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각계 행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이번엔 해녀와 어업인들이 나섰다. 

정부가 핵오염수 해양방류 대처 책임을 방기하며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등 헌법에 적시된 기본권을 위반’했다면서 정부를 상대로 헌법 소송을 제기한 것.

지난달 4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린 헌법소원 청구인 공개모집에 약 4만여 명이 참여했다. 동해와 후쿠시마 앞바다를 터전으로 삼는 164개체의 고래들도 청구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 소송 대리인단을 구성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회견 직전에 헌법 소송 청구를 완료했다고 밝히며, 피청구인은 △대통령 △국무총리 △외교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등이라 알렸다.

방기된 외교적 협상, 중개, 제소...공권력의 불행사

민변 대리인단은 대통령 등 피청구인들이 헌법에 근거한 ‘작위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작위의무란 ‘해야 할 의무’를 가리키는 법적 용어다. 헌법은 국민의 생명권, 건강권, 환경권, 안전권, 재산권, 근로의 권리, 직업의 자유, 알 권리, 행복추구권 등을 보장하며 공무원들에게 이에 대한 ‘작위의무’를 부여한다. 이 같은 작위의무가 수행되지 않을 경우, ‘부작위’로서 법적 소송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오염수 투기를 저지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권, 해양자원 및 어업을 보호하고, 환경을 지키고 재해예방에 나서야할 의무를 지닌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핵오염수 해양투기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거나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했다”는 것이 민변 대리인단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협약 상 가능한 협상이나 조정, 제소 등의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헌법상의 ‘부작위’에 해당한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를 위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제기 기자회견에서 조영선 민변 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불시행.. ‘생명권 방기’

대리인단은 정부가 핵오염수 투기에 대응해 독자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하지 않은 것 또한 ‘부작위’로 간주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오염수를 해양 방류할 때 한국 국민이 방사선 재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함에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일본 측 환경영향평가가 장기적 체내 방사능 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아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한국 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환경영향평가는 국민 생명권 보장을 위한 헌법적 조치로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에 참여한 김종우 변호사가 오염수 해양투기의 국제법적 문제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헌법소원 대리인단'에 참여한 김종우 변호사가 오염수 해양투기의 국제법적 문제에 관해 발제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 전수조사로 건강권과 안전권 확보해야

일본산 수입 수산물 방사능 전수조사를 하지 않은 것 또한 ‘부작위’다.

후쿠시마 인근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가 넘는 세슘이 검출되었고, 방사능 피폭이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불분명한 상황.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아직 표본 검사만 채택하고, 한정된 성분에 관해서만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행 방사능 검사에는 오염수에 포함되어 있을 주요 핵종에 대한 검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지난달 중국이 일본산 수산물에 방사능 검출 검사를 전수조사하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리인단 측은 “건강권과 안전권 확보 차원에서 전수조사는 국가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헌법소송의 대표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린 제주도 해녀 김은아 씨는 “핵오염수가 30년간 방류된다면 바다는 원상회복 불능상태가 되고 생태계 전체가 망가질 것”이라 비판하며 “바다가 죽으면 우리도 죽는다”고 분노했다. 김 씨는 “국민으로서 생존권 등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정부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안전하다’고만 홍보하니, 시민으로서 기본권을 찾고자 헌법 소원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리인단 측은 이번 헌법소원심판을 두고 “청구인들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핵오염수 해양투기 결정을 저지하기 위한 헌법상 의무가 확인되고, 청구인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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