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이 윤석열 정권 심판 선거로 자리 잡는 데 조국 교수가 큰 힘을 불어넣었다. 조국혁신당이 출현하면서 교수 조국은 투사 조국으로 변신했고, 그가 뿜어내는 정권 심판 외침은 남다른 울림으로 유권자를 격동시켰다. 정권 심판이 ‘될까’ 주저하던 국민에게 ‘되겠다’는 확신도 심어주었다.

여당 텃밭 부산‧울산‧경남에서 야권단일후보의 선전에 기여했고, 수도권 압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표날을 기다리게 만드는 데도 조국혁신당의 역할이 컸다. 최근 30%에 육박하는 정당 지지도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공로가 인정된다고 해서 비례정당 투표까지 조국혁신당에 해야 할까.

흔히 선거는 더 나은 사람이 아니라 덜 나쁜 이를 뽑는 것이라고들 한다. 누군가 당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반드시 떨어트리기 위해 투표장을 향하는 유권자가 더 많다는 분석도 있다.

1등만 당선되는 총선에서 이런 선택은 불가피하다. 내가 당선시키고 싶은 후보에게 투표했다가 자칫 사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구 선거는 그렇다쳐도 정당 투표는 좀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를테면 한국사회의 판을 바꿀 새로운 정치세력 등장의 마중물이 돼 보는 것 말이다.

우리 사회는 민주노동당 이후 제대로된 진보정당을 만나지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사법농단으로 통합진보당에 ‘종북’ 딱지가 붙으면서 시민사회도 진보정당을 멀리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졌다. 

진보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우경화를 경험했고, 급기야 독재정권까지 출연하게 되었다. 거부권 남용으로 입법기관을 무력화하기에 이르렀다. 진보정당이 무도한 정권과 맞서기 위해 어떻게든 원내 진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혁신당이 과거 민주노동당 역할을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노동자 농민 등 소위 민중진영의 계급적 토대가 미비한 조국혁신당으로선 한계가 분명하다. 반면 더불어민주연합의 진보정당 후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계와 각계각층을 대변하는 활동가들로 구성돼 있다.

결국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개헌을 통해 한국 사회를 근본에서 뜯어고치는 정치 대변혁을 위해선 노동자 민중에 깊이 뿌리 박은 진보정당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4.10총선은 정권 ‘심판의 날’임과 동시에 새로운 진보정당의 싹을 틔우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부산, 울산 등지에서 그 가능성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연합에는 진보당, 새진보연합 그리고 시민사회가 추천한 10명과 더불어민주당 10명의 비례후보가 등록돼 있다. 이들이 모두 당선되기 위해서는 40%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현재 여론조사 상의 지지율로는 11번 후보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국민이 주인되는 완전히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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