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지사 80% 업무 중 다쳐, 0.9%만이 산재처리
정부와 국회가 방치하는 동안 더욱 심각해져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 김준 기자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 김준 기자

같은 일을 하지만 일 하는 장소에 따라 안전을 위협받는 이들이 모여,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게 해달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안전보건교육도 받지 못해 회복할 수 없는 상해를 입기도 하며 그 치료비 또한 자비로 해결한다.

26일 공공운수노조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산안법은 모든 사업장 적용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현업업무에서 제외된 교육서비스는 산안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고용노동부는 2020년 고시 제정을 통해 일부 공공행정과 교육서비스 업종만을 현업업무로 지정했지만 여기서 제외된 공공행정, 미화 노동자는 공공성을 띠는 단체에서 종사한다는 이유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이에 피해를 보는 공무직 노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유는 민간 기관에서 적용받을 수 있는 산안법을 지방자치단체, 행정기관에서는 적용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는 보건소 간호사들은 온갖 감염병에 노출되고, 과중한 업무와 악성 민원, 언어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국가인권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감염병 위기상황에서의 간호사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사 1,016명 가운데 598명(58.9%)이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785명(77.3%)은 몸이 아픈데도 출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방문 간호사들은 보건소 소속으로 동주민센터로 파견돼 일한다. 특성상 나이가 많은 환자들이나 건강 취약계층의 건강관리를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지만 2인 1조가 아닌 단독업무 방문이 반복돼 잠재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병원에서 일했다면 이들도 산안법의 보호를 받겠지만, 보건소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제외되기 일쑤다.

특수학교교육현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한 정유정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특수분과장은 사진 몇 장을 보였다. 정유정 분과장은 “1,100명의 특수학교지도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0.3%가 근무 중 학생의 돌발행동으로 다친 적이 있다”고 밝혔다.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겅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미술수업 중 칼을 사용하는 과정에 학생의 돌발행동으로 손가락을 크게 다친 특수교육지도사의 사진 ⓒ 김준 기자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겅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미술수업 중 칼을 사용하는 과정에 학생의 돌발행동으로 손가락을 크게 다친 특수교육지도사의 사진 ⓒ 김준 기자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겅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학생이 커피포트에 담신 뜨거운 물을 부어 다친 특수교육지도사의 사진 ⓒ 김준 기자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겅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학생이 커피포트에 담신 뜨거운 물을 부어 다친 특수교육지도사의 사진 ⓒ 김준 기자

실제로 동료가 학생이 던진 인라인스케이트를 맞아 안와골절을 당했고, 자신도 학생 뒤에서 빵 반죽을 도와주던 중 갑자기 학생이 머리를 뒤로 젖혀 코뼈에 심한 타박상을 입은 적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아무 대응을 하지 않아 자비로 치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산재처리를 받아본 적 있냐는 설문조사 질문에 ‘있다’는 답변이 0.9%였다. '학생의 돌발행동으로 물품 파손을 경험한 적 있냐?'에는 660명이 ‘있다’고 답했고 파손보상 역시 89.2%가 자비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앞서 언급한 직군들은 이미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높은 위험도를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 특수교육지도사는 2013년 설문조사에서도 652명 중 395명(60.6%)이 업무상 부상 경험이 있으나 산업재해보상을 받은 비율이 2.3%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1,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는 나아지긴커녕 더 심각해진 그들의 업무환경을 방증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당장 현업업무 고시 확대가 필요하지만 결국에는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다. 사업장에 따라 법의 적용을 달리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말한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보이듯 정부와 국회가 문제를 방치하는 동안 이들의 노동환경은 악화됐다. 

너무 늦은 탓에 학교급식 노동자들은 이미 폐암에 노출됐다.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도 안전하다’는 그들의 구호를 이미 코로나19에서도 확인했듯 시민을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26일 민주노총 12층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법 현업업무 고시 확대 및 적용제외 시행령 개정을 위한 현장실태 증언대회'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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