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2024.4.29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환구시보는 두테르테 전 정부 시절 중국과 필리핀이 체결한 '신사협정'을 강조하며, 현 마르코스 필리핀 정부가 '신사협정'을 위반하며 남중국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편집자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  신사협정을 맺은 사실을 필리핀 측이 재차 부인했다.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4월 27일 성명에서, 2022년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취임 이후 필리핀 국방부는 "모르고 있으며, 중국과 어떤 내부 합의를 한 당사자도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는 마닐라의 이러한 입장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중국과 필리핀 간의 기존 공동 노력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필리핀 관계와 남중국해의 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신사협정'은 법적 수단을 통해서 시행되기보다는, 참여자 간의 신뢰와 성의에 의존하는 비공식적이고 비구속적 협정이다. 신사협정은 공식적인 조약보다 더 유연하고, 특정한 사회 질서나 정책 목표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즉 일종의 공감과 '묵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잡한 국제환경 속에서 국가 간 입장과 행동을 신속하게 조율하고 돌발사태를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남중국해 정세가 매우 엄중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와 두테르테 정부가 '신사협정'을 체결한 것은 지역의 평화를 수호하고 남중국해 분쟁이 지역 충돌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쌍방의 국익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이익과 도덕적 기준에도 부합했다. 중국과 필리핀이 민감한 지역의 군사 활동 제한과 인도주의 및 물자 교환에 대한 상호 이해에 합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지난해 2월 초까지 이 협정을 잘 지켜왔기 때문에, 양측은 상황을 통제하고 잠재적 군사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부가 양국의 신사협정을 노골적으로 배반하고 부인하는 데는 정치적 쇼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현명하지 못하며, 앞으로 정말 피해를 볼 쪽도 필리핀 자신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신사협정' 파기가 필리핀의 국제적 신용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하다. 신사협정은 모든 당사자의 신뢰와 상호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 현 정부가 그것을 부인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필리핀 당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으며, 국제 무대의 평판에 영향을 미치고, 향후 국제 문제 협상의 중요성과 효율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동시에 필리핀과 다른 나라의 경제 협력과 정치적 신뢰에도 영향을 주어, 필리핀 국가의 발전에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외교적으로 이렇듯 번복을 일삼으면 필리핀 내에서도 욕을 먹지 않을 수 없다. 동시에 '신사협정' 위반은 남중국해의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사화 경향을 급격히 증가시키거나 대치 상황을 빈번하게 발생케 하여 이 지역의의 불안정과 충돌 확률을 높인다. 이것은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지역 환경이 필요한 필리핀에게 분명히 매우 불리하다. 앙큼한 역외 강대국들이 이 틈을 타서 개입하는 것은 필리핀에게 있어 더 높은 국가 안보 위험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 보면 필리핀의 행동은 아세안의 지역적 결속을 해치고, 필리핀이 '위험한 이웃'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은  하나의 지역 조직으로서 협력을 통해 지역의 안정, 안보 및 경제 발전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필리핀의 일방적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배신은 아세안 조직 전체의 결속력과 외교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현재 필리핀의 행동은 아세안에 대해 무책임하며, 국제 무대에서 아세안의 입지와 영향력을 약화시켜 전 지역의 전략적 이익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긴박한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신뢰와 소통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그런데도 마르코스 정부가 신사협정을 함부로 저버리고 부인하는 것은 중-필리핀 간 신뢰 기반을 훼손시킬 것이며, 남중국해 분쟁에서 대화와 협력을 경시하는 마닐라가 일방적이고 험난한 대립과 충돌로 선회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는 필리핀 정부의 신뢰, 정치, 전략, 경제, 안보 등 여러 측면에서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다. 필리핀 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국제적 손실을 초래하지 않도록 외교 정책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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