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강세 지역, 경남에서 진보의 바람이 심상치않다. 창원 의창구 ‘진보당’이 그 주인공이다.

의창구 주민의 입에서 ‘진보당’을 두고 “‘진주당’으로 이름을 바꾸는 게 어떻냐?”는 말까지 나온다.

‘진보당’의 이름 세 글자에 대해 “무슨 금은방 이름이냐”는 질문까지 들었던 진보당. 그렇다면 ‘진주당’을 언급한 주민은 금·은·보석 중에 하나를 콕 집어 당명을 제안한 것일까?

아니다. ‘진주당’ 제안은, 진보당을 ‘진정한 주민들의 당’이라 생각해서 나온 표현이다.

진보당은 의창구에서 어떻게 ‘진주당’이라는 별칭을 얻었을까?

▲ ⓒ진보당 경남도당 의창구위원회
▲ 창원 의창구 ‘도계동 안골 북부순환도로 노선 반대(변경)’ 주민대회 ⓒ진보당 경남도당 의창구위원회

주민 고통엔 관심 없는 정치인

지난해 가을, 창원 의창구 ‘도계동 안골 북부순환도로 노선 반대(변경) 투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골마을’이라 불리는 이곳에 북부순환도로 계획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창원시가 2004년부터 계획해 추진 중인 ‘북부순환도로 노선’은 아파트 40m 거리에 위치할 예정으로, 공사 시 주민 피해는 물론, 완공 후엔 출퇴근 상습 정체구간을 만들고,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문제투성이였다.

그런데, 문제투성이를 확인하기도 전에, 안골마을에 몇십 년을 살고 있는 주민도 이 계획이 추진되는 것조차 잘 알지 못했다는 것. 

주민들이 알고 있던 기존 노선이 갑자기 아파트 옆 고가도로 노선으로 둔갑하고, 394억이던 사업비도 908억으로 뛰었다. 창원시는 심지어 이 변경노선을 주민들 몰래 밀실공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국민의힘·민주당 등 기성정치인들은 주민들의 분노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주민도 모른 채 진행되는 도로 계획, 주민 고통엔 관심 없는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는 차오를 대로 차올랐다.

의창구 도계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 그의 부친은 10년이 넘도록 북부순환도로 관련 싸움을 해온 장본인이다. 순환도로 공사가 시작되면 A씨는 당장 카페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아버지가 먼저 10년 동안을 싸워왔는데, 기성 정당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얼굴 한번 비추지 않은 정치인이 허다했습니다.”

그런데, 주민과 함께 안골마을 투쟁(=도계동 북부순환도로 투쟁)을 이어가는 진보당을 보면서 “저들도 가족이 있고, 애들도 있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을텐데, 어떻게 저렇게 주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내줄 수 있을까?” 의아했다고 했다.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해줄게, 표 모아와, 돈 가져와’가 아닌…

진보당이 안골마을 주민을 만나게 된 건, 정혜경 진보당 경남도당 창원의창구위원장이 이 마을에서 공인중개사를 하는 주민 B씨의 연락을 받고 나서다. 앞서 정 위원장은 급식노동자 의제로 주민서명을 받기 위해 공인중개사무소를 방문했고, 당시 주민 B씨를 알게 되었다.

안골마을 투쟁에서 주민과 진보당은 간담회 개최, 투쟁 의의 해설, 투쟁방법 결정, 주민대회 개최 등 투쟁의 주인이 되었다. 주민과 함께 안골마을 입구에 천막을 설치해 ‘투쟁하는 주민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더우나 추우나, 강풍이 부는 날에도 천막을 지키고 주민과 소통했다. 그러면서 주민대책위원회가 꾸려졌고 직접 투쟁 전술을 결정하고 실행했다.

“우리 마을에 와서 우리 얘기 좀 들어보라고 해도 오지도 않고, 주민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던 정치인들만 봤습니다. 주머니에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에 신물이 났죠. 국회의원, 정치인, 교수, 의사 등 ‘사’자 들어가고 내로라하는 사람 모두를 증오했었는데…. 진보당은 다르더라고요.”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민주노동당이 존재했을 때 ‘민주노동당, 너희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왜 대통령이 안 되냐’는 말도 했고, 진보정당조차도 눈길이 가지 않고 정치혐오에 빠져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진보당이 다른 어떤 정당들과 달랐던 것이 있다.

“시민이 우선이고 시민을 위한 시(市)를 만들자라는 마음, 시민이 모이고 움직이면 큰 힘이 생기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들, 다른 당처럼 ‘내가 해줄게 표 모아와, 돈 가져와’가 아닌, ‘당신들이 모이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사람들.” A씨의 눈으로 본 진보당, 진정한 국회의원의 모습이라고 했다.

부친과 함께 오래도록 싸운다고 싸워왔지만 “실제 우리 주민이 단합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진짜 단합이 됐고,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 도계동 안골마을 주민대회, 정혜경 진보당 의창구위원장(가운데).
▲ 도계동 안골마을 주민대회, 앞줄 가운데가 정혜경 진보당 의창구위원장이다. ⓒ진보당 의창구위원회

주민의 힘 알게 해준 ‘진보당’

안골마을에 사는 주민 C씨도 같은 마음이다. 그는 진보당에 대해 “힘이 없는 부모도 부모다”라고 표현했다. 아직 힘은 적지만 부모와 자식처럼 끈끈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C씨는 안골마을 주민대회 때 처음으로 이웃 주민들과 진보당을 접했다. 주민대회(집회)가 진행되면서 교통통제가 있었고, 그래서 차에서 내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봤는데 주민도 모르게, 주민에게 도움 되는 도로가 아닌 피해를 주는 도로가 만들어진다는 걸 그 때서야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마이크를 잡고 ‘국민의힘인지, 진보당인지 무슨 필요가 있냐, 주민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고 말했죠.”

