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
- 대변인이 말하는 최저임금 ‘쟁점’
- 6월22일,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21일 1차 전원회의 후 다음 달 4일 2차 전원회의가 예고돼 있다.
1차 전원회의부터 ‘업종별 차등적용’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올해, 윤석열 표 ‘반노동 정책’을 적극 추진해 온 인물들이 공익위원으로 배치되면서, 사용자들의 ‘차등적용’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터. 노동자들의 입장에선 더 큰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노동자들의 대표 조직 민주노총은 올해 최저임금 투쟁을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규정했다. 어떤 돌파구를 갖고 있을까?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위촉한 공익위원들 면면에 우려를 표하며 “최저임금 투쟁이 윤석열 퇴진 투쟁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의 구호를 지웠다”고 했다. 언론에선 ‘1만원을 넘을 것인가’에 관심을 두지만 노동자들에겐 ‘1만원 달성’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최저임금’은 한 사람의 노동자가 가족과 함께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인 ‘가구생계비’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었다. 올해 역시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제시해 투쟁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최저임금의 적용을 직접적으로 받는 노동자 수는 약 350만명. ‘차등적용’을 주장하며 이마저도 줄이려하는 사용자들과는 달리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적용확대’을 요구한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하는 것.
전 대변인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제에 해당하는 ‘안전운임제’를 실시 한 경험이 있다”면서 “그런 방식으로 플렛폼·특고 노동자들의 노동 패턴을 연구하고 토론하여 합리적 임금표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돌파구는 최임위 회의장 내 투쟁, 그리고 강력한 ‘장외투쟁’이다.
‘업종별 차등적용’ 대상에 거론된 돌봄노동자에 관해 전 대변인은 “생산량과 매출을 측정할 수 없는 것이 돌봄노동”이라며 “생후부터 노후까지 책임지는 돌봄노동을 무시하는 윤석열 정부의 처사”에 분노했다. 그러면서 “돌봄노동 당사자들이 최임위 노동자위원으로 참석해 그들의 현실을 절실하게, 그리고 당당하게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또 다음 달 22일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대규모 투쟁을 준비 중이다.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 진행되는 시기, 정부와 공익·사용자위원들을 압박하는 투쟁이 될 전망이다.
전 대변인은 “물가폭등 시기, 민생을 유기한 윤석열 정부가 최저임금까지 내팽개친다면 엄청난 분노가 폭발할 것”이라며 “윤석열 퇴진 투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이 말하는 최저임금 ‘쟁점’
전호일 대변인은 정부·사용자 측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하나하나 짚었다.
쟁점1) 최저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오른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이 16.4%, 10.9% 올랐는데 그때 물가는 1%도 안 올랐다. 반대로 물가인상률은 치솟는데, 최저임금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오히려 실질임금이 깎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진다’는 주장에도 일침을 가했다.
전 대변인은 “전체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줄어들면 구매력이 줄어들어 편의점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것인데, 물가도 못 잡고, 최저임금 인상도 가로막으며 ‘을’끼리 싸움을 부추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으로 한 가구가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구생계비’를 최저임금 결정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
최임위는 매년 연구용역을 통해 비혼·1인 가구의 ‘생계비’를 조사한다. 지난해 최임위 조사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비혼·1인 가구 한 달 평균 생계비는 241만 원이었다(2022년 기준). 반면, 노동자 평균 가구생계비(평균 가구원수 2.48명, 가구당 수입원 수 1.44명)를 기준으로, 2022년 적정생계비는 284만 4천 원이었다. 그러나 그해 최저임금은 9,620원, 월 단위(209시간 기준)로 환산하면 201만 580원으로 가구 생계를 감당하기는 역부족이었다. 한해가 지난 지난해 최저임금은 9,860원. 월 단위로는 206만 740원이 된다. 이 역시 가구생계비에는 턱없이 못미쳤다.
지난해 노동자위원들의 요구안은 시급12,210원, 월 255만 1,890원이었다. 민주노총은 6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최초요구안을 확정한다. “지난해 요구한 12,210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 대변인은 내다봤다.
