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엔 청년희망마차 ‘슬기네 팡도그’가 있다.

‘슬기네 팡도그’는 2030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해 새물약사회와 서울 서부지역노점상연합회(서부노련)가 운영하는 핫도그 무료 나눔 마차다.

▲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있는 청년희망마차 '슬기네 팡도그'
▲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있는 청년희망마차 ‘슬기네 팡도그’.

청년들을 응원하기 위한 든든한 한 끼

지난 3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전국 48개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의 95.1%가 물가 인상을 체감했다. 특히 ‘가장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 1위는 식비(56.1%)였다. 그리고 ‘물가 인상으로 식비를 가장 먼저 줄였다’고 응답한 대학생은 77.2%나 됐다.

“청년들에게 작은 응원을 전하고 싶다.”

이런 청년들의 미래를 응원하기 위해 새물약사회와 서부노련이 뜻을 모았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9~12시) 2030 청년들에게 핫도그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핫도그를 받은 청년들에게 “뭘 해야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벤트를 통해 경품을 받는 방법은 익숙하지만, 조건없이 무언가를 받는다는 게 낯선 2030 세대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팡도그가 있어 끼니를 해결했다’는 응원도 받는다. 팡도그에 대한 보답으로 커피나 작은 선물을 주고 가는 청년들도 있다. 슬기네 팡도그를 운영하는 30대 청년 조슬기 씨는 “뜻을 모아주신 많은 분들을 대신해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며 겸손해 했다.

▲ '슬기네 팡도그' 운영은 아침 9시부터다. 조슬기 씨는 9시부터 무료 나눔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물량을 준비한다.
▲ ‘슬기네 팡도그’ 운영은 아침 9시부터다. 조슬기 씨는 9시부터 무료 나눔을 시작하기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물량을 준비한다.

2030이 경험한 노점상의 삶

조슬기 씨는 시민사회 활동을 하던 중 ‘청년들을 응원한다’는 취지에 공감해 청년희망마차를 시작하게 되었다.

“요즘 청년들의 삶이 정말 팍팍하잖아요.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에게 작은 응원을 전달한다는 취지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하지만 그가 경험한 노점상의 삶 역시 녹록하지만은 않다.

“요즘엔 노점상에 대한 인식과 정서가 좋지만은 않잖아요. 그런데 직접 거리에 나와 일을 해보니 알겠더라고요. 세금 내고 장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왜 이렇게 거리로 나오겠어요.”

좁은 천막 속에서 더위와 추위를 마주하는 일은 30대 청년에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요즘은 부쩍 바람이 많이 불어서 걱정이에요.”

구청의 횡포도 한 몫했다. 서대문구청에서는 팡도그 마차를 ‘불법 노점’으로 낙인 찍어 강제 철거하겠다며 위협해왔다. 구청 위생과에서 ‘주민 민원이 있었다’는 핑계로 찾아왔지만, 팡도그 마차가 위생 장갑과 두건 등 위생 기준이 잘 지켜지는 모습을 보고 다시 되돌아갔다고 한다.

“청년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설명했지만 구청에서는 막무가내였어요. ‘만약 힘없는 노점이 아니었더라도 이런 대접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슬기네 팡도그'를 찾는 2030 청년들.
▲ ‘슬기네 팡도그’를 찾는 2030 청년들.

청년희망마차를 응원해주는 청년들

청년희망마차가 철거 위기에 놓이자 청년들이 나섰다. 구청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기 시작한 것이다. ‘구청에서도 하지 않는 좋은 일을 하는 노점을 지켜달라’는 민원이 폭주했다. 그러나 구청에서는 ‘불법 노점이라 안된다’는 틀에 박힌 답변만 할 뿐이었다.

구청에 ‘청년희망마차를 지켜달라’는 민원을 넣은 한 청년은 구청으로부터 빈 메세지를 답변으로 받았다고 한다. 서대문구청이 청년들의 의견을 어떻게 대하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철거를 막아달라는 청년들의 서명도 600명이 넘었다.

“청년희망마차가 없어지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많이 듣고 있어요. 구청에서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지만, 최대한 할 수 있을 때까지 희망마차를 지키고 싶은 마음입니다.”

팡도그 SNS ☞ IG : hotdog_pang_

▲ 청년희망마차 철거를 반대하는 한 청년의 민원에 대한 서대문구청의 답변. 답변은 빈 메세지로 왔다.
▲ 청년희망마차 철거를 반대하는 한 청년의 민원에 대한 서대문구청의 답변. 답변은 빈 메세지로 왔다.
▲ 청년들도 청년희망마차 ‘슬기네 팡도그’에 응원과 고마움을 전달하고 있다.
▲ 청년들도 청년희망마차 ‘슬기네 팡도그’에 응원과 고마움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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