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작품집 ‘0개의 일요일’
마트노조, 출판기념회 및 북콘서트 열어

누구나 한 번쯤 대형마트에 가봤을 것이다.
가지런히 진열된 상품들은 누구의 손을 거쳤을까?
제품이 고객의 장바구니에 담길 때까지 제품을 이동하고, 진열하고, 가격표를 변경하고, 시식음식을 제조하고, 박스 정리에, 계산업무에, 배송업무까지….
마트 노동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코로나 시기에도 마트노동자들의 노동은 필수노동의 하나였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 매장의 상품 배달 또한 마트노동자의 노동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첫 번째 수기집을 펴냈다.
대형마트에서 ‘투명인간’, ‘소모품’ 취급받으며 일했던 마트노동자에게 10년 전 시행된 ‘일요일 의무휴업’은 일요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위원장은 “마트노동자의 ‘의무휴업일’ 일요일은 보통 사람들의 일요일과 같으면서도 다른, 매우 특별한 일요일”이라고 말한다.
“우리도 이날은 평범한 사람들처럼 느지막이 일어나 아점을 먹으며 빈둥거리기도 하고, 아이들과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다 커서 독립한 아이들이 본가에 오는 날도, 연로하신 부모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타지에 흩어져 있던 형제들이 모이는 날도 모두 ‘의무휴업’인 일요일”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일하는 모두가 쉬는 ‘의무휴업일 일요일’은 마트노동자에게 진짜 휴식을 안겨줬다. 업무 연락 전화도 없고, 갑자기 출근해 달라는 요청도 없는 진짜 일요일에는 사람은 물론 24시간 돌아가던 건물도 휴식을 취했다.

일요일 ‘희로애락’
‘일요일’을 잃어버린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가 독자들을 찾아간다.
2017년 출범한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는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투쟁, ‘의무휴업’ 확대 및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투쟁, 최저임금 인상 투쟁 등 마트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여러 투쟁을 벌여왔다.
그리고 지금 마트노동자들은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쟁취한 ‘일요일 의무휴업’을 빼앗으려는 윤석열 정부와 싸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려 한다. 대구에 이어 청주까지 의무휴업이 평일로 전환됐고, 전국적으로 확산할 조짐이다.
마트노동자들은 ‘일요일을 왜 뺏겨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고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미 10년이 넘게 시행된 제도이며, 국민 3명 중 2명이 일요일 의무휴업 유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는 또, 쿠팡과 같은 온라인유통업과 형평성이 맞지 않아 의무휴업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래시장과 중소자영업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했던 월 2회의 일요일 휴무마저 없애려는 윤석열 정부가 대형 유통자본의 골목상권 장악을 어떻게 막으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책에 담긴 50여 편의 산문과 시에는 ‘일요일’에 담긴 마트노동자의 희로애락, 그들의 삶과 노동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마트노동자들의 일요일의 소중함, 이를 지키려는 절박함,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엄마가 의무휴업하는 날은 온전히 너희와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어느 날 들려온 의무휴업 폐지 소식... 이대로 아이들과 약속이 가볍게 어겨질까 두려웠다. 약속은 별로 개의치 않는 그저 그런 엄마로 살고 싶지 않았다.”_ 본문 ‘엄마, 언제 쉬어?’ 중에서
“어떤 사람은 일요일에 쉬지 않고 평일에 쉬어도 별로 차이가 없지 않냐고 묻기도 한다. 우리에게 평일 휴무는 ‘그냥 쉬는 휴일’ 외에 다른 의미가 없다. 마음을 충전하지 못하고, 행복을 충전하지 못하는데,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평일 휴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_ 본문 ‘쉼, 그 이상’ 중에서

‘0개의 일요일’ 출판기념회
지난 3월 ‘의무휴업’, ‘마트노동자의 삶과 투쟁’을 주제로 문학공모전을 개최한 마트노조가 19일 작품집 ‘0개의 일요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정승숙 조합원(홈플러스 부산감만점)은 “글을 적다가 아이 어릴 때가 생각나서 적다가 울다가 했다. 아이는 지금도 어릴 때 엄마 없는 일요일의 설움에 대해 말한다. 의무휴업을 지키기 위해 더 힘내서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공모전 참가자, 마트노동자 건강권·휴식권을 지키는 투쟁을 함께 해온 전문가가 함께하는 북콘서트도 열었다.
참가자들은 나에게 ‘일요일’의 의미, 의무휴업이 평일로 변경된 후의 변화, 온라인 배송노동자의 애환 등을 이야기하며, “의무휴업을 꼭 지켜내자”는 결심을 높였다.
☞ 도서 구입 문의 : 마트산업노동조합 (02-831-1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