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흑백 사고를 버리고, 중국-유럽 관계의 꽃 피는 봄날을 맞이하길(2023.4.1)

중국은 유럽의 대중국 정책이 모순과 갈등을 내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본 사설은 유럽이 대중 협력의 여지에 대한 각계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회귀할 수 있기를 바라는 중국의 기대를 잘 보여준다.(번역자주)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오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3자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EU가 지난 1일 발표했다.
▲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오는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3자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EU가 지난 1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숄츠 독일 총리와 12월 미셸 유럽이사회 의장의 방중으로 중국-유럽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인 데 이어, 최근 중국과 유럽은 또다시 긴밀한 상호교류의 물결을 맞고 있다. 먼저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3월 29일 중국을 방문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다음 주에 중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도 4월 중순에 방중을 모색하고 있다고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외교적 물결로 중국과 유럽 관계는 그간의 하락추세를 멈추고 꽃피는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같은 배경하에서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유럽정책연구센터와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 양대 싱크 탱크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중국-유럽 관계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해 각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연설은 그녀가 ‘EU의 주요 책임자’로서 중국-유럽 관계에 관한 첫 포괄적 발언이자, 이어지는 방중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서두에서 그녀는 “우리와 중국의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중요한 관계 중 하나”라고 강조하였으며, “중국은 역사와 진보, 도전의 매혹적이고 복잡한 결합체”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이런 강연을 통해서 폰데어라이엔은 새로우면서도 낡은, 그리고 분명하면서도 또 모순적인 신호를 동시에 보냈다. 그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에서 중국이 보여준 태도는 “미래 중국-유럽 관계의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중국 주도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추구한다”라는 미국의 어조를 반복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중국-유럽 관계는 흑백 논리로 단순화할 수 없으며, 중국 화두는 방어적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우리는 그녀의 발언에서 소위 “유럽이 중국에 접근하는 것은 순진한 외교이다”, “유럽은 중국에 대한 의존을 감소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서 중국은 특수한 책임이 갖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이념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다”와 같은, 중국에 대한 불편한 시각을 보았다. 그녀의 발언은 여전히 유럽에서 대중국 정책이 논쟁 중임을 반영한다. 그러나 유럽은 중국과 유럽 사이의 차이점이나 갈등 목록을 갖고 중국-유럽 관계를 진단하기보다는, “(유럽은) 중국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폰데어라이엔의 연설에 반영된 하나의 무시할 수 없는 공감대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중국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은 유럽은 자주적 입장을 가져야 하며 무조건 미국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또한 미국의 엄격한 대중국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따라서 우리는 강대국 관계의 변화 국면에서 EU의 위치를 찾으려는 EU 지도자들의 최근 노력의 연속선상에서 이번 연설을 봐야 한다. 현재 EU의 대중국 정책에는 모순과 갈등 지점이 존재하긴 하지만, 미국으로부터 독립적인 대중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기를 바라는 것이 각계의 공감대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EU 고위 관료들의 이런 발언은 유럽이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중국 정책으로 회귀할 수 있는 인식의 토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양측의 정치·외교 관계는 비록 우여곡절을 겪었어도, EU가 추구하는 번영과 성장 전망에서 중국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중국은 2020년, 2021년 2년 연속 EU의 최대 교역 상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국과 유럽 교역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루 평균 20억 유로 이상의 수출입액을 기록한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EU는 러-우 분쟁 이후 미국의 유럽 본토 제조업의 대량 흡수, 실리콘밸리은행(SVB) 위기가 유럽 금융 안정에 미친 영향 등에 대해 더욱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명한 학자 키쇼르 마부바니(싱가포르 외교관 출신으로, 유엔안보리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역자주)는 일찍이 유럽이 동남아시아 방식을 본받아야 한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유럽은 “우리에게 미국 편에 줄 설 것을 강요하지 말라, 우리는 해결해야 할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우리의 이익을 고려하면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미국에게 반복적으로 상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유럽 사이에는 근본적인 이해 충돌이 없으며, 공통 이익이 불일치보다 훨씬 크다. 이 기본 원칙이야말로 유럽이 ‘전략적 자주성’을 견지하는 데서 지녀야 할 인식적 내용이다.

우호(友好)는 중국의 대유럽 정책의 기조이며, 협력이 중국의 대유럽 정책의 총체적 목표라는 사실을 중국은 여러 차례 유럽 측에 밝힌 바 있다. 물론 중국은 유럽 지도자들의 방문을 환영하고 실무적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 하지만 중국과 유럽 관계의 진정한 꽃 피는 봄날을 맞기 위해선, 양측은 서로 마주 보고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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