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서비스 질 저하에서 대형의료사고까지
공공기관 직무성과급제 도입? 공공성 해치는 지름길
'개혁'의 이름으로 이뤄진 건강보험 축소
민간보험 활성화 민낯...맹장염 수술에 2천 700만 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공공운수노조가 공동파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경북대병원분회 등 2개 공공기관 사업장 1만여 명이 지난 11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관련하여 12일 오후에는 공공운수노조 공동파업 대회가 열렸다.

이는 지난 9월의 철도파업에 이은 2차 공동파업으로, 공공운수노조는 민영화 중단과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선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공공성을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공공부문에 인력을 감축하고, 직무 성과급제를 도입하며, 자산 매각을 추진하고, 복리 후생을 축소하고 있다. 더불어 의료, 연금, 보험, 교통 등 각 공공영역을 민영화하는 정책으로 일관 중이다.

이에 본지는 공공병원과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공공성의 축소가 시민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본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노동조합 총파업 첫 날인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조합원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노동조합 총파업 첫 날인 11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조합원이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서 대형의료사고까지

대표적인 공공병원인 국립대병원의 경우, 살인적인 노동강도 탓에 신규 입사 간호사 2년 내 퇴사율이 매년 60%에 달한다.

그러나 공공기관으로서 정부 지침을 따라야 하는 국립대병원은 인력증원 시 기재부 승인이 필요한데, 기재부의 과도한 인력통제로 승인비율이 36.9%(2022년 기준)밖에 되지 않는다. 10명을 요청하면 3명의 자리만 배정하는 셈.

매년 절반 이상의 간호 인력이 빠져나가지만, 그에 상응하는 인력증원은 터무니없어, 다시 매년 줄 퇴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재연된다. 공공운수노조가 공공의료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사실상 병원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간호사가 격무에 시달리다 못해 사직을 고려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온다.

작게는 쉬지 못해 예민해진 간호사가 내비치는 불쾌함을 상대하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필요한 의료적 조치를 제때 받지 못하거나, 실수로 대형 의료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공공기관 직무성과급제 도입? 공공성 해치는 지름길

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직무성과급제 도입도 문제다. 이에 따르면 공공병원에서도 직무에 따라 기본급 책정을 달리하고, 성과에 따라 추가 급여를 지급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간호사를 비롯한 병원 내 모든 주체가 경쟁 속에서 동료보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자연히 부서 간, 직종 간 협업은 사라지고, 실적 경쟁을 위해 과잉 진료와 오진이 판을 치게 된다.

공공병원의 임원과 관리직 또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며 돈벌이에 치중하게 되고, 의료비 폭등에 이어 의료서비스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하게 된다.

결국 ‘공공기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윤 정부가 추진 중인 인력 감축과 직무성과급제는 병원을 이용하는 시민 입장에서는 퇴행으로, 혁신의 정반대 결과를 낳게 된다.

'개혁'의 이름으로 이뤄진 건강보험 축소

건강보험 역시 중요한 공공부문이다.

그러나 윤 정부는 ‘건강보험 개혁’을 강변하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에 따라 문재인 정부에서 확대된 MRI·초음파 검사 급여 등은 폐기되는 수준으로 축소됐다. 더불어 정부여당은 개인의료정보를 민간에 개방하는 등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꾀하는 중이다.

정부의 구상대로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된 국가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전통적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기 위해 의료보험을 하나의 상품으로서 육성한다는 것’이다. 현재 윤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 같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대부분의 의료보험은 사설 기관에 의해 제공된다.

민간보험 활성화 민낯...맹장염 수술에 2천 700만 원

그러나 그 실상은 처참하다. 비싼 사보험을 가입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의료시설의 접근성은 천차만별로 양극화되고,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시민들은 만에 하나 사고가 생겼을 때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게 된다. 의료상품화와 보험사들 간 카르텔로 인한 결과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맹장염 수술은 2만 달러(한화 2천 700만 원), 뇌출혈 응급수술은 10만 달러(한화 1억 3천만 원), 방울뱀에 물린 데에 대한 치료가 15만 달러(한화 2억 원)에 달한다. 비싼 사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이들은 막대한 빚더미에 오르거나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치료를 포기한다.

건강보험노조가 이번 파업을 “공공성을 지켜내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파업”이라 말하는 이유다.

의료연대본부를 축으로 2차 공동파업이 무르익은 가운데, 이번 파업이 공공성에 대한 윤 정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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