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분석
9월 8일 북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전원회의’ 2일 차 회의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라는 법령이 채택되고, 이와 관련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이 있었다. 이 법령은 2013년 4월 1일에 채택된 ‘자위적 핵 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데 대하여’에 이은 두 번째 핵 관련 법령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통해 이 법의 채택 배경과 의미를 분석해 본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정세관
김정은국무위원장은 현재의 국제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이는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오늘 세계가 직면한 엄중한 위기와 도전들은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보다 근본적인 위험은 국제평화와 안정의 근간을 허물고있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강권과 전횡이며 미국의 일방적이며 불공정한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하여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면서 한층 복잡다단해진 것이 현 국제정세변화의 주요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새 미행정부의 출현이후 지난 8개월간의 행적이 명백히 보여준바와 같이 우리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과 적대시 정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그 표현형태와 수법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
지금 미국이 ‘외교적 관여’와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제사회를 기만하고 저들의 적대행위를 가리우기 위한 허울에 지나지 않으며 역대 미행정부들이 추구해온 적대시 정책의 연장에 불과하다.
(2021년, 9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 시정연설)
오늘 우리 국가의 안전 환경은 매우 심각하며 주변 정세는 더욱 극단하게 격화될 수 있는 위험성을 띠고 있으며 이같은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국방력 강화를 위한 목표점령을 더욱 앞당길 것을 재촉하고 있다.
자위권은 곧 국권수호 문제이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공화국 무력과 국방연구부문이 강행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들을 제시하였다.
(조선노동당 8기 5차전원회의에 관한 2022년 6월 11일 보도)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재의 국제정세는 미국의 편가르기식 대외정책으로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었으며,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역시 과거와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다. 핵무력을 완성하고 핵 대국으로 등장한 지금에도 여전히 과거식 대북붕괴전략에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정세는 더욱더 격화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전쟁으로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단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미국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있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의 평화관
전쟁으로 달려가는 현 정세에서 어떻게 평화를 수호할 것인가? 이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언명에 담겨있다.

힘과 힘이 치열하게 격돌하는 현 세계에서 국가의 존엄과 국권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진정한 평화는 그 어떤 적도 압승하는 강력한 자위력에 의하여 담보됩니다. 우리는 계속 강해져야 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힘을 키워나가는 데서 만족과 그 끝이란 있을 수 없으며 그 누구와 맞서든 우리 군사적 강세는 보다 확실한 것으로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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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국력의 상징이자 우리 군사력의 기본을 이루는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강화하여 임의의 전쟁상황에서 각이한 작전의 목적과 임무에 따라 각이한 수단으로 핵전투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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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핵무력의 기본사명은 전쟁을 억제함에 있지만 이 땅에서 우리가 결코 바라지 않는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에까지 우리의 핵이 전쟁 방지라는 하나의 사명에만 속박되어 있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의 근본이익을 침탈하려 든다면 우리 핵 무력은 의외의 자기의 둘째가는 사명을 결단코 결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공화국의 핵 무력은 언제든지 자기의 책임적인 사명과 특유의 억제력을 가동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4.25 90주년 기념 열병식 연설에서)
침략과 전쟁이 없는 세계에서 평화롭게 살려는 것은 인류의 염원입니다. 하지만 평화는 바란다고 하여 저절로 오지 않으며 그것은 제국주의 전횡을 억제할 수 있는 힘으로써만 쟁취하고 수호할 수 있습니다.
