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주의와 사회주의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쓰고 강의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차이를 모르거나 혼동하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얼핏 보면 사민주의자들도 무상의료 무상교육 같은 복지 정책을 얘기하고 사회주의자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니 과연 둘이 무엇이 다른지 헷갈릴 만도 하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구분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둘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 한마디로 사회주의와 사민주의는 각자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지가 다르며, 그것은 ‘사적 소유권’에 대한 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재산과 경제 활동의 자유를 법과 제도로 강력하게 보호한다. 그 조치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소유권’이다. 그런데 소유권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기능한 방식을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불평등한 상황에 정당성을 부여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 주인은 노예에 대한 소유권을 법과 제도로 인정받았고, 그 소유권을 명분으로 노예를 합법적으로 착취해 거대한 부를 축적했다. 누군가 타인의 노예를 맘대로 풀어준다면 노예 주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되었다.
봉건 사회에서는 토지에 대한 귀족들의 배타적 소유권을 법이나 제도 및 관습으로 인정하고 보호했다. 농노나 소작인은 귀족의 땅에서 농사를 지으며 수확물의 상당량을 바쳐야 했다. 귀족의 경제적 특권 역시 소유권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받았으며 덕분에 농노나 소작인을 합법적으로 착취해 거대한 부를 쌓았다. 한편 남성 가부장은 아내와 자식을 자신의 의지대로 통제했는데 아내와 자식이 가부장의 소유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도 기업에 대한 자본가의 배타적 소유권이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상품을 생산하는 이는 노동자이지만 그들에게는 생계를 유지할 수준의 임금만 제공되며 남은 몫은 기업의 소유권을 보유한 자본가에게 모조리 귀속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본가는 거대한 부를 축적한다.
요컨대 자본주의는 사회적 협업의 성과물을 소수 자본가에게 몰아주는 불평등한 시스템이며, 이 불평등한 상황을 정당화하는 명분과 구실로 사적 소유권이 활용되고 있다. 자본주의 법과 제도를 통해 기업의 소유자임을 인정받게 되면 그는 노동자에 대한 합법적 착취 면허를 취득하는 셈이다. 그러니 자본가 계급이 사적 소유권을 신줏단지처럼 여기는 건 필연적이다. 공동으로 일구어낸 성과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적 소유권만 있으면 마술처럼 자기만의 것이 되니까.
노예제 사회, 봉건 사회, 자본주의 사회 할 것 없이 지배 계급이 피지배 계급을 합법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된 장치가 바로 소유권이다. 소유권이란 본질적으로 가진 게 많은 사람을 공권력으로 지켜주겠다는 얘기를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지켜줄 것도 없다는 뜻 아닌가. 결국 사적 소유권은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전히 교묘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현대판 신분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주의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노동착취,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기업에 대한 자본가의 독점적 소유와 이윤 추구를 위한 운영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 수단에 대한 자본가의 독점적 소유를 근절하고 공동체가 공동으로 소유해서 공익에 기반해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생산 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사회적 소유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민주의자는 자본가 계급이 생산 수단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생산 수단의 사회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로 인해 야기되는 폐해를 완화하기 위해 자본가들로부터 세금을 거둬 보편적 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찬성한다. 비유적으로 얘기하자면, 신분제를 폐지할 의사는 없지만 그 폐해를 완화하는 조치는 찬성한다고 할까? 물론 사회주의는 그저 이상일 뿐이며 사민주의가 현실적이라고 느끼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자라고 해서 상황 불문하고 생산 수단의 사회화만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는 건 아니다. 예컨대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당이 집권했다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나 객관적 상황으로 인해 당장은 사민주의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들을 시행할 수도 있다. 다만 사민주의자에게는 이 정도가 최종 종착지이겠지만, 사회주의자는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다음 단계(생산 수단의 사회화)로 나아갈 중간 정거장일 뿐이라는 점이 다르다.
하지만 이런 구분 방식은 그저 내 개인적 의견일 뿐이다. 누군가는 다른 방식으로 구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챗GPT에게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차이에 대해 질문하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해졌다. 챗GPT에 사용된 인공 지능은 주로 영어로 된 글을 학습했다고 하니, 아무래도 영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는 이들의 통념을 답변으로 내놓지 않겠는가. 곧바로 해당 서비스에 접속해서 번역기를 사용해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What do you think is the difference between social democracy and socialism?
사민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챗GPT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좀 길지만 영어 원문, 그리고 번역기를 이용한 한글 문장을 ‘그대로’ 옮긴다. ‘그대로’를 따옴표 쳐서 강조한 이유는 번역상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 오류 ‘그대로’ 옮겼다.
Social democracy and socialism are both political ideologies that share some common goals but differ in their approaches and strategies for achieving those goals.
사회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둘 다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 방식과 전략이 다른 정치적 이데올로기입니다.
