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도 엄연한 직업”.. 노점상 특별법 제정 촉구
민생 경찰이 노점 단속하며 강제 철거까지
6.13대회, “윤석열 정권 심판, 새로운 시작”
1988년 6월 13일은 전국의 노점상들이 노태우 군부독재 정권의 전면적인 노점상 탄압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투쟁하기 시작한 날이다. 노점상들은 이날을 기리며 매년 서울로 상경해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과 대전국노점상연합(대노련)은 올해도 어김없이 ‘6.13 전국노점상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서른일곱 번째 대회다.
올해 대회에서 노점상들은 더 이상 범죄자로 취급받기를 거부하며, ‘철거’의 대상이 아닌 사회경제 주체로 인정받겠다는 결심을 담아 “벌금 말고 세금 내고 싶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 제정과 ‘노점단속 특별사법경찰 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할 예정이다.
4일, 민주노련과 대노련은 국회 앞을 찾아 ‘6.13정신계승 주간’을 선포하고 ‘6.13 전국노점상대회’ 개최를 알렸다.

“‘벌금’이 아닌 ‘세금’ 내고 싶다”
‘노점상 생계보호 특별법(노점상 특별법)’은 노점상을 ‘직업’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월, 5만 국민동의 청원을 통해 발의됐지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계류되다 21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됐다.
노점상은 한국표준직업분류 상 ‘5322(노점 및 이동 판매원)’로 등록된, 국가가 공식적으로 부여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강제철거 탄압을 받고 있다.
이들은 국회를 향해 “가진 자들을 지키는 법을 만들고, 대통령 최측근들의 비리를 감추는 일에만 열중하는 국회”를 규탄하고 22대 국회를 향해 노점상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은 “노점상 조직이 만들어지고 3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과태료와 용역 깡패, 그리고 하다 하다 이젠 민생 치안에 앞장서야 할 경찰들까지 동원해 노점상들을 단속, 탄압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이들이 노점단속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이유는, 노점상이 ‘불법’이라는 법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노점단속에 특사경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지방자치단체에선 노점상 강제철거에 특사경을 투입하는 것도 모자라, 특사경은 강제철거에 저항하는 노점상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수사까지 한다. 이날 서울 동대문구청에선 ‘민원’을 이유로 계고 한번 없이 특사경을 앞세운 철거가 벌어졌다.
노점상들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국민이 스스로 찾아낸 생존의 방식이 ‘노점’이며, 전국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엄연한 상거래”라며 “특사경을 도입해 노점상을 때려잡을 게 아니라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제 상황을 때려잡으라”고 요구했다. 노점상들은 ‘벌금’이 아닌 ‘세금’ 내면서 떳떳하게 장사하고 싶다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엔 진보당 소속 국회의원 3명이 모두 참석했다. 윤종오 원내대표는 “50년 전 우리 어머님도 노점을 하셨고 당시에도 단속 때문에 파출소에 잡혀갔다가 나오신 기억이 선한데, 50년이 흐른 지금도 같이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장에서 어묵만 먹고 끝날 일이 아니”라며 “노점상 특별법 제정에 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정권 심판, 새로운 시작”
대회에서 노점상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목소리도 높일 예정이다.
지난해 2월 윤석열 정부의 공안탄압 속에 노점상의 대표가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최영찬 위원장이 바로 그다. 최 위원장 외에도 민주노련 전현직 간부 6인이 박근혜 정권 시절(2013~2014년) 강남구청의 불법 강제철거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검찰 출신 윤석열 정권하에 구속된 후 석방됐다. 윤 정부를 향한 분노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을 터.
이들은 “채상병 특검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비롯해 국민들의 염원과 열망을 무시하고, 민중들의 생존권을 무시하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대해 “민중들이 다시 한번 들불같이 일어서 제대로 된 가르침을 줘야 할 때”라며 “윤석열 정권 심판”을 호소했다.
최영찬 위원장은 “6월13일 노점상들을 시작으로 노동자들과 농민들, 도시빈민 등 모든 단위가 모여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새로운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면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이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첫 시작점으로 6.13대회를 만들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이들은 오는 13일까지 ‘6.13 정신계승 주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사업과 투쟁을 펼친다.
전국 곳곳의 노점 마차, 그리고 마차 주변에 노점상 특별법과 노점단속 특사경 제도 폐지 요구를 담은 포스터를 부착하고, 6.13 본대회에 앞서 각 지역에선 대회 출정식을 열 예정이다.
김종석 대노련 북서부지역 지역장은 “서울시 25개 지자체를 비롯해 빈민들을 억압하는 전국의 지자체들은 6.13대회를 특별히 지켜보라”고 말했다. “우리 빈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이날 모든 결의와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는 결심이다.
37년 전, 노태우 정권의 마차보관소 폐쇄에 맞서 투쟁에 나섰던 노점상들. 당시 노점상들은 단속에 대한 두려움과 천대 속에서 노점상 조직을 만들어 단결하고, 생존권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생존권 투쟁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민중의 투쟁 역사에도 함께 한 노점상들이 오는 13일 정부와 국회를 향해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6.13노점상대회는 오는 13일 오후 1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