(2022년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회의 시정연설중에서)
즉 현 정세에서 평화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꿈도 꿀 수 없을 정도로 핵무력에서 압도적 우세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전쟁은 곧 자멸이라는 것을 명명백백하게 깨닫게 해주어야 하며, 일말의 여지라도 남겨 둘 때 그것이 전쟁이라는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고 본다.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새로운 국가방위체계의 확립
2022년 6월 21일~23일까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확대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연례적 성격의 회의였지만 현재의 정세와 맞물려 매우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들의 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를 추가 확정하고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군사적 대책과 관련한 심도 있는 연구토의와 작전계획수정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에 그 결과가 보고되었다.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연구토의 결과와 중요문건작성 정형을 청취하고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계획을 추가하기로 하였으며 당 중앙의 전략적 기도에 맞게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가일층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데서 나서는 중대 문제를 심의하고 승인하면서 이를 위한 군사조직편제 개편안을 비준하였다.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8기 3차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 중에서)
이 회의에서 밝힌 ‘전선부대들의 작전임무 추가 확정’과 ‘작전계획 수정작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백히 밝히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전후 맥락으로 볼 때 전술핵배치에 따른 후속작업인 것 만은 명백하다. 즉 앞에서 밝힌 핵무력의 두 번 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전략전술적 조직적 대책을 수립했다. 전선부대(통상 전선부대라 함은 휴전선 근처에 배치된 부대를 지칭)에 전술핵을 운용하는 새로운 부대를 창설하고 그에 따른 군사 조직 편제를 개편했다. 이로서 북에서는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국방체계가 새롭게 확립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정연설을 통해서 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의 의의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국가핵무력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한것은 국가방위수단으로서 전쟁억제력을 법적으로 가지게 되였음을 내외에 선포한 특기할 사변으로 됩니다. 이로써 국가와 인민의 영원한 안전과 만년대계의 미래까지도 확고히 담보할 수 있는 정치적, 제도적 장치가 갖추어지는 또 하나의 중대한 역사적 위업이 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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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력정책을 법적으로 고착시킨 것은 참으로 거대한 의의를 가집니다. 핵무력 정책을 법화해 놓음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의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으로 되었습니다. 이제 만약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 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합니다.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습니다.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 인민의 크나큰 자랑입니다. 지구상에 핵무기가 존재하고 제국주의가 남아있으며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의 반공화국 책동이 끝장나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력 강화 노정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공화국핵무력은 곧 조국과 인민의 운명이고 영원한 존엄이라는 것이 우리의 확고부동한 입장입니다. 우리의 핵을 놓고 더는 흥정할 수 없게 불퇴의 선을 그어놓은 여기에 핵무력 정책의 법화가 가지는 중대한 의의가 있습니다. 핵무력 정책이 법화됨으로써 우리 공화국 정부의 평화애호적 입장과 우리 국가핵무력 정책의 투명성, 당위성이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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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공화국이 핵무력정책을 법화한것은 자주권과 평화를 침해하고 파괴하는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정의의 타격으로 됩니다. 공화국핵무력은 남의 내정에 간섭하거나 패권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국주의 폭제로부터 우리 영토와 인민, 자존을 수호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고 사용되며, 따라서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고 평화를 원하는 나라와 인민에게는 절대로 위협으로 되지 않습니다.
핵무기는 그 특성으로 하여 관리와 운용 등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법적으로 정확히 규제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통제불능한 상태에서 다른 목적에 남용되거나 불순한 이익실현에 도용되어 임의의 순간에 인류를 무서운 핵 참화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우리 공화국은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이번 법령에 핵 무력의 사명과 구성, 그에 대한 지휘통제, 사용원칙과 사용조건, 안전한 유지관리 및 보호 등 세부적인 조항들을 명백히 밝혀놓았습니다. 그러므로 정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인류의 염원에 전적으로 부합되며 앞으로 누구도 우리 핵무 력에 대하여 시비하거나 의문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의 의의가 명백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법령은 핵무기 사용의 두 번째 사명을 포함하여 법제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법에는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 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라는 조항이 담겨 있다. 이는 만약 미국이 북의 수뇌부를 제거하는 전략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북의 핵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다. 북 핵무력 완성 이후 미국의 대북 군사전략은 점점 더 ‘수뇌부 제거 전술’(소위 참수작전)에 매달리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결정적 타격으로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