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전주을)이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폭행당한 사건에 시민사회의 분노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언을 했다는 이유로 지역 행사에 참여한 지역구 의원 입을 틀어막은 채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친 것은 도를 지나쳤다는 판단에서다.
시민사회는 이 사건이 대통령 경호처의 우발적인 일탈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본질이 드러난 것이라 보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도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똑같은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통령 경호처는 행사에 참석한 김건희 여사 경호를 명목으로 블랙리스트 피해자 송경동 시인 등을 폭행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기획에 공모한 소설가 오정희를 서울국제도서전이 홍보대사로 위촉한 데에 그가 항의했기 때문이었다.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은 윤 정부의 반복되는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이날 회견을 주최한 인권운동 네트워크 바람, 블랙리스트 이후, 민변 인권감시 변호단은 “이번 사태는 대통령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인할 수 없고,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차단하겠다는 뜻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임을 부인하고 제왕을 자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강성희 국회의원과 국민에 대한 사과 △대통령 경호처 관련자 및 경호처장 파면 △국정에 대한 성찰과 국정기조 전환 등을 요구했다.
발언에 나선 권영국 변호사(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감시변호단장)는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냐”며 “국민을 함부로 막 대해도 되는 자신의 신민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제 대통령 부부 면전에서 쓴소리를 하면 안 되고 그저 달콤한 말로 아부만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며 “그러니 부산엑스포와 같은 사태가 터진 것”이라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 일대에 집회 금지 조치를 내린 처사의 위헌성도 도마에 올랐다.
이종훈 변호사(민변 인권침해감시변호단)는 “친근하게 소통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오더니, 정작 대통령실 앞 집회에는 매번 금지 조치를 내렸다”며 정부의 표리부동을 규탄했다.
집시법이 정하고 있는 집회금지장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계속되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대통령실 앞을 교통제한으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는 주요도로로 선정하기까지 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집회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며 “윤 대통령은 애당초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대통령 경호처에 의해 폭행당한 송경동 시인도 말을 보탰다.
송 시인은 “한두 번도 아니니 기가 막힌 일”이라며 “이걸 대통령이라고 계속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노조법과 방송법을 거부하고 김건희 특검도 거부하더니 이제는 이태원 특별법까지 거부하려 하고 있는데, 정치인, 방송인, 문화예술인,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국민들까지 다 거부하고 나면 도대체 누구의 대통령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앞장선 유인촌을 문체부 장관에 데려온 시점에서부터 이미 문화예술인들은 윤 정부를 끌어내리지 않고서는 답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대통령의 기조에 맞지 않는 법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대화와 비판과 견제는 모두 거부하는 오만과 불통의 행태를 당장 멈출 것”을 주문하며,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를 부정하려 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