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만 보겠다던 대통령, 추모제 불참
참사 1년 다 됐지만 처벌이나 징계 없어
민주당, 특별법 본회의 통과 시키겠다.
29일 추모제, 많은 참석으로 연대 부탁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고 현장에 설치된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 참석해 사고 현장에 설치된 조형물을 바라보고 있다. ⓒ 뉴시스

이태원에서 159명의 생명이 별이 됐다. 그 날의 진실의 파헤치기 위해 1년을 ‘유가족’이란 이름으로 달렸다. 폭우 속에 삼보일배했고, 무더위 속에 11일의 단식을 이어갔다. 분향소를 지키기 위해 며칠을 밤새웠고, 진실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순회했다.

참사 1주기가 코앞에 다가온 현재, 유가족이 다시 한번 연대를 호소한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29일 15시 이태원역에서 행진을 시작해 용산 대통령실, 서울역을 거쳐 17시 시청 앞에서 시민추모대회를 개최한다. 

유가족협의회는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제에 초청했지만, “이태원 추모는 정치 집회”라며 거절의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26일 열린 박정희 추모식에는 부리나케 달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야당은 추모제 공동주최에서 이름을 빼겠다며 정치 집회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대통령은 거절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총장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충성한다” 강조하던 말이 무색해졌다.

유가족이 정부에 요구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특별법 제정, 이렇게 두 가지다. 그 바람은 얼마나 진전됐을까

1년 동안 처벌, 징계된 사람 아무도 없어

유가족들은 6월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걷기’를 진행했다. 지난 6월 야 4당(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의 주도로 겨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정부·여당의 반대로 본회의 문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상규명 국정감사가 진행됐지만 밝혀진 진실은 극히 일부분이다. 

특별법은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이고 큰 권한을 가진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핵심으로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참사 1년이 다가오는 현재까지도 책임자 처벌이 요원하기 때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은 기각됐고,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로 구속됐던 박희영 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서장 등 구속된 6명이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다. 서울시청, 소방청, 용산구청까지 징계받은 공무원도 한 명 없다. 경찰청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참사 이후 스트레스로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며 보석을 허가받은 박 구청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하면서 더욱 논란을 증폭시켰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시 10시 50분경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지만, 박 구청장이 포착된 것은 11시 26분, 현장에서 박 구청장의 첫 대응은 사진 찍는 기자들을 제지하는 일이었다. 

이후 23년 1월 청문회에서 ‘헌법 위에 떼법이 있고, 그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는데, 자신은 국민정서법 때문에 구속이 됐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 공개돼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2차 가해 속에서 이어진 싸움

유가족들의 싸움은 2차 가해, 혐오 발언 속에서 이어졌다. 공직자의 발언(김미나 국민의힘 의원)이라곤 믿기지 않는 ‘나라 구하다 죽었냐’는 발언부터 참사 관련 기사에는 피해자의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무분별한 2차 가해 발언이 난무했다. 그로 인해 참사 관련 보도를 했던 많은 언론사가 댓글 창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는 유가족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의도적으로 따라다니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자식 팔이 그만하라”, “이태원 참사는 북한 소행”이라는 구호와 피켓을 들고 집요하게 유가족을 괴롭혔다.

현재까지 7~8명이 사자명예훼손으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벌금 200만 원이 최종 판결 나기도 하고, 2심으로 이어진 재판도 있다. 그중에는 합의해달라는 피의자들도 있었고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4대종단, 시민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가구거리에서 출발해 마포역 방향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삼보일배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 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4대종단, 시민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아현가구거리에서 출발해 마포역 방향으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삼보일배를 하며 행진하고 있다. ⓒ 뉴시스

"일면식 없는 시민이 다가와 손잡고 안아주면서 ‘힘내라’ 말해줄 때 큰 위로와 위안이 됐다"

이들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까지 헤쳐 온 것은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폭우 속에 정당,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종교계 인사가 함께 무릎을 굽혔고, 함께 발맞춰 삼보일배했다. 시청 앞 분향소 설치를 경찰이 저지하자 건설노조가 온몸으로 막아섰다. 그렇게 모두가 함께 소리쳤고, 조금씩 나아갔다. 

그 결실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별은 알고 있다)로 제작됐고 이태원 거리에는 ‘기억과 안전의 길’이 조성됐다. 정부의 눈치를 보던 민주당도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심사 기한 내에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아직 159명의 희생을 달릴 길 또한 멀다. 정부의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자행됐고, 관련 핵심 책임자인 용산구청장, 서장 6명 모두 보석이 풀려난 상태다. 이들은 청문회 내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일면식 없는 시민이 다가와 손잡고 안아주면서 ‘힘내라’ 말해줄 때 큰 위로와 위안이 됐다”고 말하며 “많은 국민께서도 같이 연대하셔서 우리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 유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로 댓글창을 닫습니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