“140원 이상 인상되면 최저임금 1만원이 넘는다. 1만 원이 넘으면 엄청난 성과라고 대서특필하는 보수언론들의 프레임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 가구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임금을 쟁취하는 것을 목표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쟁점2) 지금이야말로 차등적용?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업에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할 때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적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사용자들의 ‘차등적용’ 요구가 빗발친다. 윤 대통령 역시 보고서 내용을 옹호했다.
그러나 사용자측에서 주장하는 ‘차등적용’ 해외 사례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전 대변인은 “해외에서는 단일임금 적용이 일반화됐고 차등적용을 하더라도 해당 업종의 임금을 더 주는 국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연구원도 지난달 말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리’에 대한 허구성을 조목조목 꼬집는 보고서를 냈다.
현재 최저임금제는 187개 ILO 회원국 중 90%의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이들 중 약 절반 이상(53%), 특히 선진국에서는 주로 단일한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발간한 ‘주요국가의 최저임금제도’에 따르면, 41개 국가(OECD 회원국 26개, 비회원국 15개) 중 19곳은 단일 최저임금, 11곳은 국가 최저임금과 업종·지역 최저임금을 병행했다. 11곳을 보면 독일, 미국 등 9개국은 지역·업종 최저임금이 국가 최저임금 보다 동일하거나 높아야 한다. 최저임금보다 업종별로 낮게 책정한 나라는 한 나라도 없다.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셈. 그는 “차등적용은 국가가 그 업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돌봄 영역은 매출, 생산성과는 멀지만 노인돌봄, 아이돌봄, 장애돌봄 등 중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라며 “국가가 더 장려하고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공익위원이 친정부 인사들로 교체된 상황에서, 차등적용 논의에 대한 긴장감이 돌고 있는 상황. 돌봄 노동자를 최저임금위원으로 배치한 노동계는 ‘강력 저지’가 목표다. “차등적용 불가는 물론, 최저임금법에 단서조항으로 있는 ‘차등적용’ 조항 폐지 투쟁에도 나설 예정”이다.

쟁점3) 지금이야말로 ‘적용확대’
노동자이지만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이미 전체 일하는 사람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 “최저임금 대폭인상에 더해 이들을 구제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 21일 최저임금 전원회의에서 민주노총은 사용자측과의 설전 끝에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확대’를 올해 논의 안건으로 상정해냈다.
사용자측에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시비다. 전 대변인은 “대법원 판례로 이미 시비는 끝났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요기요’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이 노동청으로부터 노동자성을 인정받았고, 배달노동자는 2020년 노동부, 2023년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등 노조법상 노동자의 지위를 여러 차례 인정받은 바 있다.
“화물노동자의 최저운임(안전운임제)을 정했던 것처럼 플렛폼·특고 노동자들의 노동 패턴에 따라 최저임금을 정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게 전 대변인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라이더들의 시간당 평균 수행 건수, 고정비용(4대보험 등), 변동비(유류비 등), 주휴수당 등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가전서비스 기사, 웹툰 작가 등의 노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최저임금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6월22일, 대규모 투쟁 결의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할 권리’와 ‘노동자성 인정’을 쟁취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 투쟁 역시 민주노총의 하반기 주요 투쟁 의제다.
6월22일은 최저임금위원회 논의의 한복판이기도 하며, 민주노총에겐 상반기 투쟁을 마무리하고 하반기 투쟁을 결심하는 시기다. 민주노총은 이 날을 ‘모든 노동자의 임금인상 투쟁’으로 상정하여 강력한 투쟁을 준비 중이다.
전 대변인은 “지난 14일, 민생토론회를 재개한 대통령의 첫 번째 의제는 ‘노동’이었다.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컨셉을 들고나왔는데, 최저임금 노동자가 노동약자인 건 모른다”며 “민생위기는 객관적인 사실인데 노동약자를 나 몰라라 하는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저임금위원회가 우리의 민생을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광장으로, 거리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이날 투쟁이 윤석열 퇴진 투쟁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6월3일엔 국회를 찾아 22대 국회를 향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목소리를 높일 계획이다. ▲최저임금 결정 시 가구생계비 반영 ▲차등적용 삭제 ▲장애인 등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 ▲수습 중인 노동자 감액규정 삭제 ▲산입범위 정상화 및 통상임금 간주 등 법 개정을 촉구하고, 투쟁을 결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