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조-러 친선과 협조 강조하며 강한 어조로 미국 비판
정치 경제적 협조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관계 형성”
사회 문화적 협조 “인간적이며 신뢰와 호상 이해를 강화하는 교제”
조-러 정상 선언에 주목해야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조선을 방문한다. 지난해 9월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후 9개월 만의 ‘답방’인 셈이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푸틴의 조선 방문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조-러 친선과 협조 강조하며 강한 어조로 미국 비판
푸틴 대통령은 조선 방문 전 로동신문에 기고문을 보내 “조선과 러시아 사이 동반자적 관계의 전망과 그것이 현 세계에서 가지는 의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푸틴은 기고문에서 러시아가 조선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고 있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을 지지한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사의를 표명했고, “침략적인 원수와의 대결에서 자주와 독창성, 발전의 길을 자체로 선택하려는 권리를 지키는 조선의 투쟁”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푸틴은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은 “자주정책을 펼치는 나라들을 저들의 세계 패권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혹독한 대외적 압력”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제안하는 러-우 전쟁에 대한 “평화적인 사태조정”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에서의 분쟁을 지연시키고 더욱 격화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조선에 대해서도 “이전에 이룩한 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더욱 혹독하고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새로운 요구들”을 조선에 계속 제기하고 있다.
푸틴의 이런 강조는 이번 평양방문에서 조-러 반미 연대를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정치 경제적 협조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관계 형성”
푸틴이 가장 먼저 언급한 협력의 영역은 정치 경제적 분야이다. “더욱 민주주의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관계 형성”으로 표현되었다. 이는 미국이 추구하는 “규정에 기초한 질서”(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푸틴 기고문의 다른 대목에서 언급된 “정의와 자주권에 대한 호상 존중, 서로의 이익에 대한 고려를 기초로 하는 다극화된 세계질서”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 과제로 푸틴은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 결제 체계 발전”을 언급했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한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후자는 미국이 추구하는 대북 제재에 대한 전면적 거부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전 구조를 건설”을 강조했다.
최근 국제질서에서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결제 시스템은 브릭스로 대표되며, 유라시아에서의 안전 구조는 상하이협력기구(SCO)로 상징된다. 향후 조선의 브릭스 및 상하이협력기구 소속 국가들과의 협조 관계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사회 문화적 협조 “인간적이며 신뢰와 호상 이해를 강화하는 교제”
푸틴은 사회 문화 영역에서 ▶ 인도주의적 협조 ▶ 고등 교육 기관들의 과학적인 활동 활성화 ▶ 상호 관광 여행 ▶ 교육·청년·체육 교류 발전 등을 제시했다.
사실 사회 문화 영역에서의 교류는 올해 들어와 이미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2월엔 정보산업, 수산, 체육 분야 대표단들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특히 체육 분야 관련해 양국은 체육 교류 의정서를 체결했으며, 6월 11일부터 러시아 카잔에서 벌어지는 “2024 브릭스 스포츠 게임”에 조선도 참여하고 있다.

또한 4월엔 러시아 모스크바 동물원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으며, 평양 중앙동물원에 40여 마리의 동물들을 기증하기도 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표현은 “나라와 인간들 사이 교제를 보다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고 신뢰와 호상 이해를 강화”한다는 표현이다. 이는 자본주의의 ‘물질 중심 비인간적 관계’에 대비되는 표현으로 해석된다. 조선과 러시아가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조-러 정상 선언에 주목해야
미국을 비롯한 반러, 반조선 진영에서는 조-러 정상회담을 ‘불법적 무기 거래’ 프레임으로 가두려 하지만 푸틴 기고문에서 확인되듯이 조-러 관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패권을 반대하고, 자본주의적 교류가 아닌 ‘인간적인 교류’를 추구하며, ‘민주적이고 안정적인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역시 6월 12일 러시아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아 푸틴에 보낸 축전에서 조러 협조를 ‘두 나라의 강국 건설 위업을 추동’하고 ‘진정한 국제적 정의 실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 국제 질서는 반제 자주를 지향하는 제3세계의 약진과 미국 패권의 몰락을 특징으로 한다. 조선과 러시아는 미국과 정면으로 정치군사적 대결을 벌이고 있는 두 나라이다. 반제 자주의 새로운 시대에 조-러 정상회담과 조-러 정상 선언이 반제 자주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