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 사설] 아세안은 미국의 ‘대중국 경쟁’의 시소가 아니다

지난 5월 12~13일 개최된 미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볼 때, 소위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말이 적어도 아세안 국가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상 여기서 ‘안보’라고 하는 것은 워싱턴이 지어낸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번역자]

출처: 환구시보 사설 2022-05-15 14:20 (현지시각)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과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한동안 연기됐던 미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이번 주 워싱턴에서 열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아세안과의 관계를 “미래를 대표한다”고 치하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우리가 손잡으면 국제규범에 대한 도전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정상회담 기간에 중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비공식 주역’으로 삼는 ‘다자 외교’를 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사람들은 아세안 국가 전체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캄보디아는 미·중 사이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판밍정 베트남 총리는 워싱턴에서 한 연설에서 ‘독립과 의존’ ‘협상과 대결’ ‘대화와 충돌’ ‘평화와 전쟁’ ‘협력과 경쟁’ 사이에서 베트남은 ‘독립’ ‘협상’ ‘대화’ ‘평화’ ‘협력’을 택한다고 강조했다. 조코르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이 “지역의 평화, 안정 그리고 번영을 위해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틀’을 지지한다면서도, 이 틀이 “더 포용적”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세안 국가들의 신중함은 온당하다. 올해로 45주년을 맞이하는 아세안과 미국 관계는 여러모로 볼 때 ‘이상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미국은 지난 3월 중국산 태양광 모듈 사용에 대한 의혹을 이유로, 캄보디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에 대한 조사를 벌여서 관련 산업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지난 5월 초에 캄보디아·인도네시아·태국은 올 하반기 3국이 주최하는 주요 정상회의에 모든 회원국을 초청하겠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를 고립시키라는 미국 서방의 무리한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번 미국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 자체가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졌다. 미국은 아세안이 제안한 날짜를 몇 차례나 바꾸었으며, 심지어는 3월 개최를 일방적으로 선언해서 아세안 국가들의 불만을 샀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아세안에 1억5000만 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은 몇 안 되는 실질적인 성과 중 하나다. 하지만 이는 국제 여론의 비아냥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에 400억 달러를 지원하는 법안의 통과를 서두르고 있는데, 이 1억5000만 달러조차도 6000만 달러는 “협력 파트너국의 해상방위 격상”에 쓰이도록 되어 있다. 말로는 아세안 국가들의 청정에너지 발전, 교육과 코로나19 대응 추진 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영향’에 맞선 ‘안보’에 치중해 있다. 오죽하면 어떤 싱가포르 관리가 일부 미국인에게 “당신들의 동남아 접근 방식은 안보에만 관심이 있다. 그런데 아시아인들은 무역으로 먹고 산다.”고 말했겠는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 캠벨은, “동남아나 아시아를 ‘신냉전’으로 몰고 갈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 “중국과 평화적이고 효율적으로 경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교적 언사는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만약 워싱턴이 말하는 ‘평화’가 남을 불구덩이에 몰아넣음으로써 자신의 ‘절대적 우위’를 보장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소위 ‘효율적’이라는 것이 중국 억제를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이라면, 그것이 어떤 외투를 걸치든 환영받지는 못할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지역에서 전쟁과 충돌을 겪으며 평화를 지키는 것의 어려움이나 발전의 소중함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초강대국 게임에서 바둑돌’이 되는 것을 피하려는 것은,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이런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략계에는 “경제적으로는 중국, 안보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말이 존재해 왔다. 중국과 아세안은 서로 파트너이며 “누가 누구에게 의지한다”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상호 공영, 개방과 포용은 시종일관 중국과 아세안의 협력의 바탕이다. 아세안은 2020년과 2021년 연속으로 중국 최대의 교역 파트너로 부상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11월에 중국은 아세안에 향후 3년간 15억 달러의 추가 개발 지원을 약속하였다.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에 쓰이도록 할 계획이다. 소위 “안보는 미국에 의존한다”라고 하는 말은, 워싱턴이 허구적 ‘위협’에 편승해 자신의 지정학적 야심을 치장하는 경우가 많다. 워싱턴의 사주로 필리핀 아키노3세 정부가 기꺼이 미국의 선봉에 서 이른바 ‘남해 중재안’을 선동하였다. 되돌아보면 결국 휴지 한 장외에 얻은 것이 무엇인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아세안은 오는 11월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기로 약속했다. 이는 아세안이 미국에 ‘관찰기간’을 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뺄셈과 나눗셈이 아닌, 덧셈과 곱셈을 원한다. 워싱턴은 아세안 국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로섬 게임에 심취해서 아세안을 “이쪽이 오르면 저쪽이 내려가는” 시소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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