그는 “힘없는 진보당이라 무시했었는데, 그때 진보당이 너무 큰 힘이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힘없는 부모도 부모’라는 말처럼 그 때서야 ‘당’이란건 이런거구나 느꼈습니다. 당시엔 몰랐던 순환도로 계획의 약한 고리를 주민들이 알아차릴 수 있었던 힘, 그래서 주민이 주인으로 나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고, 주민의 힘을 알게 해준 진보당, 그래서 ‘부모’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이 지역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시장이 누구인지 무관심했을 만큼 ‘당’, ‘정치’라면 신물이 났다던 C씨. “내 인생에 ‘진보당’이란 정당이 나타나게 될지 몰랐다”며 “내가 주민대회를 했던 그때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면 ‘진보당’을 만날 수 있었을까. 그럼 너무 후회됐을 것”이라고 했다.

소수가 새로운 길을 만든다

의창구 전통시장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D씨는 진보당을 ‘소금같은 존재’로 칭했다. C씨와 비슷한 마음이다. ‘힘이 작은 진보당’이 아니라 “없는 길, 새로운 길은 늘 소수가 시작했고, 소수가 만들었다”며 ‘소금같은 존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안골마을에 살며, 30년 이상 민주당의 지지자로 살다가 최근 진보당에 가입했다. 안골마을 투쟁을 겪으면서 진보당 창원의창구위원회가 말하는 ‘사람이 모여드는 의창’, ‘살고 싶은 의창’과 뜻이 통해서다.

“순환도로가 생기면 몇 년간 공사에 시달려야 하고, 땅값도 떨어지고, 지역경제도 안 좋아질 것 같아 다른 곳으로 이사하려 했어요. 그런데 주민들 힘으로 순환도로 문제가 일단락되니, 다시 땅값도 회복되고 달라지더라고요. ‘아, 우리 마을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변화시키면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주차문제도 해결하고, 가로등 문제도 해결하고, 더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고 싶은 결심”이라고 했다.

‘진보당처럼 든든한 우리(주민)편’과 함께 하겠다며 이사 갈 생각도 접었다. 진보당의 ‘주민 섬김의 정치’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주민과 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숟가락당’ vs ‘마무리당’

안골마을 투쟁은 주민의 뜻대로 ‘노선 반대’가 아닌 ‘노선 변경’을 요구했고, 홍남표 창원시장을 주민대회에 불러내 “주민 동의 없는 노선 추진은 하지 않겠다”는 답변(공식문서)을 받아냈다.

이렇게 투쟁이 일단락되자 기존 정당들이 슬슬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1차 승리를 만든 양 현수막을 걸고 소위 ‘숟가락’을 얹으려 했다.

안골마을 주민 C씨가 거대양당에 붙여주고 싶은 별명이 ‘숟가락당’이다. 반대로 진보당에게 지어주고픈 별명은 ‘마무리당’이다. “주민과 함께 투쟁으로 마무리하는 당, 더 말이 필요없다”는 뜻이다.

안골마을 투쟁보다 앞서 안골마을 주차문제가 불거졌을 때가 있었다.

지난 2021년 도계 외곽도로를 정비하면서 2차선 도로 중앙선에 주황색 봉(주차봉)이 세워졌다. 이를 기준선으로 양 차선이 분리되면서 주민들은 도로 갓길에 주차할 수 없게 됐다. 차선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주차공간이 없어 불편을 겪는 주민에게 돌아온 건 2천만 원이 넘는 과태료였다.

진보당의 ‘주민민원’에 주차문제가 다수 접수됐다. 진보당과 주민들은 집단 민원을 넣었고, 집회까지 열어 창원시장을 안골마을로 나오게 했다. 시장이 다녀가자마자 주차봉이 뽑히면서 주차문제를 해결했다. 그때도 그랬다. 국민의힘·민주당 등 거대양당 누구 하나 먼저 나서서 해결하지 않았다.

기득권 양당정치의 힘보다 ‘주민의 편’에 선 진보당의 정치가 이 마을 주민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도계안골 북부순환도로 주민설명회 모습. 주민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이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진보당 의창구위원회
▲ 도계안골 북부순환도로 주민설명회 모습. 주민대책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고 이후 투쟁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진보당 의창구위원회

“진보당밖에 없죠”

4월 총선을 앞두고 창원 의창지역구에도 많은 인물이 속속 예비후보에 등록했다.

‘정권심판’ 대 ‘야당심판’, ‘기득권 양당심판’까지 이른바 ‘심판론’이 총선을 달구는 가운데, 의창구는 용산출신과 현역 검사까지 출마하면서 검찰독재정권 심판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과 싸울 의지가 있는 정당은 진보당밖에 없다. 민주당은 국힘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안 보인다”는 말이 의창구에서 들린다.

“왜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 윤석열 정부가 꽂는 사람을 뽑나요? 지역을 위해 진심을 다해 일하는 정당이 누구인지 알고 뽑아야죠.” 옷 가게를 운영하는 D씨의 마음엔 진보당이 차있다.

“기득권에 분노하고, 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한 진보당과 나는 ‘코드’가 맞아요. 그래서 그 뜻에 내 힘을 모아주고 싶습니다.” 주민대회(집회)로 도로가 막혀서 처음 진보당을 만났다는 C씨의 말이다.

카페 사장 A씨는 10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카페를 쉬고 하루 종일 진보당 지지자(지인)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29명의 지지자를 모았다. A씨를 통해 진보당의 진심을 알게된 그들은 자필로 명단을 적어냈고, A씨는 이를 진보당에 내밀었다. 자신이 이들에 대한 진보당 지지를 책임지겠다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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