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주장은 협상을 파탄 내는 것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전방위적인 포괄적 전략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후, 미 국무부 켐벨 부장관 등이 한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하되 NTP의 확산억제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오히려 북한의 핵보유를 묵인하고, 비현실적인 비핵화 정책에서 추가의 억제정책으로 전환하되, 한일 등 동아시아에서 핵무기 확산억제를 재고하자는 칼럼이 포린폴리시(2024.06.21.)에 실렸다. 오늘 한반도에 사는 우리에게 매우 예민하고 심각한 주제여서 이를 공유한다. [번역자주]

☞원문링크 https://foreignpolicy.com/2024/06/21/north-korea-nuclear-weapons-denucleariztion-nonproliferation-policy/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는 대북정책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기존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북한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을 표명하고 워싱턴의 정책실패를 인정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는 관행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휴전협정으로 한국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공식 명칭)은 여전히 적대적이다(역주: 이는 99% 미국 네오콘 탓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과도한 제재는 이미 퇴행적인 집단주의 경제를 손상시켰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함한 공격적인 군사주의를 추구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실제로 닛케이는 지난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 정찰위성 3기 발사와 드론 제작, 핵무기 강화를 올해 목표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김 위원장이 자국의 핵 지위를 “돌이킬 수 없다”고 선언하고 “핵무기에 대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비핵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 실제로 작동하던 핵무기를 포기한 국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뿐이다. 남아공은 당시 단 6개만 보유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 주둔한 소련의 핵무기를 포기했지만, 그 무기는 결코 우크라의 통제하에 있지 않았다.) 

한반도 상황을 연구하는 사람 중 누구도 북의 현 체제가 지속되는 한 자발적으로 무장해제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또는 적어도 공개적으로 그러한 믿음을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책입안자들은 회담이 실패할 것을 예상하면서도 대북압박과 제재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옹호한다.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Soo Kim과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의 Evans Revere와 같은 일부 분석가들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북한의 무기와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협상하는 무기통제로의 전환을 명시적으로 거부한다.

오히려 이들은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를 거듭 주장한다. 워싱턴은 또한 중국의 공식 군사 동맹국인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조언한다. 누구도 그러한 접근 방식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된다.

외교적 전환이 필요하지만 이는 쉽지는 않을 것이며, 또한 과거 북-미 대화는 산발적이었다. 대화를 통한 정책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행정부 시절 최고조에 달했다가 붕괴됐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하면서 김 위원장의 대미 접촉은 사실상 중단됐다. 북한은 미국과 한국을 모두 비난하면서, 기본적 외교로 접근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무시했다. 

지난 12월 당 전당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과 추종세력들은 아직도 악랄한 반공화국 대결 책동을 자행하고 있으며 적들의 필사적인 노력은 력사에 유례없는 무모하고 도발적이며 위험한 본성을 지닌 극단에 이르렀습니다. 조선반도정세를 불안하게 만들고 계속 악화시켜온 미국은 해가 저물어가는 이 순간에도 우리 공화국에 온갖 형태의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공화국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가장 충직한 앞잡이, ‘주구’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남조선의 괴뢰들과 일본놈들을 더욱 집요하게 사주해왔습니다.”

심지어 노련한 외교관들조차 당황시키기에 충분치 않다는 듯, 김 위원장은 한국과 윤석열 대통령에게 특별한 욕설을 사용했다. 실제로 김위원장은 최근 한국을 북한의 '주적이자 불변의 주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간에 전쟁을 시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지만, 전쟁이 벌어지면 자신의 방식대로 남한을 점령하여 이를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워싱턴에게는 실망스럽게도, 중국은 대북제재의 집행을 완화하고 새로운 제한 조치를 지지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북한에 대하여 미국과 협력하는 것을 거부했다. 공평하게 말하면, 중국의 핵반대 입장은 오래 전 예상했던 북한의 핵실험을 수행하는 것을 억제했을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하여 김위원장은 러시아와 훨씬 더 가까워졌다. 러시아는 이전에 승인한 제재를 과시적으로 위반했으며 현재는 평양에서 포탄과 미사일을 수입하고 있다(역자: 서방의 억측일 뿐, 확인 안 된 사항이다).

