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WTO의 깃발이 휘날리는 속에, 다자주의는 결국 승리할 것이다

최근 WTO 장관급 회의가 4년 반 만에 열렸다. 이 국제기구가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미국의 보호주의•일방주의 경향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 공급망 위기가 몰고 온 물가폭등이 보여주듯이, 세계화와 다자주의는 시대적 조류이기에 초강대국인 미국이라도 역행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번역자 주]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2-06-13 23:38 (현지시각)

세계무역기구(WTO) 제12차 각료회의가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다. WTO가 장관급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 어업 보조금, 농업 개혁, WTO 개혁 등 굵직한 현안들을 논의한 것은 4년 반 만의 일이다. 왕원타오(王文涛) 중국 상무부 부장(장관-주)이 개막식에 참석해 전체회의에서 발언한 것은,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중국의 확고한 지지를 표명한다. 2001년 중국이 WTO에 가입할 당시 이 ‘신입생’이 20여 년 후 WTO가 위급할 때 도움을 주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WTO는 다자주의의 토대일 뿐 아니라 더욱이는 큰 깃발이다. WTO는 세계화의 촉진과 무역의 활황에 큰 역할을 했으며, 지금도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무역체제는 여전히 국제무역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WTO가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서방 언론은 WTO는 “자신의 가장 심각한 순간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하였으며, 심지어 WTO가 해체에 직면해 있어 ‘위태위태’하다는 견해도 있다.

WTO가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은 미국이 근래 들어 더욱 통제 불능의 보호주의와 일방주의 경향을 보이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극도로 이기적인 ‘미국 우선주의’ 아래 워싱턴은 여러 차례 WTO 규칙을 무시하였다. 자신에게 불리한 판정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저항하는 태도를 취했으며, 심지어는 중재 기제를 우회하여 일방적인 제재까지 일삼아 WTO의 권위를 크게 약화시켰다. 이번 장관급 회의를 앞두고 미국은 상소기구인 대법관 선임 절차 재개에 대한 관련 제안을 54번째 부결시켰다. 이로써 WTO의 ‘최고법원’으로 불리는 상소기구는 계속해서 멈춰 서게 됐다. 이처럼 WTO의 3대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분쟁 해결 기제의 마비야 말로 WTO 출범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또 WTO의 현 메커니즘이 중국이 ‘허점을 파고들어’ 선진국을 이용하기 유리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그들은 중국이 WTO 가입 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은, 중국이 불공정하게 미국에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WTO 체제를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간주한다. 심지어 미국 언론은 중국이 “WTO를 무너뜨렸다”고까지 선전하고 있다. WTO 가입 후 21년 동안 중국은 사실상 세계경제 성장에 연평균 30%에 육박한 기여를 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윈-윈(win-win)’으로, 세계 절대다수 국가는 이 결과를 기쁘게 받아들인다.

주지하다시피, WTO라는 전 세계의 가장 중요한 다자간 무역 메커니즘은 원래 미국의 주도로 세워졌다. 그러나 WTO가 시대적 물결의 추동 하에 점차 워싱턴의 통제를 벗어나 자신의 패권에 ‘녹색 통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자, 미국의 태도는 180도 바뀌었다. 미국은 WTO의 규칙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일을 처리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제무역의 법치를 수호하는 상소기구를 스스로 마비시켰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최근 몇 년간 실시한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총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00여 건에 이른다. 워싱턴의 국제 규범에 대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의 허위와 횡포, 이기심은 WTO에서 유감없이 드러났다.

그러나 다자주의는 역사적 대세이기에 설사 초강대국인 미국일지라도 역행할 수 없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이 개막사에서 밝혔듯이, WTO가 대표하는 다자체제는 최선의 기제이기에 세계화를 쪼갤 수는 없다. 세계무역기구의 효율적 운영은 세계무역의 번영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간 무역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WTO 개혁의 기본 전제여야 하며, 이 점은 반드시 재확인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우리는 WTO 상소기구를 정상적으로 가동시켜 WTO의 권위를 지키고, 일방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세계화에 계속해서 피해를 주는 것을 저지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세계무역기구는 오늘날에 이르러 164개의 회원국이 있다. 무수한 힘든 담판을 통해서 자유무역을 추진하고 이견을 해결하는 기제를 형성했는데, 이는 매우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미국이 164분의 1만큼만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달가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WTO는 미국의 ‘원 포인트’ 무대일 수는 없다. 다자주의는 일련의 우여곡절을 겪을 순 있어도 그 전진의 발걸음이 결코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WTO의 이번 회의 성과 여부와 상관없이, 164개 회원국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이미 국제사회의 민심이 지향하는 바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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