Social democracy is a political ideology that aims to create a more equitable society by combining the principles of democracy with a mixed economy. It advocates for a welfare state, progressive taxation, and strong social safety nets to reduce inequality and provide essential services to all citizens. Social democrats generally believe in regulated market economies and the importance of private enterprise, but they also emphasize the role of the government in ensuring social justice and protecting the interests of the disadvantaged.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혼합경제를 결합하여 보다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 이념입니다. 불평등을 줄이고 모든 시민에게 필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복지 국가, 누진세, 강력한 사회 안전망을 옹호합니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일반적으로 규제된 시장 경제와 민간 기업의 중요성을 믿지만, 사회 정의를 보장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있어 정부의 역할도 강조합니다.
On the other hand, socialism is a broader ideology that seeks to address social and economic inequality through the collective ownership and control of the means of production. Socialists argue that the capitalist system, characterized by private ownership and profit-driven motives, leads to exploitation and unequal distribution of wealth. They advocate for the transfer of ownership and control of key industries and resources to the workers or the state to create a more egalitarian society. Socialists often envision a planned economy, where the government plays a central role in directing economic activity and redistributing wealth.
반면에 사회주의는 생산 수단의 집단적 소유와 통제를 통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는 보다 광범위한 이데올로기입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사적 소유와 이윤 추구 동기를 특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가 부의 착취와 불평등한 분배로 이어진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주요 산업과 자원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권을 근로자나 국가로 이전할 것을 옹호합니다. 사회주의자들은 종종 정부가 경제 활동을 지시하고 부를 재분배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계획 경제를 구상합니다.
While social democrats and socialists share a concern for social justice and reducing inequality, they differ in their approaches to achieving those goals. Social democracy embraces a mixed economy, incorporating elements of both capitalism and government intervention, whereas socialism advocates for a more radical transformation of the economic system towards collective ownership.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정의와 불평등 감소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회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와 정부 개입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는 혼합 경제를 수용하는 반면, 사회주의는 집단 소유를 향한 경제 시스템의 보다 급진적인 전환을 옹호합니다.
It's important to note that the precise definitions and interpretations of these ideologies can vary across different countries and individuals. The actual policies and practices associated with social democracy and socialism can differ depending on specific contexts and historical circumstances.
이러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해석은 국가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와 관련된 실제 정책과 관행은 특정 맥락과 역사적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앞서 내 설명과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솔직히 말해 챗GPT가 쭈욱 써 내려간 글을 읽고 섬찟한 감정마저 들었다. 상당히 완성도 높고 객관적이면서 간결하기까지 한 훌륭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주관식 시험문제 답변을 이렇게 썼다면 만점을 받지 않겠나. 다만 챗GPT의 훌륭한 영어 답변을 번역한 인공 지능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너무 눈에 띄는 오류이다 보니 꼼꼼히 읽은 분은 이미 어디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바로 여기다.
While social democrats and socialists share a ‘concern’ for social justice and reducing inequality, they differ in their approaches to achieving those goals.
사회민주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정의와 불평등 감소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지만,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따옴표로 표시한 concern은 ‘우려’뿐만 아니라 ‘관심’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문장에서는 관심으로 번역해야 맥락상 자연스럽다. 하지만 번역기는 안타깝게도 잘못 선택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번역기의 한글 문장은 대체로 꽤 준수한 편이다. 그러니 일일이 스스로 해석하기보다는 번역기에 초벌 번역을 맡기고 그 결과물을 검토하면서 오류를 수정해서 활용하는 쪽이 훨씬 능률적이다.
챗GPT가 사민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에 대해 답할 때 참고한 소스들이 알고 싶어서 질문했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한글 번역은 역시 번역기를 이용했다.
As an AI language model, my responses are generated based on a mixture of licensed data, data created by human trainers, and publicly available data. I have not been directly trained on specific sources that cover the difference between social democracy and socialism. My responses are based on my understanding of the topic as a language model trained on a diverse range of news articles, blogs, opinion pieces, and other forms of text available on the internet.
AI 언어 모델로서 라이센스 데이터, 인간 트레이너가 생성한 데이터 및 공개적으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의 혼합을 기반으로 내 응답이 생성됩니다. 나는 사회 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를 다루는 특정 출처에 대해 직접 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내 답변은 다양한 범위의 뉴스 기사, 블로그, 의견 및 인터넷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타 형식의 텍스트에 대해 훈련된 언어 모델로서의 주제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합니다.
I should note that while I strive to provide accurate and up-to-date information, my responses may not always reflect the most current news events or developments. News is constantly evolving, and new information can emerge that may change the context or understanding of a given topic.
정확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제 답변이 최신 뉴스 이벤트나 전개 상황을 항상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뉴스는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으며 주어진 주제의 맥락이나 이해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정한 소스에 의존했다기보다는 관련된 다양한 텍스트를 섭렵했고 그것을 자신의 학습 알고리즘으로 소화해 내놓은 답변이라는 것이다. 이놈 참 물건은 물건이다. 물론 수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런저런 이유로 챗GPT의 답변을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건 위험하다. 인공 지능의 학습 알고리즘 자체가 인간의 뇌세포의 작동 방식을 어설프게 모사한 것이니, 인간이 불완전함 이상으로 인공 지능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뭔가 읽은 게 많은 모범생 친구에게 의견을 듣는다는 정도의 생각으로 비판적으로 활용한다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데 있어서 이만한 도구가 없겠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