서방 분석가들은 그러한 대가로 푸틴 러시아 정부가 북의 ICBM은 물론 심지어 핵무기 개발을 도울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로 인해 수천 명, 어쩌면 더 많은 러시아인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을 고려할 때 모스크바는 이러한 협력을 적절한 보답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대북정책은 어떤 면에서 보아도 실패한 것이다. 1992년 당시 헤리티지 재단은 북이 “1~3개의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충분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 재단은 “외교가 실패할 경우 미국과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암울하다”라고 전망했었다 

“… 장기간의 외교는 북이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 수도 있습니다. … 그러나 만약 북이 [비핵화 요구를] 따르기를 거부한다면 미국과 한국은 북의 도발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적 조치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제재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합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북은 수십 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의 궁극적 목표는 불확실하지만(역자: 기본적으로 미 침공을 억지하는 공포의 핵균형 역할을 한다.), 비관론자들은 북이 단 몇 년 안에 242개의 무기고를 축적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실제로, 냉혹해 보이는 논리적인 종착점은 북이 전장에서 실제 사용할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도시를 겨냥하여 MIRV(다탄두)방식 ICBM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정책의 변화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워싱턴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갇혀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 미라 랩-후퍼(Mira Rapp-Hooper) 국장이 "비핵화를 향한 잠정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는 의지를 암시하면서 잠시 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 국무부는 북과의 군비통제 논의에 대한 사전 논의를 부인했고 후속 조처를 하지도 않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가까운 미래에 워싱턴에서는 많은 일이 예상된다.

변화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설득력이 없는 몇 가지 주장을 반영한다. 하나는 현 행정부를 포함해 역대 미국 행정부가 선언한 것처럼, 북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간에 북의 핵보유는 사실로 존재한다. 또 다른 하나는 북이 서명한 어떤 합의도 이행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역주: 이러한 논리는 미국측에도 적용된다). 

만약 그런 주장을 고수한다면, 비핵화 협상은 불가능하다.

다른 정책입안자들은 북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비확산정책(NPT)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당국도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북이 이미 핵을 개발했다는 것이며, 한편 미국이 그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의 핵보유를 인정한 후에도 국제체제는 유지되고 있다. 이런 선례에 따라 평양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한편에서는 분석가들은 동맹국 특히 일본과 한국의 반응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비핵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북의 핵무기고 증가에 대한 우려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허풍(huff and puff)을 부리는 것보다 위협을 제한하는 것이 낫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책입안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물론 그것이 좋은 해법은 아니지만 미국의 주요 도시들과 국민들을 계속해서 북한의 핵공격 능력에 인질로 잡아두는 것이 더 나쁘다.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것이,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처럼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약해 빠진 갈대에 불과하다.

첫째, 북이 상당한 전쟁수행 능력을 갖춘 핵보유 국가가 되면 미국인들은 패하게 된다. 

둘째, 한국인들은 상황을 판단할 것이다. 북의 핵무기 수가 많아질수록 미국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한국은 북과의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미국인들이 자살행위를 각오하면서 개입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고 있다. 확장억제를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사람들도 확장억제가 과연 미국인에게 어떻게 이익이 되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미국이 바꿀 수 없는 것, 즉 북의 핵능력에 징징거릴 것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기존의 기본적인 요구를 미국이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후퍼 국장이 “잠정 조치”를 언급하면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일 수도 있다. 북한의 프로그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하는 것은 첫 번째이자 가장 필수적인 요구사항이다.

역대 정권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면서 오히려 북한이 심각한 핵 보유국이 되도록 장려해 왔다.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길(new course)을 추구해야만 북한의 야망을 실제로 좌절시킬 가능성이 높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