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토론회, 총선 접전지에 쏠려있어”
“저출생 아닌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
‘총선 앞두고 사라진 긴축 재정 정책’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2차 경제분야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민생토론회 후속 조치로 대출을 받는 신혼부부의 합산소득 기준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무분별한 대출완화에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사전투표 하루를 앞두고 내린 조치에 관권선거 논란이 다시 일었다.

“민생토론회, 총선 접전지에 쏠려있어”

경제정의실천연합은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의무와 선거관여 금지 등 규정을 어겼다며 중앙선관위에 신고장을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비판에 “선거와 무관하다”고 반박했지만, 경실련 측은 ▲총선 접전지에서 집중 개최한 점 ▲토론회 개최지별 맞춤 개발 사업 발표한 점 ▲이해관계자별 지원발표를 통해 선거에 개입한 점을 들어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서울 5회, 인천 1회, 경기 9회, 강원 1회, 전남 1회, 영남 4회, 충청 3회 개최됐다. 경실련은 “민생토론회 횟수가 많았던 수도권과 영남, 충청권 등은 이번 총선의 주요 접전지”라며 “민생토론회 개최 그 자체가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출생 아닌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

연이은 선심성 후속 조치에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통령은 4일, 신생아 출산 가구 특례대출 부부합산 소득 기준을 현행 1억 3,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은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중산층이 주택구입 자금 마련의 수단으로 악용해 가계부채와 집값을 끌어올린 거다.

정부는 이 연장선인 신생아 특례대출을 내놓았다. 이미 기존 특례대출이 출시된 지 3주 만에 3조 원을 넘어선 마당에 재정 마련 방안도 없이 소득 기준을 더 완화해준 거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대통령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저출생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시장 활성화와 집값 부양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윤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고소득 신혼부부 자산 형성을 도울 것이 아니라 높은 주거비로 고통받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장기공공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앞두고 사라진 긴축 재정’

역대 정부 가운데 최초로 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긴축 정책을 펼친 대통령이 유독 총선을 앞둔 민생토론회에서는 후했다. 대통령은 24번의 민생토론회를 열고 350건 이상의 정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재원 마련 방안도, 일관성도 없었다. 

올해 1월 기획재정부는 ‘저소득층에 국가장학금을 확대해 양질의 교육기회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통령은 지난달 민생토론회에서 “국가장학금 수급대상을 150만 명까지 늘리겠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대학생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숫자로 기존 기재부의 정책과도 거리가 있다. 또한, 대통령이 강조한 긴축 재정과도 궤가 달랐다. 

R&D(연구개발) 예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회와 마찰을 빚으며 겨우 통과된 R&D 예산에 대해 대통령은 “내년에 R&D 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계, 국회의 의견을 묵살하고 감액을 강행하더니 총선을 앞두고 증액을 선언한 거다.

결국, 관권선거라는 역풍만 맞으며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잠정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총선 이후 민생토론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이나 일관성 없이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정부 신뢰도는 바닥인 상태, 총선도 야당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대통령의 말의 무게는 점점 더 가벼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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