될 듯하다. 한미일 군사동맹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한미일 군사동맹이 출범한 날은 미국 시각으로 7월 27일(한국과 일본의 시각으로는 7월 28일)이다. 장소는 도쿄였다. 출범 날짜와 장소 모두 ‘상징적’이다.

이날 도쿄에 모인 한미일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부, 일본 국방부, 대한민국 국방부(TSCF) 간의 3국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에 대한 협력 각서(MOC)”에 서명하고, 서명과 즉시 발효되었다고 발표했다. 협력각서(MOC: Memorandum of Collaboration)는 국가 간 조약이나 정부 간 협정이 아니다.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와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지만, 양해각서에 비해 더 구체적인 협력 사항을 다룬 정부 부처 간 합의서이다.

이렇게 하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합의한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선언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심사나 동의 절차를 생략한 채 한미일 군사동맹이 출범했다.

▲ 한미일 삼국 국방장관이 도쿄에서 첫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삼국안보협력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이 각서는 서명과 동시에 발효했다.
▲ 한미일 삼국 국방장관이 도쿄에서 첫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을 개최하고, “삼국안보협력 협력각서”에 서명했다. 이 각서는 서명과 동시에 발효했다.

삼국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MOC) "북중러 대응 한미일 동맹 출범"

그렇다면 이 협력각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한미일 군사동맹의 출범이라고 평가하는가.

협력각서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방부 홈페이지에는 한미일 국방장관회담 “기자회견 성명”이 공개되어 있으나, 우리 국방부에는 그런 내용조차 공개되어 있지 않다. 단지 “한미일 국방장관회의 일본에서 최초 개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만 공개되어 있을 뿐이다.

▲ 미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삼국 국방장관의 공동성명을 게재했다.
▲ 미국방부는 홈페이지에 삼국 국방장관의 공동성명을 게재했다.

따라서 협력각서의 세부적 내용은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자회견 성명”과 우리 국방부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핵심은 아래 인용된 “기자회견 성명”의 한 문장이다.

“TSCF는 고위급 정책 협의, 정보 공유, 3국 훈련, 국방 교류 협력을 포함한 국방 당국 간의 3국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여 한반도, 인도-태평양 지역 및 그 너머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

삼국은 고위급 정책 협의, 정보 공유, 군사 훈련, 국방 교류 협력을 포함하는 국방 당국 간의 안보 협력을 제도화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다음 문장에 명시된 안보 협력의 대상 지역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그 너머”이다. 한반도 지역은 ‘북한의 위협’, 인도태평양 지역은 ‘중국의 위협’, 그 너머 지역은 ‘러시아 및 이란의 위협’으로 해석하면 큰 무리가 없다.

이는 우리 국방부의 보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삼국 국방장관은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떠한 일반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는 삼국의 군사협력이 중국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삼국 장관은 “3국간 상호운용성 증진을 목표로 하는 프리덤 엣지”를 높이 평가했다. 우리 국방부는 “상호운용성”이라고 표현했지만, 미 국방부 성명에 “상호작전운용성”(interoperability)“이라고 표기된 이 용어는 동맹국 간 군사 협력을 일컫는 용어이다.

캠프 데이비드 선언이 그랬던 것처럼, 안보 위협의 구체적인 대상과 군사협력의 세부적 내용(지역 및 분야, 목표 등)이 명시되어 있으면, 그것이 바로 동맹이다. 따라서 “삼국 안보 협력 프레임워크”(TSCF)는 한미일 군사협력이 동맹임을 의미하고, 이를 위한 협력각서가 서명되고 발효되었다는 것은 그 동맹이 출범했음을 의미한다.

“통합”의 마침표는 어떻게 찍힐까

한신대 이해영 교수가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듯이, 이후 경로는 한일군수지원협정(ACSA), 한국의 오커스 가입, 미-일-한-호-필과의 군사교류 정례화, 아시아나토 출범의 수순이 될 것이다.

본지는 많은 기사를 통해 미국의 이런 군사적 움직임을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한 바 있다.

첫째, 나토와 아시아 동맹의 “통합”이었다. 나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IP4)을 “통합”하는 시도가 2022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둘째,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통합”이다. 프놈펜 한미일 정상회담(2022년)에서 시작되어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2023년)에서 완성된 한미일 군사동맹은 도쿄 한미일 국방장관회담(2024년)을 통해 출범했다. 지난 7월 실시된 한미일 군사연습 “프리덤 엣지”는 한미일 군사동맹 출범을 앞둔 ‘축포’였는지도 모른다.

셋째, 미일 작전의 “통합”이다. 일본은 자위대의 작전을 통합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하고, 주일미군 역시 자위대와의 작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통합군사령부”로 승격된다. 이는 미국의 핵전력과 일본의 자위대 전력이 “통합”되는 효과도 갖는다.

넷째, 미국의 핵전력과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통합”되었다. 지난 6월 한미 핵협의그룹이 내용을 마련하고, 지난 7월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이 추인한 “핵작전 지침”이 그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한일의 통합”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 이미 “한일 통합”의 장애물은 극복되었고, 지난해부터 “한일의 통합”은 모색되어 왔다. 지난해 한미일 미사일 경보 및 탐지 추적 훈련, 대잠수함 훈련, 미사일 방어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군수물자에 관한 협력 즉 “군수지원협정”(ACSA)이다. 지난해 8월 윤석열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유엔사 후방 기지 7곳의 역할을 강조했던 것도 군수지원협정 체결을 위한 밑밥 깔기였던 셈이다.

“한일 통합”은 사실상 한일 동맹이다. 이번 협력각서가 한일 동맹으로 가는 법적 디딤돌의 의미를 갖는다면, 한일군수지원협정은 한일 동맹으로 가는 군사적 디딤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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