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체감온도, 기상청 발표보다 6.2도 높아
폭염기 ‘작업중지’ 대책 마련 촉구
코스트코 폭염 사망 1주기, 건설현장과 닮아
연일 35도 안팎을 웃도는 ‘폭염’. 때 이른 불볕더위가 찾아 왔지만 폭염에 속수무책인 노동현장이 한둘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바로 건설현장이다.
태양을 가릴 지붕이 없는 건설현장. 더욱이 건설노동자들이 들고 나르는 자재들엔 열을 흡수하는 철재들이 많다. 햇볕에 달궈진 철근은 장갑을 착용해도 그 열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콘크리트는 어떨까? “콘크리트가 굳으면서 수화열을 발생시키는데 최저~최고 온도가 20도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건설노조의 주장이다.

35도 폭염.. 건설현장은 46.2도?
건설노조가 지난해 7월11일부터 8월7일까지 31개 건설현장에서 222건의 체감온도를 조사해 기록했다.
건설현장 지하의 벽체부터 1층 필로티, 11층 기둥, 15층 철근까지 건설노동자의 손길이 닿는 모든 곳에,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눈높이에 온·습도계를 설치했다. 그리고 기상청이 제공하는 체감온도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기상청이 발표하는 체감온도와 실제 건설현장의 체감온도는 평균 6.2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이 발표한 온도가 29도라면, 건설현장은 35.2도. 이는 ‘폭염경보’ 수준으로 ‘작업중지’ 수준이었다.
고용노동부는 33도, 35도, 38도 등의 순으로 체감온도에 따른 온열질환 예방지침을 발표한다. 6도의 차이는 관리 기준까지 넘나드는 수준에 해당한다.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현장은 34개로 전체 현장(222개) 중 15%를 넘었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선 사업주가 온·습도를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실내 사업장의 경우,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라 사업주가 온·습도를 관리하고, 그에 따른 건강 장애를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폭염 속 편의시설 실태 보니..
“폭염기엔 온열질환 등을 예방하려면 물을 먹거나 서늘한 곳에서 쉬며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런데, 건설현장의 편의시설은 화장실이나 휴게실이 없거나 있어도 냉방장치가 없고, 왔다갔다 하기에도 멀어 이용이 매우 불편하다.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공사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건설노조는 지난해 7월 전국의 LH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등 공공기관이 발주한 14개 현장을 대상으로 ‘폭염기 건설현장 편의시설 실태조사’를 벌였다.
휴게실, 화장실, 샤워실, 탈의실의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휴게실 4곳에는 냉방장치가 없었고, 최고층에서 휴게실까지 평균 왕복시간은 10분에 가까웠다. 공공공사 현장임에도 마감 공정에 다다랐다는 이유로 화장실을 폐쇄해 1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화장실로 이동하는 시간도 평균 10분 가까웠고, 10개 현장엔 냉방장치가 없었다. 샤워실이 없는 현장도 5개, 그리고 7개의 현장엔 탈의실이 없었다.

건설노조는 살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폭염기, 상시적으로 열사병에 노출돼 있는 건설현장에서 사업주가 온·습도를 관리하는 것은 물론 폭염대책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폭염기 건설현장 사업주 체감온도(온·습도) 관리 ▲폭염기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조정, 중단 보장 ▲이를 감안한 적정 공사비·공사기간 산정 ▲폭염기 편의시설 보장 등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폭염기 건설노동자들이 제때, 제대로 쉬려면 폭염기 작업중지 기간에 대한 임금(공사비) 보전과 공사기간 연장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건설경기 침체와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 여파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건설노동자들이 먼저 나서서 ‘정기 휴식과 작업시간 단축, 조정, 중지’를 요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폭염이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요구이지만, 요구하는 즉시 일자리를 잃고, 생계 대책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빨리 일을 끝내야 이윤이 남는 건설사들이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는 고용노동부의 폭염 지침을 스스로 이행하는 것 역시 만무하기 때문이다.
1년 전 코스트코에선.. 건설현장과 닮은 꼴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으로 156명의 재해자가 발생했다. 그중 16.6%는 사망했다. 또한, 올해 5월20일부터 6월9일까지 신고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72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3%가 증가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19일, ‘폭염 작업중지 의무화’를 촉구했다.
윤 의원은 “폭염시 노동자에 대한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 권고기준을 넘어서는 폭염시 작업중지권을 의무화”해야 하며, ‘폭염’을 ‘재난’과 같은 상황에 빗대며 “폭염으로 인해 작업을 중지하더라도 노동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업주의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은 1년 전,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일하던 30세 청년 노동자가 카트관리 업무 중 폭염에 쓰러져 사망한 날이다. 노조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하남점은 전기세를 아끼겠다는 이유로 얼마 되지 않은 냉방시설까지 작동하지 못하도록 했고, 제대로 된 휴식 공간조차 제공하지 않았다.
코스트코 노동현장은 건설현장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스트코는 안전수칙으로 쇼핑카트를 한 번에 6대 이상 끌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었지만, 하남점에서는 한 사람이 20대 이상의 카트를 한꺼번에 치울 수밖에 없었다. 고인은 하루 동안 일을 하며 26km를 움직였고, 43,000보를 걸었다. 하남점 노동자들에게 주어진 휴식시간은 4시간마다 15분이 전부였다. 그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잠시 휴식을 취한 주차장은 1층에 있지만, 주차장 근무자들을 위한 휴게실은 5층에 있었다. 고인은 산재를 인정받았지만, 그 후에도 코스트코의 노동환경은 변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