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2024.5.11
한중일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5월 13일 조태열 한국 외교장관이 중국을 방문한다. 환구시보는 이번 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협력 상황을 유지하기를 기대한다.<편집자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월 10일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이 13~14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중은 양국 관계 발전 방향, 공급망 협력, 북핵·북한 문제 등에 대한 의견 교환 외에도 한·중·일 3자 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앞서 한·중·일 3국이 오는 5월 26~27일 서울에서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현재 조율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측은 이에 대해 적극적인데, 일각에선 이를 한국 정부가 대외정책 조율에 주력하면서 ‘균형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은 현 정부 들어 ‘가치관 외교’를 내걸고 대외정책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미·일을 등에 업고 대북 강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중국 관계에서 현 정부는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미·일을 추종하고, 일부 지역적 ‘작은 울타리’에 접근하는 근시안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는 한국 언론이 지적했듯이, 한국은 미국 등 서방 국가와 ‘무조건적 연합 외교’를 했지만 정작 대접은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한국 국내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중국과 미국 및 다른 서방과의 왕래와 소통이 재개됨에 따라 한국 정부의 균형 잡힌 외교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지난해 한·중·일 협력 순번제 의장국을 맡은 이후 한국 측이 한·중·일 고위급 대화 재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26일 부산에서 4년여 만에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3국은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중·일 정상회의 준비 여건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의는 3국 협력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다. 이후 3국은 정상회의 시기를 조율해 왔고, 새해 들어서도 한국 측은 의장국 역할을 계속하면서 중·일 양국과 소통을 유지해 왔다.
올해는 한·중·일 협력이 시작된 지 25년이 되는 기념할 만한 중요한 해이다. 1999년 한·중·일 협력은 아시아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 시작되었고, 이후 3국 협력은 우여곡절 속에서 끊임없이 전진하여 풍성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 이미 정상회의를 핵심으로 21개 장관급 회의를 주체로 70여 개의 대화 체제를 지지하면서 경제무역, 물류, 문체, 교육, 환경, 과학 기술 및 보건 등 거의 30개 분야를 포괄하는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형성하였다. 한·중·일 협력은 동북아시아에서 메커니즘의 기제화 정도가 가장 높고, 가장 넓은 영역을 포괄하며, 가장 풍부한 함의를 지닌 다자간 협력 구조가 되었다.
안타깝게도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8차 회의 이후 한·중·일 정상회의는 4년 반 동안 중단되었다. 그 기간 3국 협력이 겪은 난항은 바로 동북아 지역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국가관계와 지정학적 갈등의 표출이다. 지난해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이 길어지고 미국이 대중국 억제 포석을 가속화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해지고 동북아 진영의 대결 조짐이 뚜렷해졌다. 한·중·일 고위급 대화 재개는 3국 협력에 오랜만에 정치적 동력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일부 국가의 진영 대결적 사고를 깨뜨리고 동북아 상공에 드리워진 ‘신냉전’의 먹구름을 불식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과의 교감이 관전 포인트인 만큼, 한국 정부에도 외교적으로 ‘편향을 바로 잡을’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한국 측이 이번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중 관계가 바닥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면, 보다 진정성과 실천을 보여주고 이번 양자 대화에 보다 유리한 정치환경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만 이번 정상회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은, 정치적 보수화와 미국의 끈질긴 유인책 속에서 한국 정치권 일각에 중국에 대한 경계심과 경쟁의식이 높아지고, 미·일의 ‘중국 위협론’을 추종하며 ‘의미제중(倚美制中, 미국에 의존해 중국을 제압)’에 부화뇌동하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한국이 이성적이고 포괄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면서 한중 관계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중국과 한국이 움직일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라는 객관적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수교 30년 이상의 발전을 거쳐 중국과 한국은 이해관계가 고도로 통합되고, 생산 및 공급 사슬 또한 고도로 통합된 협력 파트너가 되었다. 모든 수준의 대화와 소통을 강화하고, 전반적인 협력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 쌍방의 공통된 요구 사항이다. 근본적으로 말해서 한·중 관계를 안정시키고 발전시키려면 우호 협력이라는 큰 방향에 끝까지 닻을 내려야 한다. 이는 양측에게 있어 선택지가 아닌 필수문제이다.
지난해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외무장관은 3가지 키워드로 한·중·일 협력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동아시아 협력의 ‘선도자’이다. 3국 협력으로 동아시아 협력을 이끌어내고, 개방적 지역주의를 견지하며, 이데올로기적 선긋기를 반대하고, 지역 협력의 진영화를 거부한다. 둘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는 ‘안정기’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해 의견 차이와 분쟁을 평화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것을 견지한다. 셋째, 뜨거운 쟁점을 해결하는 ‘감압밸브’이다. 한반도 정세의 열기를 냉각시키고, 대화 재개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며,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한국 측이 의장국으로서 이런 원칙을 갖고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