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사업 치장을 위한 민간과 동행
"복지 시장화로 약자 서비스 질 낮아져"
오염수 방류 외교 실패, 혈세로 메워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에 힘써왔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정작 서울시 예산안은 사회 취약층보단 관광, 레저 등 민간 시장 활성화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24년 서울시의 최종 예산은 45조 7,405억 원. 지난해 대비 1조 4,000억 원 줄었다. 서울시 예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오 시장은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늘 강조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은 늘렸다”며 사회복지 분야에 예산이 늘어난 것에 대해 자화자찬했다.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수상교통 리버버스(208억원)와 기후동행카드(401억원) 시범 운영 예산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또 손목닥터9988, 서울런 등 민간 기업 유치 사업도 그대로 이어간다.
반면, 장애인 복지 사업이나 서울사회서비스원, 야간 약국 등 제1선에서 약자를 위한 복지사업을 펼치던 기관 예산은 대부분 삭감됐다. 신혼부부 매입 임대주택 사업 예산은 작년 대비 1473억 원 줄어든 112억 원이 투입된다. 700호에서 50호, 약 93%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여성 창업 및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도 운영비 전액 삭감으로 폐쇄를 앞두게 됐다.

역점사업 치장을 위한 민간과 동행
‘손목닥터9988’은 오 시장의 대표적 역점사업으로 모바일 앱과 스마트워치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그러나 사업 준비단계부터 서울시가 스마트밴드를 시중가보다 비싸게 구매한다는 점이 알려져 지적받았다. 시중에서 유사한 기능의 스마트밴드를 1만 3천 원에서 2만 4천 원에 판매했지만, 서울시는 이를 5만 원에 구입한 거다.
오 시장이 교통난 해소로 제시한 리버버스는 ‘관광사업’이란 비판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상버스를 운영할 이랜드그룹과 협약 내용을 공개하며 올 9월부터 운행을 시작하겠다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한강 리버버스 운영사업 실시 협약서 동의안’에 따르면 2024년부터 6년간 80억 9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한강본부는 승선률이 20%에 미칠 것이라 분석했다. 10대의 배 중 8대는 빈 채로 돌아다니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리버버스 사업을 강행하며 적자를 지원할 방침이다.
설 자리 잃은 약자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어린이집은 96%의 부모가 반대했음에도 문을 닫게 됐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서사원의 예산을 2022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공공위탁시설 운영을 종료하게 된 것이다.
서사원은 취약보육, 장애아동 보육, 문화재단 연계 사업 등 사회 약자들을 위한 보육 공공성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성이 아닌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대부분 공공사업이 민간업체에 넘어가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와 부모까지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
지난해까지 78대로 운영되던 임차 택시(장애인 전용 개인택시)도 30대로 줄어든다. 지난해 7월 서울시는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이동권을 강화하겠다며 ▲장애인 콜택시 30대 ▲임차택시 66대 ▲법인 특장택시 30대 ▲장애인 바우처 택시 6000대를 증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까지 임차 택시 관련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계획이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장애인 전용 콜택시가 아닌 일반 택시를 바우처로 탈 수 있는 예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장애 이해도가 낮은 일반 택시는 탑승 우선순위에서 배제돼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따른다.
2020년부터 시작된 야간 약국 사업의 경우, 약사들과 지자체들의 반발로 겨우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세수 부족이란 이유로 ‘야간 약국 운영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24개 구약사회는 “공공 심야 약국을 통한 의약품 구매는 2020년(4만 5,469건)부터 꾸준히 증가해 2023년에는 20만 3014건에 달했다”며 서울시민의 건강권과 보건의료 접근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맞섰다.
그 결과 서울시가 입장을 번복하며 예년과 같은 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22시부터 새벽 1시까지 운영되는 야간 약국은 공휴일에 미쳐 약을 구비하지 못했거나, 비싼 응급실이 부담되는 취약층에게 고통을 덜어줬다. 그 결과 현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민생규제 혁신 사례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위원인 고영인 간사는 “언뜻 보면 오세훈 시장이 화려한 복지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복지의 시장화’”라고 비판했다. 이어 “복지의 시장화는 약자들이 질 낮은 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게 할 것이고, 소외감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염수 방류 외교 실패, 혈세로 메워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방조에 국민 혈세가 쓰인 것에도 비판이 인다. 서울시는 보건복지위원회에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에 따라 식품 방사능 검사 강화를 위해 예비비로 장비구입비, 운영비, 인건비, 재료비 등의 명목으로 약 총 35억 3600여만 원을 사용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2024년 본예산에도 ‘방사능 검사 관련’ 총 25억 3400여만 원을 편성했다. 정부의 외교 실패를 국민 혈세로 메우게 된 셈이다. 이소라 시의원은 “서울시와 정부는 이제라도 방사능 검사를 위해 소요되는 추가 비용을 일본 정부가 부담하도록 적극 요구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