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 발표
60.8% 눈치 보여 아파도 연차 못 쓴다
방광염, 성대결정 발병률 10배 높아
부고 소식에도 콜 이어가야 했던 노동자

민주노총이 콜센터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벌인 결과, 60.8%는 아파도 연차를 쓸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방광염이나 성대결절, 정신질환 발병률은 일반직군보다 10배에서 수십 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민주노총은 4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수도권을 비롯한 대전, 부산, 광주 등 다양한 지역의 콜센터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2023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 조사’를 벌였다.
총 1,280명이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대상에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뿐만 아니라,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 노조가 없는 노동자(561명)도 포함됐다.
이들이 꼽은 가장 큰 고충은 ‘목표콜수제’였다. ‘목표콜수제’를 운영 중이냐는 질문에 있다는 답변은 55%였다. 그러나 목표콜수제를 운영하지 않는 곳도 노동자들은 압박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들은 하루 평균 82.7콜을 처리한다. 설문조사에서 44.3%는 업무량이 ‘약간 벅차다’, 14.6%는 ‘매우 벅차다’고 답했다. 절반이 넘는 58.9% 노동자가 벅찬 업무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심리적인 압박감도 상당했다. 59.3%는 대기시간이 길어지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 같은 업무환경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켰다. 2022년 업무 중 팔과 손, 허리 통증, 만성피로로 치료를 받았거나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는 70%에 달했다. 특히, 방광염, 성대결절, 정신질환 발병률은 일반직군보다 10배에서 수십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방광염의 경우, 화장실 갈 시간이 부족해 생기는 질병으로 현장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물도 잘 마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모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지만, 눈물을 머금으며 콜을 이어가야 했다는 김현주 민주노총 대전본부 부본부장의 발언은 노동자들의 콜수 압박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김 부본부장은 “얼마 전 상담사의 고백을 이 자리를 빌어 꼭 전달하고 싶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20대인 그 상담사는 민원 전화에 시달리던 도중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어머니의 부고 소식이었다. 상담사는 팀장에게 사실을 전달했지만, 팀장은 상담사의 어깨를 지그시 누르며 “해당 콜을 마무리하고 가라”고 답했다. 상담사는 우느라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상담사는 30분 넘게 통화를 마무리하고서야 어머니에게 갈 수 있었고, 후에 마무리 콜이 문제 돼 엄청난 감점까지 받았다. 김 부본부장은 “그 상담사는 7년이 지난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난 이런 곳에서 일하는구나’라며 눈물을 흘린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ILO 기준에 따르면 콜센터 여성상담사의 경우 생리여유율 7%, 기본피로여유 4%, 변수피로여유 15%, 특수여유 5%를 더해 최소 31%(45분 근로 15분 휴식)의 여유율(업무 중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는 등 생리·필수 여유시간 가능성)이 권고된다. 김성호 한국비정규직센터 부소장은 근로기준법상의 휴게시간 외에 ILO의 여유율을 고려한 유급휴식시간 부여를 법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해서 부족한 콜수를 채워야 하는데 최소한의 인원으로 그 콜을 수용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본가들의 탐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자리가 대한민국에서 콜센터 노동을 하고, 또 간접 노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의 희망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