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산 수산 가공품 유통 방조한 정부
“오염수 안전성 홍보할 돈으로 어민 대책 내놔야”
“광범한 소비자 운동 필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된 이후, 어민들의 한숨은 깊어졌다. 시민들이 수산시장에 발길을 끊으면서 생계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가 한국에 수산물 수출 판로를 확대하려 한다는 소식은 어민들의 분노를 키웠다. 이에 전국 어민들은 상경하여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를 촉구했다.

21일 오후, 전국어민회총연맹(전어총)은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식량 주권과 어민 생존권을 위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후쿠시마 오염수 2차 해양투기 반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 정부 제소 등을 요구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정부, 후쿠시마산 수산 가공품 유통 방조

전어총은 “모든 혼란을 야기한 일본 정부조차 자국 어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대조적으로 윤 정부는 우리 식탁의 안전을 지키고 어민을 살리기 위한 책임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삼 전어총 사무총장은 “현재 중국과 홍콩은 일본의 핵오염수 불법 해양투기에 맞서 수산물 전면 금지로 대응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는 후쿠시마산 수산 가공품을 지금까지 유통해왔다는 게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후쿠시마를 비롯한 인근 현 수산물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최근 정부의 허가 아래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후쿠시마현과 인근 현에서 제조된 수산 가공품이 대량으로 수입된 것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어묵과 통조림, 건어물, 젓갈류 등이 포함된다.

또한 이 사무총장은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어민들의 폐업 신청이 속출한다”며 정부를 향해 “언제까지 일본을 위해 오염수 방류에 동조한 채 어민들을 외면할 것이냐”고 분개했다.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어민회총연맹 회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인근에서 일본산 수산물 전면 수입금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오염수 안전성 홍보할 돈으로 어민 대책 내놔야”

보성 갯벌에서 새꼬막을 양식한 지 50년이 됐다고 밝힌 전어총 전남 보성군지부 장동범 회장은 “예년 같으면 추석 앞두고 본격적인 꼬막 작업을 해서 출하 준비로 바빠야 하는데, 오염수 투기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출하를 포기해야 할 상황”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제철인 가을 전어를 날밤 새운 어장질로 가져와도 아침에 경매를 포기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가 되지 않으니 중간 상인들도 도매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 회장은 “정부 말만 믿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어민 피해는 점점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며 “현재 어민 생계는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라고 증언했다.

정부를 향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그는 “일본이 행한 오염수 해양투기는 안전성 여부 외에 수산물 소비 기피 현상으로 어민에 피해가 온다는 걸 전혀 예상 조차 못했냐”며 “오염수 안전성을 홍보할 돈으로 우리 수산물 안전성을 홍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어총 김종식 회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전어총 김종식 회장이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광범한 소비자 운동 필요”

연대발언에 나선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는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는 런던협약·런던의정서를 위반한 저강도 핵테러”라 규탄했다.

박 상임대표는 “핵오염수 방류 와중에 일본이 수산물 수출 확대를 꾀하는 것은 파렴치하다”며 “방류를 중단하지 않는 한 중국이나 홍콩처럼 수입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그는 수입금지 요구와 함께 소비자들의 광범한 불매운동을 제안했다. “학교 급식에서 소비자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각 노동조합과 의논하여 구내식당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 그러면서 “이는 부산 자갈치 시장, 노량진 수산시장을 아울러 수산물 사용 식당들도 동참하는 범국민적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어총은 “우리 모두를 지키기 위해 오염수 해양투기를 중단시키는 날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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